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브루탈리스트…전쟁 트라우마 딛고 예술혼 피워낸 천재건축가의 초상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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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4  |  수정 2025-02-14 08:25  |  발행일 2025-02-14 제16면
[금주의 영화] 브루탈리스트…전쟁 트라우마 딛고 예술혼 피워낸 천재건축가의 초상
상영시간 215분의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예술과 인간, 전쟁과 상흔에 대한 이야기다. <유니버셜픽처스 제공>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오는 3월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고 기대작 중 하나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무려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미 '제81회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제82회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까지 두루 수상했다.

브래디 코베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예술과 인간, 전쟁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천재성을 가진 한 예술가가 참혹한 전쟁을 거치는 가운데 처절히 무너지고, 좌절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예술혼을 불태우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제목으로 차용한 브루탈리즘은 1950년대 영국의 전후 복구 과정에서 등장한 일종의 건축양식이다. 노출 콘크리트나 벽돌과 같은 소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미니멀리즘 구조로, 비잔틴·로코코와 같은 장식적 디자인보다 구조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건축가 라즐로 토스는 전쟁의 상흔을 뒤로 하고 미국에서 이민자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녹록지 않은 현실의 무게와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서 힘들어 하던 어느 날, 라즐로의 천재성을 꿰뚫은 사업가 해리슨이 기념비적인 건축물 설계를 제안한다.

하지만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어 대담하고, 담대하기까지 한 그의 건축 세계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결국 혁신을 자초한 라즐로의 작품은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하는데….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천재 건축가 '라즐로 토스'를 연기한 애드리언 브로디가 주는 놀라운 존재감이다. 전쟁의 상흔을 혁신적 예술로 승화시킨 한 건축가의 산고를 훌륭한 내면 연기로 펼쳐냈다.

2003년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애드리언 브로디는 이번에 다시 한번 수상에 도전한다. 그는 헝가리 난민의 아들로 자란 실제 경험을 영화 전편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또 '피아니스트'에서 연기했던 유대인 작곡가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연기 경험도 떠올렸다. 각각 다른 인물이지만 한곳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상처받은 예술가의 영혼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찾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브래디 코베 감독은 무려 7년에 걸쳐 작품을 완성했다. 마치 실존 인물처럼 느껴지는 주인공 라즐로 토스는 감독이 창조해낸 허구의 인물이다. 요즘 영화 촬영현장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비스타비전 필름 포맷으로 촬영된 것도 이 영화가 가진 독창적 매력의 하나다. 시멘트 바닥에서 하늘까지 모두 담을 수 있는 놀라운 시야각 덕분에 건축물의 전체 구조와 동시에 콘크리트가 가진 디테일한 모습을 프레임 안에 담아낼 수 있었다. 김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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