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시간을 품고 미래를 잇다 .6] 드라마 in 상주

  • 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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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22  |  수정 2025-04-22 08:19  |  발행일 2025-04-22 제12면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의 도시' 황홀한 그곳 나도 모르게 찾아갔네
[상주, 시간을 품고 미래를 잇다 .6] 드라마 in 상주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에 위치한 '경천섬'은 낙동강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하중도로 드라마 속 배경뿐만 아니라 여행 및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소개되는 핫 플레이스이다.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오프닝에서는 주인공인 사쿠라기 하나미치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철도 건널목 앞에서 농구 가방을 어깨에 멘 채 서 있는 뒷모습이 등장한다. 우리에게는 강백호로 알려진 빨간 머리의 고교생이 손을 들고 환하게 웃는 그 짧은 순간은 많은 이들에게 '청춘'의 아름다운 한 장면으로 각인되었다.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실제 장소,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에 위치한 가마쿠라코코마에역 앞 건널목은 지금도 그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 하는 팬들로 넘쳐난다. 세계 각국의 팬들은 바다가 보이는 역 앞에서 실제로 농구 가방을 멘 강백호가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환상에 빠진다. 이처럼 이야기를 더욱 현실감 있게 담아내는 배경은, 화면 속에서도 명장면을 만들어 내지만 현실 공간을 찾은 관광객에게도 각자의 인생 명장면을 선사한다. '드라마 성지 순례'라는 이름으로 명장면의 배경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유행하는 이유다.

최근 상주가 드라마 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이야기와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명장면의 고장, 상주가 드라마틱해지고 있다.

[상주, 시간을 품고 미래를 잇다 .6] 드라마 in 상주
tvN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의 배경이 된 상주 북천 시민공원. 북천은 상주시 모서면 대포리 안심산에서 발원하여 내서면과 상주 도심을 거쳐 가는 지방 하천으로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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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무우정. 상주시는 친환경적이고, 역사적인 관광자원을 활용해 드라마 콘텐츠 환경을 적극 조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다양한 드라마의 제작 지원에 나서면서 명장면 속 명장소를 배출해 내고 있다.
[상주, 시간을 품고 미래를 잇다 .6] 드라마 in 상주
상주 남장사 전경.

◆드라마 속 그 장면, '거기'가 상주라고?

로맨스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서로를 향한 두 주인공의 사랑이 극대화되려면 특별하지만, 일상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있는 청춘, 누구나 느껴보는 사랑의 감정은 '익숙하지만,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는 장소'에서 펼쳐질 때 시청자를 거부감 없이 그 공간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덕후라면 이쯤에서 '상주'를 떠올릴 만하다. 지난해 12월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원수의 집안에서 같은 날 같은 이름으로 태어난 석지원(남자)과 윤지원(여자)의 유쾌한 로맨스가 펼쳐졌다. 풋사과 같은 열여덟의 여름, 아픈 이별을 겪은 후 성인이 되어 학교 이사장과 선생으로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추억과 현실을 오가며 사랑의 결실에 다다른다. 어설펐던 열여덟의 그들도, 성숙한 어른이 된 그들도 '익숙하지만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는 장소'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곳
봄에는 벚꽃길로 유명한
북천시민공원의 놀이터

'불멸의 이순신' 등 명소
기암절벽·오래된 솔숲
비경 장각폭포도 유명세

낙동강에 떠있는 경천섬
'이혼보험' '우아한 제국'
'지금 거신 전화는' ……
드라마에 가장 많이 등장
상주 최고 명소 자리매김

'영상산업 클러스터' 조성
경북도 정책 중심에 상주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장소는 상주시 '북천시민공원'의 한 놀이터이다. 북천은 상주시 모서면 대포리 안심산에서 발원하여 내서면과 상주 도심을 거쳐 가는 지방 하천으로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봄에는 벚꽃길로도 유명한 도심 속 공원이다. 밤이 되면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 가로등 불빛이 북천의 물 위로 비치는데, 별빛의 행진처럼 묘한 운치를 자아낸다. 평범한 일상에 잔잔한 불빛을 드리운 듯한 그 풍경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설렘을 안겨준다. 시청자들에게도 북천시민공원은 '풋풋한 첫사랑'으로 기억되고 있다.

두 주인공의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아지트이자 데이트 장소였던 장각폭포도 주목할 만하다. 금란정과 함께 사극 '무인 시대'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 영화 '낭만자객' 등에도 자주 등장한 장소로 폭포 위의 기암절벽과 오래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비경이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는 시공간적인 조화를 이룬다.

상주시는 이처럼 상주시가 가진 친환경적이고, 역사적인 관광자원을 활용해 드라마 콘텐츠 환경을 적극 조성해 나가고 있다. 특히 2023년부터 다양한 드라마의 제작 지원에 나서면서 명장면 속 명장소를 배출해 내고 있다.

2023년 방영된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우아한 제국' '환상 연가'와 2024년 방영된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지금 거신 전화는' 뿐만 아니라 현재 방송 중인 '이혼보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드라마가 상주를 배경으로 펼쳐졌다. 상주시의 경천섬, 학 전망대, 맥문동 솔숲, 중앙시장, 외서초등학교, 성주봉자연휴양림, 상주곶감 공원,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태평성대 경상감영공원, 갑장산과 비봉산, 남장사, 상주보 오토캠핑장, 명주정원 등 다양한 장소가 드라마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주요한 배경으로 활용되었다. 

[상주, 시간을 품고 미래를 잇다 .6] 드라마 in 상주
상주 곶감공원 전경.
드라마를 통한 홍보는 관광객을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특산물을 알리는데도 효과적인 역할을 했다. 2023년 방영된 '무인도의 디바'에서는 가수에 도전하는 무인도 소녀 '서목하'(박은빈 역)가 옥탑방에 앉아 상주시 샤인머스캣을 먹으며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방송 관계자들에게 샤인머스캣을 선물로 나누어 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상주 곶감을 맛있게 먹는 장면은 상주시가 지원하는 여러 드라마에서 등장했다. 주인공들이 곶감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은 귀엽고 달콤한 장면으로 시청자의 기억 속에 남았다. '우아한 제국'에 등장했던 상주곶감공원과 감락원은 상주의 특산물과 관련된 숨겨진 명소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상주곶감공원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 창작 동화를 테마로 한 공원으로 가을에 찾으면 동화를 재연한 마을에서 감 말리는 풍경도 볼 수 있고, 감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 드라마에 가장 많이 등장한 장소 '경천섬'

그렇다면 드라마 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상주의 명소는 어디일까?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드라마에 나오는 명소는 바로 '경천섬'이다. 경천섬은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의 주인공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소로, '이혼보험' 속 아름다운 밤 풍경으로, '우아한 제국' '지금 거신 전화는'의 데이트 장소로 시청자들 앞에 선보였다. 상주시 중동면 오상리에 위치한 '경천섬'은 낙동강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하중도로 드라마 속 배경뿐만 아니라 여행 및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소개되는 핫 플레이스이다. 과거 드라마 '상도' 또한 경천섬 인근 지역에서 촬영되어 당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기도 했다.

2001년 방송된 후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던 상도 드라마 세트장은 현재 상주 주막으로 변신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약 20만㎡ 규모의 경천섬은 상주보 일대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장소로 상주의 다양한 관광자원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최근 경천섬 일대가 '친수 거점 지구'로 변경됨에 따라 약 8만 평(약 26만㎡) 규모의 부지에 체육시설, 오토캠핑장, 문화공원, 야외극장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관광 개발 또한 활기를 띨 예정이다.

또한 상주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열린 관광지 조성 사업' 공모에서 경천섬과 상주 국제 승마장이 선정되면서 국비 총 10억 원을 확보해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관광 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관광객이 불편 없이 관광을 즐길 수 있는 '무장애 관광 환경'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 명장면 관광 도시 상주로의 도약

세계적인 K-드라마의 시대, 이제는 국내 관광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 유입에도 드라마가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드라마 속 '그 장소'에 직접 가보기 위해 많은 해외 팬들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성지순례 코스'라는 여행 트렌드는 지역 경제와 문화 활성화에 큰 몫을 하게 된다. 지역에서 한 작품이 촬영될 경우 제작비의 10%가 지역에서 소비될 정도로 부가가치와 고용 효과가 높고, 이후 관광객 유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경북도는 문경과 상주, 안동을 중심으로 '영상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경북도에서 촬영하는 제작사에 대해 최대 7천만 원까지 지원을 확대하기도 했다. 경북도의 이 같은 정책의 중심에는 역시 상주시가 있다.

상주시가 품은 환경과 문화콘텐츠의 진정한 가치를 잘 포착해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순간과 공간'으로 만드는 것. 사랑이 이루어지는 곳,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 미래를 꿈꾸는 장소로 안성맞춤인 장소를 활용해 상주시를 찾는 모든 이의 명장면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상주시가 써 내려가고 있는 내일을 위한 한 편의 드라마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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