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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애 (사회적기업 〈주〉ODS 부설 다문화교육연구 소 소장) |
재정착 난민은 박해나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외국인 체류자나 정책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지역 사회를 이루고 살아갈 새로운 이웃이다. 한국에 정착한 미얀마 카렌족 난민들은 이미 부평구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 희망과 두려움은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다.
부평구의 미얀마 난민 정착 경험은 단순한 정책 사례가 아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웃으로 어울려 살아가는 생생한 이야기다. 초기의 어색함과 오해를 넘어,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함께 지역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지역 주민들은 난민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난민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했다.
울산의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경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이들이 점차 이웃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있었다. 아이들은 같은 학교에서 배우고, 어른들은 같은 일터에서 땀을 흘리며, 서로의 삶에 스며들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 사회가 더 포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영양군에 정착할 난민들은 단순한 인구 통계의 숫자가 아니라, 영양군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구성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 경험, 기술, 꿈을 가지고 와서 영양군의 문화적 다양성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난민들의 정착은 영양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세계를 품는 시야를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언어의 장벽, 문화적 차이,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도전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은 함께 극복해나가면서 더 강한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난민들과의 공존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준비와 지원이 필요하다. 언어 교육, 직업 훈련, 문화 교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난민들이 지역 사회에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이해 교육과 교류 행사를 통해 상호 이해와 존중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인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이제껏 함께 온 우리 지역 주민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 스스로 난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려는 준비가 되어야 그들과 공존, 상생할 수 있다.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 허리에 꿸 수는 없다.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에워가라고 했다. 영양군이 인구위기를 난민수용으로 성공적으로 해결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명확한 청사진을 수립하고 지역주민을 주도적 참여자로 세우는 지자체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영양군의 난민 수용은 단순한 인구 정책이나 행정적 결정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이웃을 맞이하고, 함께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공동체적 결단이다. 난민들은 단순한 정책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갈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과 꿈, 희망과 두려움은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다.
개인이 집을 지을 때도 먼저 설계도를 그리고 자신의 삶이 녹아들 공간을 구상한다. 유능한 건축가는 건축주의 생활패턴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 집에 담긴 꿈을 경청하며, 때로는 건축주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건축주의 비전을 함께 그려가며 소통할 때 비로소 살아가는 내내 행복을 선사하는 집이 완성된다. 지금부터라도 영양군은 인구증대라는 웅장한 건축물을 위한 철저한 설계도를 마련하고, 지역주민을 진정한 건축주로 세워 함께 미래를 쌓아가야 한다. 그때 비로소 난민과 주민 모두가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완성될 것이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영양군의 새로운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윤미애 (사회적기업 〈주〉ODS 부설 다문화교육연구 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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