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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빈<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
"아이가 4살인데 공연 관람 가능한가요?" 종종 문의 전화가 온다. 달서가족문화센터는 3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셋째 주 수요일 저녁 4층 소공연장에서 '우리 동네 가족공연'을 연다. 성악, 국악, 무용, 연극 등 장르도 다양하다. 연령 제한은 없다. 가족 단위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다. 다만, 어린 아기의 경우 공연 중에 울거나 보채는 등 관람에 방해가 될 우려를 부모에게 상기시킨다.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난감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화장실을 자주 간다. 부득이하게 무대 쪽 앞문으로 나가야 한다. 공연 흐름이 깨질세라 노심초사일 때가 많다. 공연을 못 보게 할 수는 없는 터. 행사 시작 전 관람 에티켓에 대한 문자 안내를 꼭 챙긴다. 맨 뒷좌석에서 아이를 업고 서서 보는 이들도 있다.
몇 년 전 영·유아(0~36개월)와 부모를 대상으로 한 '맘마 콘서트'를 열었다. 맘마 콘서트는 일단 지켜야 할 관람 에티켓이 없다. 공연장 안에 유모차가 들어와도 된다. 울어도 된다. 돌아다녀도 된다. 이런 환경에서 연주자는 혼이 쏙 빠진다. 집중하기 힘든 공연이지만 교육적 의미가 있기에 괜찮다는 클라리넷 연주자의 소회가 기억난다.
공연을 꼭 조용하게 앉아서만 봐야 할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은 관람 에티켓을 조금 느슨하게 해도 좋겠다. 타인에게 피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제를 배울 수 있지만, 공연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자유롭게 느낄 기회도 된다. 미국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뉴욕 컬럼비아대 맥신 그린 명예교수는 저서 '블루 기타 변주곡'에서 "예술작품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진정한 예술교육은 직접 자유롭게 느낄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상주철학가로 활동한 링컨센터는 '(Very) Young People's Concerts'를 진행한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아 3~6세, 6~12세 자녀와 부모를 대상으로 'Relaxed Performance'를 진행한다. 공연 시작 전에 항상 체험활동이나 음악게임을 한다. 공연을 볼 때 밝은 조명 아래서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다. 소음을 줄여주는 헤드폰도 있다. 직원들 또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공연장을 놀이터에서 놀 듯, 도서관 드나들 듯 부담없이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 예술교육의 보물섬과도 같은 장소로서 스스로가 마음껏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공연 감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야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공연장 이용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더 많은 예술 거장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없어도, 예술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을 만든다." by 맥신 그린
박영빈<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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