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사진전 '꽃의 이름을 잊다', 잊히고 버려진 식물들…외로움과 생존의 기록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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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27  |  수정 2025-01-27 08:49  |  발행일 2025-01-27 제11면
야생에 흩어진 식물의 모습 포착

내달 26일까지 아트스페이스루모스

최근희 사진전 꽃의 이름을 잊다, 잊히고 버려진 식물들…외로움과 생존의 기록
애플민트(Apple mint)
최근희 사진전 꽃의 이름을 잊다, 잊히고 버려진 식물들…외로움과 생존의 기록
만손초(Mother of thousands)

버려진 식물의 모습을 통해 생명과 기억, 잊혀짐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최근희의 개인전 '꽃의 이름을 잊다-Forgetting the names of flowers' 전(展)이 2월26일까지 사진 전문 갤러리 아트스페이스루모스에서 열린다.

한국사진콘텐츠연구소와 아트스페이스루모스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전시에서 최 작가는 필요 없는 존재가 돼 야생으로 흩어진 식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작들은 자연 속에서 피어난 생명의 이야기와 버려진 식물들, 생존과 외로움의 기록을 말하며 한때 사랑받던 존재들이 전하는 삶의 순환을 그려낸다. 원예용으로 선택받아 화분 속에서 자라던 식물들은 이제 잡초라 불리며 야생 속에서 생존을 이어간다. 한때 사랑받으며 정원의 화려함과 집안의 온기를 책임졌던 식물들은 어느새 잊히고 버려진 것이다.

버려진 식물들은 외로움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최 작가는 작가 노트를 통해 "버려진 그들의 모습에는 어딘가 쓸쓸한 흔적이 남아 있다. 길가에서, 폐허 속에서,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은 당당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외로움이 서려 있다. 한때는 사랑받고 가꾸어졌으나, 지금의 찢어진 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자 외로움이 남긴 상흔"이라고 말했다.

미술비평가 고충환은 최 작가의 작품에 대해 "보통의 아날로그 사진은 네거티브 형태의 필름을 확대기를 통해 포지티브 이미지로 반전 표현하는 것이지만, 작가는 디지털 파일 형태의 포지티브 이미지를 포토샵을 통해 네거티브 이미지로 반전시켜 표현한 것이 다르다. 디지털을 이용하지만, 아날로그의 느낌을 살렸다고 해야 할까"라고 평했다.

아트스페이스루모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잊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최근희의 작품을 통해 기억의 소멸과 생명력의 지속성, 그리고 잊히면서도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해 새롭게 성찰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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