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군의 전통사찰인 운람사가 산불이 덮치면서 전소됐다.<독자제공>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전통사찰 운람사가 전소됐다.
지난 22일 오전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불이 운람사 뒤편까지 확산되자 산불진화대와 신도들은 사찰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의 진화 작업을 벌였다. 헬기가 투입되면서 큰불을 막고 잔불을 정리하는 동안 불길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이날 오후 5시쯤 강풍이 불면서 화세가 다시 거세졌다.
결국 산불진화대원들은 더 이상 불길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대피를 지시했다. 사찰을 끝까지 지키려던 스님과 신도들은 눈물을 머금고 마을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후 오후 8시쯤 다시 운람사를 찾았으나, 이미 사찰은 전소된 상태였다.
이번 화재로 인해 운람사 내 주요 건물들인 보광전, 청허당, 공왕루, 공양간, 창고가 전소됐다. 수선당은 반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1988년 전통사찰로 지정된 운람사는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을 비롯해 불상과 불화, 현판 등 24종의 유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행히 스님과 신도들은 화재 발생 후 유물들을 신속히 마을회관으로 옮긴 뒤, 이후 조문국 박물관으로 이관해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호할 수 있었다.
23일 오후에도 산불은 사찰 주변에서 계속 번지고 있어 관계자들도 현장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륜 스님(고운사 총무)은 “사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화마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며 “사찰을 잃어 너무나 안타깝고 속상하지만,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운람사 화재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지역 문화유산의 손실이라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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