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소방서 개소 한 달 만에 덮친 불길…'생명 방어선' 지켰다

  •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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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0  |  수정 2025-04-10 07:55  |  발행일 2025-04-10 제8면
영양군 첫 소방서 대원들의 '7일간의 사투'
영양소방서 개소 한 달 만에 덮친 불길…생명 방어선 지켰다
영양소방서 소방관들이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산불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영양군 제공〉
지난 3월25일 오후 6시4분, 경북 영양군 석보면 답곡리 일대 야산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기가 건조한 데다 순간 시속 100㎞에 육박하는 강풍이 불면서 불길은 순식간에 능선을 넘고 마을과 도로를 집어삼켰다.

영양군청 직원들은 주민 대피를 위해 관용차와 개인 차량을 동원했고, 주민을 대피소로 옮기는 와중에도 반대편 도로에서는 소방차들이 거세게 타오르는 화마를 향해 돌진했다. 사람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사이렌 소리가 긴박하게 울렸다.

영양군은 올해 2월24일 그토록 바라던 소방서를 개소했다. 그간 군에는 소방서가 없어 영양읍과 입암면의 안전센터 두 곳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영양군은 "어디에 살든 국민의 안전은 차별 없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꾸준히 소방서 유치를 추진했고, 결국 3과 2센터 1지역대 2전담대, 총 106명의 소방공무원과 195명의 의용소방대원, 장비 25대를 갖춘 '영양소방서'가 문을 열었다.


마을 20곳·문화재·발전시설 등
주요 지점 사수, 피해 최소화
자택·과수원까지 잃은 대원도
밤잠 설치며 화마에 맞서 진화



이번 산불은 영양소방서가 개소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맞닥뜨린 첫 대형 재난이었다. 화재는 7일 동안 이어졌고, 이 기간 소방대원들과 의용소방대원들은 불과 싸우며 밤잠을 설쳤다. 강한 바람과 불길 속에서도 소방대원들은 손이 부서질 듯 호스를 틀었고, 소방차는 끊임없이 물을 실어나르며 산불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석보면 13개 마을과 입암면 7개 마을 주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문화재와 발전시설,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등 주요 지점을 사수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휘팀장으로 현장을 누빈 김성진·김상규·황병학 소방경은 산불로 자택과 과수원을 잃었지만, 자신의 삶보다 주민의 안녕을 먼저 지켰다. 위험 속에서도 소방관의 본분을 지킨 이들의 헌신은 진화작업의 버팀목이 됐다. 31세의 한 소방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불길은 계속 번지고 물은 끝없이 뿌려야 했지만, 한 생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끝까지 버텼다"고 말했다. 오도창 군수는 "소방대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이번 재난의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운홍기자 jw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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