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대구국제성악콩쿠르

  • 곽보라 아트메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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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8  |  수정 2025-02-18 08:35  |  발행일 2025-02-18 제17면

[문화산책] 대구국제성악콩쿠르
곽보라〈아트메이트 대표〉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나무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거친 바람과 가뭄을 견디며 자란 나무가 마침내 단단한 줄기를 뻗어 올릴 때, 그것은 한 시대를 증명하는 존재가 된다. 대구국제성악콩쿠르는 그렇게 자라난 한 그루 나무다. 누구도 생각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세계적 무대로 나아가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나무가 더욱 무성해지려면 햇빛과 비가 필요하듯 이 무대가 더욱 빛나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대구국제성악콩쿠르는 1983년 '전국성악경연대회'로 출범한 이래, 한국음악계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고 세계 무대에서 국위를 선양하는 성악가를 발굴하는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여타 콩쿠르와 달리 '성악 단일부문 콩쿠르'라는 자부심은 해를 거듭할수록 전국의 젊은 인재들이 대구로 모여들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열정은 팬데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으며, 2024년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orld Federation of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s, 약칭 WFIMC)에 가입 승인을 받으며 저력을 증명했다.

안타까운 것은 대구국제성악콩쿠르가 WFIMC에 가입되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많은 사람이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산하 기구인 WFIMC는 세계 음악콩쿠르 중 조직력이나 프로그램 내실 면에서 최상위권에 달하는 콩쿠르만을 엄격하게 선발해 회원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연맹에 속한 콩쿠르를 살펴보면 그 무게를 체감할 수 있는데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같은 명망있는 대회가 모두 WFIMC의 회원이다. 이제 대구국제성악콩쿠르도 이들처럼 국제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콩쿠르로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이 다져진 것이다.

WFIMC 가입은 하나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대구국제성악콩쿠르가 대구의 위상을 높이는 문화 브랜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공공 재정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예산 지원의 수준은 국내 다른 WFIMC 가입 콩쿠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술에 후원이 필요하다는 말은 진부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콩쿠르의 국제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대구국제성악콩쿠르는 지난 40여년 동안 대구 음악계에 새겨진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에서 탄생한 대구국제성악콩쿠르가 잠재적 가치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곽보라〈아트메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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