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소방서 소방관들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산불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영양군 제공>
지난 3월25일 오후 6시4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일대 야산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기가 건조한 데다 순간 시속 100㎞에 육박하는 강풍이 불면서 불은 순식간에 능선을 넘어 마을과 도로를 집어삼켰다. 예측이 어려운 불길이 강풍을 타고 여러 마을로 빠르게 번진 것이다. 피할 틈도 없이 화재 연기에 갇힌 주민들은 대피 경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번져가는 불을 보고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영양군청 직원들은 주민 대피를 돕기 위해 관용차와 개인 차량을 동원했다. 이런 와중에 반대편 도로에는 이미 소방차들이 진화작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소방관들은 소화호스를 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산불과 사투를 벌인 것이다. 이날 영양소방서 대원들의 활약 덕분에 답곡리 주민들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운명이었을까. 영양군은 올해 2월24일 그토록 바라던 소방서를 개서했다. 영양군을 비롯해 경북 5개 시·군을 잿더미로 만든 산불이 발생하기 불과 1개월 전이었다. 그동안 영양에는 소방서가 없어 안동소방서 소속 두 곳(영양읍·입암면)의 안전센터에 의존해왔다. 영양군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안전을 위해 소방서 유치가 필수적이란 판단에 따라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영양군은 정부와 경북도 등을 상대로 소방서 개서 필요성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 결과 3과 2센터 1지역대 2전담대의 조직을 갖춘 '영양소방서'가 개서하게 됐다. 소방공무원 106명과 의용소방대원 195명이 장비 25대를 갖추고 이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경북 산불은 영양소방서가 개서한 후 처음으로 맞닥뜨린 대형 재난이었다. 화재는 일주일간 이어졌고, 이 기간 소방대원들과 의용소방대원들은 화마와 목숨을 건 싸움을 벌였다. 강풍과 뜨거운 불길 속에서도 소방대원들은 화재 진화용 호스를 놓지 않았고, 소방차는 끊임없이 물을 실어나르며 산불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휘팀장으로 현장을 누빈 김성진·김상규·황병학 소방경은 이번 산불로 본인의 집과 과수원을 잃은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현장 대응을 책임졌다.
이에 영양소방서 대원들은 석보면 13개 마을과 입암면 7개 마을 주변에 방어선을 구축한 뒤 문화재와 발전시설,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등 주요 지점을 사수하며 산불 피해 최소화에 앞장섰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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