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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을 이틀 앞둔 27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교회에서 열린 대구형무소 역사관 개관식을 찾은 시민들이 역사관 영상존을 둘러보고 있다. 이윤호기자 |
삼덕교회 60주년기념관 2층에 마련된 역사관은 총면적 121.83㎡ 규모로, 전시·영상·추모존으로 구성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당시 고초를 겪은 독립운동가의 얼굴이 관람객을 맞는다. 경북 안동 출신의 저항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를 비롯해 구두 안창에 독립선언문을 숨겨가며 독립운동을 주도한 김영랑, 밀양경찰서를 겨냥해 폭탄을 던진 최수봉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만나볼 수 있다.
옛 전화기를 연상시키는 검정색 수화기도 눈에 띈다. 수화기를 들어 버튼을 누르면 독립운동가의 시 혹은 사건을 성우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박상진 옥중 절명시' 버튼을 눌러봤다. 그러자 "다시 태어나기 힘든 이 세상에 남자로 태어났건만 이룬 일 하나 없이 저세상 가려 하니 청산이 비웃고 녹수가 찡그리네"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샌드아트'로 표현한 영상존, 애국지사에게 편지를 작성해 남길 수 있는 추모존도 마련됐다. 골목 문화해설사가 상주한다.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독립지사는 216명으로, 서울 서대문형무소(175명)보다 많다. 서대문형무소가 일부 건물이 보존돼 일제의 만행을 증언하는 역사현장으로 활용된 데 반해, 대구형무소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나마 형무소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조그마한 상징 조형물과 담벼락이 전부였다. 지역사회에선 대구형무소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이제라도 조성돼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우대현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상임대표는 "역사관이 역사 의식을 고취하는 현장교육의 장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관식에는 류규하 중구청장을 비롯해 삼덕교회 관계자, 지역주민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역사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일요일 휴관)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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