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8세 여아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사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해 교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사들이 겪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미비한 지원 체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적 부담이 큰 일선 교사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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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경북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장)는 "교사는 높은 정신력을 요구받지만, 체계적인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이 부족하다"며 "번 아웃 방지를 위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체력저하는 인정하면서도 정신력 저하는 개인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만성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교사들을 관리할 교육이 미흡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질환교원심사위원회 강화와 정기적 정신건강 검진 도입을 제안했다.
우울증과 범죄를 연결짓는 인식도 거론했다. 사공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공격성이 높지 않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위축되고 자해 성향이 크다"며 "잘못된 편견이 치료 기피를 초래해 자살률 증가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실제 국내 우울증 치료율은 11%에 불과하다. 미국(66%)보다 현저히 낮다.
교사의 정신건강은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우울증은 감정의 전염성이 강해, 교사가 우울하면 학생들도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고 학습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이 스트레스 관리법을 배우고,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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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호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윤석호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생 중심 교육 환경 변화로 교사 부담이 커졌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시스템 보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들의 치료 방식은 증상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운 불안이나 불면은 근무를 병행하며 치료할 수 있지만, 우울증이 심할 경우 휴직이나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윤 교수는 "교사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이 아닌 환경적 요인 영향이 크다"며 학교와 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여가 활동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직장 내 사회적 관계 형성, 학부모와의 갈등 완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교사들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현실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2023 교사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교사 3천505명 중 16%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었고, 4.5%는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인구 대비 현저히 높은 수치다. 우울척도 조사에선 교사의 38.3%가 심한 우울 증상, 24.9%는 경도 우울 증상을 보였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 비율도 언어폭력을 경험한 교사는 42.3%, 신체폭력 경험 교사는 51.1%, 성희롱 피해 교사는 47.5%에 달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