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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뱀의 해' 을사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육십간지의 42번째 해로, 청색을 상징하는 '을(乙)'과 뱀을 의미하는 '사(巳)'를 조합해 흔히 '청사(靑蛇)의 해'라 부른다. 1989년에 태어난 본인으로선 네 번째로 맞는 뱀의 해이기도 하다. 간지의 의미와는 별개로, 역사적으로 을사년은 대한민국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불과 1백여 년 전, 1905년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찬탈당하며 사실상 주권을 상실했다. 이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본격화한 시점으로 나라의 운명이 급변한 비극적 전환점이었다.
다가오는 2025년 을사년은 대한민국의 미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적 불안정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국내 정세는 예측 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12·3사태로 촉발된 윤 대통령 탄핵이 그 중심에 있다. 거대 야당의 독주 아래 각종 숙원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외 경제와 외교에도 빨간불이 켜지며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중앙정부가 흔들릴 때 지방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지방정부가 민생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와 시·군이 위축되지 않도록 예비비 등 예산 투입과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축제와 각종 행사도 정상으로 추진해 지역 경기 회복과 소비 진작에 기여할 것"을 강조했다. 이 도지사의 이 같은 발언은 중앙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역 정부가 더 큰 책임을 맡아 진정한 지방시대를 준비해야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다가올 2025년은 경북이 결실을 얻는 중요한 한 해다. 대한민국 최고 국제 행사로 꼽히는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리며, 이 행사를 통해 대한민국은 국제적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2030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경북신공항 사업 역시 본격화된다. 내년도 기본계획 고시에 따라 공항 건설의 밑그림이 완성되고 의성 화물터미널 이슈도 결론이 난다.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낼 경우 경북은 국내 외교와 교통의 중심지로 도약하게 된다.
을사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처럼, 위기의 시대에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북은 이러한 도전 속에서 국제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지역 숙원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와 정치권의 혼란 속에서도 지역 정부가 중심을 잡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때, 푸른 뱀의 해는 위기와 도약의 갈림길에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오주석기자〈사회3팀〉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