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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10시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입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가족 지원 물품을 하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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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10시30분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입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가족 등을 상대로 음식 대접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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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11시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여객터미널 1층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유가족 등에게 호박죽을 제공하고 있다. |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오전 9시30분쯤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의문의 트럭들이 줄 지어 공항에 진입했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트럭들은 희생자 유가족이 머무는 여객터미널 앞에 멈췄다. 트럭 문이 열리자 라면, 쌀, 휴지 등 각종 생필품이 쏟아졌다. 슬픔에 빠진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진 것. 이날 새벽 4시에 인천에서 내려왔다는 최은주(50·여)씨는 "점심 때 유가족들에게 곰탕을 대접해 드리고 싶어 새벽에 출발했다"며 "유가족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까지 쉽진 않겠지만, 빨리 기운을 회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은 유가족들을 지원·위로하기 위한 자원봉사자들로 가득했다.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소속 20여명은 새벽 5시 공항에 도착했다. 유기족들에게 따뜻한 호박죽 등 먹거리와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봉사단원 정의행(56)씨는 "마음이 아프다. 뼈와 살이 깎여 나가는 심정이다. 유가족들을 섬긴다는 심정으로 왔다"며 "오전 5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 30분까지 로테이션으로 봉사 중"이라고 했다.
트레일러 차에서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조현수(29·프로보노국제협력재단)씨도 "유가족들이 원할 때까지 끝까지 남아 있을 예정"이라며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누구라도 상관 없으니, 와서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유가족을 위한 일이라면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곽상암(54·여수시새마을돌산협의회장)씨는 "물이나 각종 물품을 나르고 있다. 공항 청소도 한다"며 "생업도 있지만, 다 제쳐놓고 왔다. 실제 와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유가족을 위한 의료·심리 지원 체계도 가동되고 있다. 심리상담가 이용남(70·대한적십자사 광주지사)씨는 "유가족들에게 궁금한 사항을 안내해주고 있다. 텐트 안에 들어가 심리상담도 한다"며 "유가족들의 안정을 위해 그분들의 아픔을 듣고 있다. 지금은 그저 들어드리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했다.
공항 내 점포 상인들도 유가족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세븐일레븐 무안공항점은 생수 등 생필품을 유가족과 현장 관계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에너지바와 휴지, 즉석밥, 컵라면 등도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공항 내 이디야커피도 유가족이 마실 수 있도록 본사 차원에서 선결제를 해둔 상태다.
아무 소속·단체 없이 무작정 공항으로 달려온 의인도 눈에 띄었다. 한성희(30·광주시)씨는 "예전 광주에 홍수가 났을 때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은혜를 갚고 싶어 왔다"며 "개인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청소를 하고 있다. 선한 영향력은 돌고 도는 것이다.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같이 나와서 도와달라"며 웃었다.
전남 무안에서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장태훈 수습기자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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