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사현장 내 레미콘 생산시설인 '현장 배치 플랜트' 설치 기준 완화를 추진하자, 레미콘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지역 레미콘 차량 모습. <영남일보DB>
국토교통부가 공사현장 내 레미콘 생산시설인 '현장 배치 플랜트' 설치 기준 완화를 추진하자, 레미콘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현장 배치 플랜트 기준 완화는 기존 건설자재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현장 배치 플랜트 설치·생산 기준 완화를 골자로 한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지난 20일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현행 업무지침에 따르면 현장 배치 플랜트는 레미콘 믹서트럭으로 90분 이내 운반이 불가능한 도서·벽지지역, 교통체증지역 등에만 설치 가능하며 외부 반출은 불가하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런 규정을 없애 도심 건설 현장에도 배치 플랜트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 투입할 레미콘 물량 100%를 현장 배치 플랜트를 통해 생산할 수 있게 돼 중소 레미콘 업체들은 일감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개정안이 중소 레미콘 업체의 사업조정 신청을 일괄 기각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은 중소 레미콘 업체가 사업조정을 신청할 경우 주변 레미콘업체가 물량의 50%를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일괄 기각하겠다는 국토부의 지침은 상생협력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레미콘공업협회 등 중소 레미콘 업체로 구성된 단체들은 현장 배치 플랜트 설치를 법에 따라 사업조정절차를 거치고 레미콘 공급이 불가능한 특정 현장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요청하는 의견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일부 건설 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시멘트 공급 차질과 레미콘 운반 사업자들의 운반거부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레미콘 가동률이 역대 최저인 17%로 하락한 상황에서 현장배치플랜트 설치조건을 완화해 새로운 공급자를 진입시키는 것은 건설산업 활성화를 위해 건설자재업체를 고사시키는 역차별"이라며 “주변 레미콘업체들의 수주기회를 박탈하고 심각한 생산 과잉화를 부추겨 업계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항"이라고 지젹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일부 건설 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건 정부 규제 및 통제에 따른 부작용이 원인으로, 생존권 사수를 위해 전국 1천79개 레미콘업체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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