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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로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3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모습.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구금'을 앞둔 현직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쓰게 됐다. 법원이 31일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관련 수사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됐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는 수사권이 없다"면서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고, 체포 시도 땐 대통령 경호처와의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실제 영장 집행까지는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9면에 관련기사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공수처가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영장 청구 약 33시간 만이다. 법원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대한 수색영장도 함께 발부했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이번 영장 발부를 두고 "법원이 윤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범죄를 증명하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앞서 드러난 수사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행보와 공수처의 강제수사 필요 논리가 받아들여졌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법원은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으므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불법이라는 윤 대통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이번 영장 발부로 공수처의 윤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수사는 적법하고, 이와 관련성 있는 내란죄 수사도 가능하다는 일차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거듭된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는 점에서, 법원 역시 강제 신병 확보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과 25일에 이어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던 29일 3차 출석요구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의 판단을 정면 비판하며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수사권 없는 공수처에서 청구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 놀랍고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법원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체포영장에 대한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윤 변호사는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공수처의 영장 신청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서 "수사권이 없는 수사기관이 청구해 발부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불법·무효"라고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신병이 확보되면 정부청사 5동 내 공수처 사무실이나 체포지 인근 경찰서에서 조사한 뒤 서울구치소에 구금할 방침이다. 체포 시점부터는 48시간 내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 다만 공수처는 영장 집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장에서 법원이 허가한 집행 가능 기간은 일주일 뒤인 1월 6일까지다. 탄핵은 됐지만 윤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대통령 경호처의 경호를 받는 만큼, 집행 과정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경호처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영장 집행 관련 사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