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11.15촉발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가 16일 포항 지진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포항11.15촉발지진 위자료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경북 포항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뭉쳤다. 2023년 11월 1심 판결 이후 잠잠했던 지진 이슈가 재부각되면서 지역민들은 사법부를 압박하고 나섰고, 이에 따라 재판에서 지열발전과의 인과관계를 부정했던 정부는 더욱 부담감을 느끼게 됐다.
포항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16일 포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판결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며 호소문을 재판부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2017년 포항 촉발 지진 발생 이후 결성된 시민단체다. 정부조사단의 지진 원인 조사와 포항지진특별법 제정 등의 과정에서 시민의 뜻을 모아 상경 시위를 펼치는 등 주도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범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열발전사업과 포항지진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미 여러 기관을 통해 명백히 밝혀졌다"면서 “하지만 국가는 법적 책임을 면피하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을 향해서도 “이번 판결은 대한민국이 피해자와 약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국가에 의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피해자들의 상처에 진심으로 응답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범대위의 기자회견에 앞서 포항시의회도 결의문을 발표하며 힘을 보탰다. 포항시의회는 지난 15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포항 촉발지진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공정한 판결과 국가 책임이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재판부가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길 촉구하는 동시에 책임 회피성 변론을 이어가는 정부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김일만 의장은 “정부는 포항촉발지진과 지열발전사업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지진 피해자들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라며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도 지난 7일 재판 촉구를 탄원하는 시민 서명부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위자료 청구소송과 관련해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5월 13일로 예정된 항소심 선고 발표 이후에는 정의로운 재판부의 판단을 요청하는 시민 서명운동을 지속하며 지역 사회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강창호 범대위 위원장은 “이번 재판이 7년 6개월간 이어진 고통을 끝내고, 피해시민들의 삶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정부는 진심 어린 사과와 실질적인 배상 및 재발 방지 조치로 응답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 정치 리더들의 침묵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양만재 범대위 부위원장은 “시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정치인인 지역 국회의원들은 아직까지도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라며 “그들이 시민단체보다 먼저 앞장서서 성명서를 발표해야 하는 게 도리라고 본다"고 했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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