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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소방서 소방관들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산불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영양군 제공〉 |
영양군청 직원들은 주민 대피를 위해 관용차와 개인 차량을 동원했고, 주민을 대피소로 옮기는 와중에도 반대편 도로에서는 소방차들이 거세게 타오르는 화마를 향해 돌진했다. 사람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사이렌 소리가 긴박하게 울렸다.
영양군은 올해 2월24일 그토록 바라던 소방서를 개소했다. 그간 군에는 소방서가 없어 영양읍과 입암면의 안전센터 두 곳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영양군은 "어디에 살든 국민의 안전은 차별 없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꾸준히 소방서 유치를 추진했고, 결국 3과 2센터 1지역대 2전담대, 총 106명의 소방공무원과 195명의 의용소방대원, 장비 25대를 갖춘 '영양소방서'가 문을 열었다.
마을 20곳·문화재·발전시설 등
주요 지점 사수, 피해 최소화
자택·과수원까지 잃은 대원도
밤잠 설치며 화마에 맞서 진화
이번 산불은 영양소방서가 개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맞닥뜨린 첫 대형 재난이었다. 화재는 7일 동안 이어졌고, 이 기간 소방대원들과 의용소방대원들은 불과 싸우며 밤잠을 설쳤다. 강한 바람과 불길 속에서도 소방대원들은 손이 부서질 듯 호스를 틀었고, 소방차는 끊임없이 물을 실어나르며 산불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석보면 13개 마을과 입암면 7개 마을 주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문화재와 발전시설,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등 주요 지점을 사수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휘팀장으로 현장을 누빈 김성진·김상규·황병학 소방경은 산불로 자택과 과수원을 잃었지만, 자신의 삶보다 주민의 안녕을 먼저 지켰다. 위험 속에서도 소방관의 본분을 지킨 이들의 헌신은 진화작업의 버팀목이 됐다. 31세의 한 소방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불길은 계속 번지고 물은 끝없이 뿌려야 했지만, 한 생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끝까지 버텼다"고 말했다. 오도창 군수는 "소방대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번 재난의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운홍기자 jwh@yeongnam.com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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