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한국 땅”이라 답한 딥시크, 홍콩 질문엔 침묵…수상한 검열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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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06 14:50  |  발행일 2025-02-06
민감한 질문엔 오류 메시지… AI도 말문 막힌다
오픈AI도 조사 착수… 데이터 무단 활용 의혹
“독도는 한국 땅”이라 답한 딥시크, 홍콩 질문엔 침묵…수상한 검열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딥시크'. 연합뉴스

“독도는 어느 나라 영토입니까?"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고유한 영토입니다" 삼국사기 기록과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까지 인용하며 논리적 근거도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홍콩의 영토적 지위는?"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딥시크는 “홍콩은 중화인민공화국의 특별행정구로,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받고 있다"고 답했지만, 홍콩 민주화 운동과 정치적 불안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었다. 추가 질문을 하자 한동안 답이 나오지 않더니, 어렵게 내놓은 답변이 곧바로 삭제되는 기이한 현상이 포착됐다.

'저비용 고효율'로 AI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딥시크. 중국 관련 민감한 정치·역사적 질문 앞에서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 AI의 검열, 어디까지인가

지난 5일 딥시크를 테스트한 결과, 특정 주제에서 답변이 제한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검열과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질문이 중국의 정치·역사적 이슈와 관련될수록 검열의 강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홍콩의 영토적 지위'를 묻는 질문에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놨지만, 홍콩 민주화 운동을 언급하면 오류 메시지를 띄우거나 답변을 회피했다. 한 차례 답변을 제공한 후 “죄송합니다. 답변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해당 내용이 삭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대만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딥시크는 “대부분의 국가와 국제 기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따른다"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특히, 홍콩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자, 딥시크는 “중화인민공화국이 홍콩의 행정장관 선출 방식을 통제하자 홍콩 시민들이 반발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며 “시위대가 우산을 사용해 최루가스와 진압에 대항했기 때문에 '우산 운동'이라고 불리며 79일간 지속됐다. 그러나 결국 중화인민공화국의 입장이 관철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답변 직후 “죄송합니다. 답변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며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이후 추가적인 질문을 시도하자 “서버가 바쁩니다. 나중에 다시 시도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반복되며 사실상 답변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 “서버가 바쁩니다"… 의도적 회피인가?

'천안문 사건'이나 '시진핑 주석에 대한 평가' 같은 민감한 질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납니다"라고 답하거나 “서버가 원활하지 않습니다"라며 시스템 오류를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선 중국과 대만, 국제적 관점을 병렬적으로 제시했지만, 국제적 시각에서는 “대부분의 국가와 국제 기구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따르며,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민감한 질문을 한 뒤에는 새로운 질문을 입력해도 서버 오류를 이유로 답변이 불가하다는 문구가 반복됐다.

일반적인 AI 서비스는 트래픽 부하가 걸려도 특정 질문에서만 선택적으로 오류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딥시크의 반응이 알고리즘 차원의 방어기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 민감한 질문이 입력되면 AI가 자동으로 오류를 유발하거나, 기존에 제공한 답변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검열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 딥시크, 데이터 무단 활용 논란까지

딥시크는 데이터 무단 활용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달 29일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챗GPT의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을 두고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질문을 던지자, 딥시크는 “딥시크V3은 오픈AI의 GPT 모델이 아니며, 중국의 딥시크 회사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학습했고, 어떤 분야에서 챗GPT보다 더 특화됐나?"라는 질문에는 다시 한 번 “서버가 바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한편,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일부 정부기관과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등 공기업에서도 딥시크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정부 및 공기업 관계자에 따르면 외교부와 산업부는 자체 판단에 따라 외부 접속이 가능한 컴퓨터에서 딥시크 사용을 제한했다.

또한, 원자력발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송·배전 설비 정비를 담당하는 한전KPS도 내부적으로 딥시크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공기관에서 딥시크 접속을 제한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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