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공부단상

  • 박영빈 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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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15  |  수정 2025-04-15 08:14  |  발행일 2025-04-15 제17면

[문화산책] 공부단상

달서가족문화센터 가족친화 프로그램으로 '유레카극장'이 있다. 명사초청특강으로 주이용객이 주부들이니만큼 육아나 교육을 주제로 할 때가 많다. 2022년 공부시리즈를 기획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님의 '공부의 본질',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님의 '1등급 공부법'을 내걸었다.

명사를 섭외할 때는 언제나 간절하다. 명사마다 마음을 담아 사연을 쓴다. 유수의 명사들은 서울에 살거나 주활동지가 서울이다. 서울 근교도 아닌 대구, 작은 동네 문화센터까지 오실까 싶었다. 강의 요청 건수가 한 해 6천 건이 넘는다는 최재천 교수님. 강연 수락 기준이 출연료나 행사 규모보다 '교육'에 관한 주제라면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이런 행운이!

우리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한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지만 대학 입시는 여전히 삶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자신의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오는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1번부터 끝 번호까지 점수와 석차가 칠판 옆에 붙었다. 0교시부터 야간자율학습까지 입시 지옥을 보냈다.

김경일 교수님을 만났더라면 입시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는 특강 '1등급 공부법: 재미있게 공부하자'에서 공부 비법을 알렸다. 게임에는 많은 단계의 레벨이 있다. 아이들은 그 레벨을 통과할 경우 성취감을 느낀다고. 성취의 즐거움이 있기에 게임 중독에 빠진단다. 공부도 게임처럼 성적이 쑥쑥 오르는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공부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려면 작은 목표부터 세워야 한다. 하나씩 조금씩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를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모두가 의대를 지망하는 대한민국 현실. 최재천 교수님은 '다양성'을 강조했다. '공부의 본질: 공부, 왜 해야 하는가'에서 대학시절 에피소드를 풀었다. 소개팅을 딱 2번 했다. 비인기학과인 동물학과가 부끄러워 숙대생이 독문학과로 알아들었지만 모른 척 했다고. 4학년 때 진로 때문에 방황도 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지금, 적어도 수업 듣는 학생 모두 밥 사줄 정도는 된다며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 자부한다.

대학 입시만 끝나면 공부도 끝인 줄 알았다. 학창 시절에 하는 공부가 전부라 생각했다. 공부는 좋은 대학 가기 위한 것이었다. 명문대를 못 가면 인생 망하는 줄 알았다. 시험 등수가 인생 등수는 아니다. '스무 살에 내 인생이 끝났다고 결론짓기엔 아직 남은 시간이 많다. 뭐든지 도전해보자.' 공부 결핍은 삶의 동기부여가 되었다. 나는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한다. 입시 공부는 끝이지만 인생 공부는 계속된다.

박영빈<달서가족문화센터 운영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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