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기부 DNA'…대구 부자는 인심도 넉넉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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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2-24  |  수정 2024-12-24 16:18  |  발행일 2024-12-24 제1면
대구 아너소사이어티 252명

인구수 대비 '전국 2위' 규모

국채보상운동 발상지 자긍심

고물가·경기침체 속 더 빛나

국내 첫 범국민 모금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 대구에서 개인고액기부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만성적인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 복합위기 상황에서도 대구의 '나눔 DNA'가 발현되고 있다.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 박세학 의성무침회(대구 서구) 대표가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대구지역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총 252명으로 늘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435명), 부산(371명), 경기(346명)에 이어 넷째로 많다. 인구수 대비로는 1만명당 1명꼴로, 부산(8천800명당 1명)에 이어 둘째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 지도층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눔운동에 참여함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도록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1억원 이상 기부 또는 5년간 매년 2천만원씩 기탁하면 회원이 된다. 대구에선 2010년 12월 이수근 온누리 대학약국 대표가 1호 회원으로 가입한 후 매년 10~20명의 회원을 배출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0명, 25명의 아너 소사이어티가 탄생했다.

대구에서 개인고액기부가 활성화하는 데는 국채보상운동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약 120년 전 대구에서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되면서 국내 처음으로 나눔문화의 뿌리를 내린 것. 이후 나눔의 씨앗은 전국으로 퍼졌다. 작년엔 국채보상운동 선구자인 서상돈 선생을 기리고자 33명의 지역 아너 소사이어티가 자발적으로 모금활동을 펼쳤다. 총 1억800만원을 모금한 이들은 국채보상운동기념일이 2월21일인 점에 착안해 221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서상돈 선생을 추대했다. 최초의 지역명사 아너 소사이어티가 탄생한 순간이다.

대구 특유의 끈끈한 가족애도 기부문화 확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가족이 고인의 이름으로 가입한 비율이 10%(25명)로, 전국 평균(4%)의 2.5배에 달한다. 25명의 '고인(故人) 아너' 중 부모 명의 가입이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자녀(5명)와 형제 등이 뒤를 이었다.

나눔으로 큰 감동을 준 인사도 많다. 27년간 20억원이 넘는 금액을 매년 쪽지와 함께 익명으로 기부한 '키다리 아저씨' 박무근(200호)씨는 전 국민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초등학교 교장 퇴직 후 매일 폐고물을 수집해 모은 돈을 기부한 김종태 아너(232호), 평생 평범한 주부로 살며 근검 절약해 모은 재산을 기부한 권분자 아너(228호), 수성구청 9급 공무원인 김영익 아너(142호)도 현실 속 '슈퍼 히어로'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남은 유산(토지)을 기부한 고(故) 김상복 아너(242호), 생전 연금저축보험 가입금액을 사후 기부한 고 황금선 아너(243호), 남편과 본인 이름으로 각 1억원씩 기부한 것도 모자라 본인이 사는 집마저 사후 기증을 서약한 김기호 아너(13호)도 숱한 화제를 뿌렸다.

강주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대구 아너 소사이어티의 눈부신 성장은 국채보상운동에서 시작한 뿌리 깊은 나눔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 지역이 잘되고, 나라가 잘되는 것이 곧 내가 잘되는 것으로 여기는 대구시민의 애향·애국 정신이 발현된 결과"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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