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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1주일 앞둔 19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차례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이날 오후 1시쯤 대구 중구 서문시장은 설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려는 시민들과 관련 물품을 판매하려는 상인들로 붐볐다. 시장 상인들은 사과, 배, 나물, 조기 등 저마다 준비한 갖가지 차례용품을 진열해 손님들을 맞았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저마다 필요한 물품의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비교하며 구매했다.
비슷한 시각, 북구 칠성시장과 달서구 서남신시장에도 다가오는 명절을 준비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장을 보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활기를 띤 시장 모습에 상인들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서남신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명절이긴 명절이다. 예전처럼 '대목'이라는 말은 못 써도 명절을 앞두니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게 체감된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발걸음에도 전보다 썰렁해진 시장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었다. 칠성시장의 경우 방문객이 오가고는 있었지만 비교적 휑한 모습이었다. 과거 명절 직전 주말과 휴일에는 행인들이 발길을 옮기기조차 힘들정도로 빼곡했던 때와 비교하던 상인들은 우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칠성시장에서 각종 차례용품을 판매하는 상인 김명덕(70)씨는 "보다시피 거리에 사람이 없다. 작년 설과 비교해도 너무 차이가 난다"며 "옛날엔 설을 앞둔 주말이면 시장 거리가 사람이 다니지 못할 정도로 빼곡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풍경을 보기가 힘들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평소보다 손님은 늘었지만 고물가와 불황에 소비 심리가 위축되다 보니 장사가 되지 않아 한숨 쉬는 시장 상인들도 많았다. 실제 서문·칠성·서남신 시장 모두 시민들은 물건이 진열돼 있는 좌판 앞에서 물건을 비교해보다가도 구매를 망설이거나 가격을 듣고 발길을 되돌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손님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의 주름진 얼굴도 많이 포착됐다.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서문시장을 찾았다는 송필란(여·68)씨는 "조기, 건어물, 과일 할 것 없이 다 올랐다"며 "가짓수를 줄이더라도 차례상에 올릴 음식은 최대한 올리겠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서 3~4년 전에 비해 재료비가 두 배 더 든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서남신시장에서 29년째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상인 구금순(여·68)씨 역시 "과거 명절을 앞둔 주말이면 시장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확실히 요즘은 다들 시장을 잘 찾지 않는 분위기"라며 "요즘은 차례상도 간소화되는 분위기에다 경기도 안 좋으니 상인들도, 손님들도 모두 힘들다"고 했다.
가파르게 오른 물가와 변해버린 제사 문화로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는 소비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서문시장에서 만난 이모(여·77)씨는 "차례 지내러 오는 가족들도 많이 없고, 상 차리는 게 너무 힘들어 올해부터 차례를 안 지내기로 했다"며 "식구들도 설 당일 밥만 먹고 간다기에 한 끼 식사 차릴 정도만 장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구경모·장태훈·조윤화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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