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네오 소라 감독의 첫 장편영화 '해피엔드'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름답고 고귀한 우정은 동서양 영화의 단골소재였다.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그린 '써니'를 비롯해 인종과 계급을 초월한 두 남자 이야기인 '그린북', 감옥에서 형성된 수감자들의 모습을 그린 '쇼생크 탈출' 등 여러 작품이 있다.
일본의 실력파 신예 네오 소라 감독의 데뷔작 '해피엔드' 역시 우정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감독은 학창시절 막역한 우정을 나누는 두 남자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과정을 통해 참된 우정과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품의 무대는 우리에게 곧 다가올, 어쩌면 이미 성큼 다가와 있는 '가까운 미래'다. 지진의 공포를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일본은 안전을 핑계 삼아 AI 감시 카메라를 사방에 도입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카메라는 오히려 인간을 구속하고, 감시하는 도구로 탈바꿈한다.
'유타'와 '코우'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는 친구 사이다.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둘이지만 자라온 환경과 배경은 매우 다르다. '유타'는 부유한 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반면 재일 한국인 '코우'는 장학금에 의존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은 친구들과 밤늦게 동아리방에서 음악을 나누며 행복한 날을 보낸다. 늦은 밤 학교에서 음악을 즐기던 이들은 교장 '나가이'의 고급 스포츠카에 장난을 치게 되고, 이에 학교측은 AI 감시체계를 도입한다. 그날 밤 일본 총리는 대국민 긴급사태를 선포하고, 거리에는 반대시위가 격화한다. 학교 안과 밖에 상존한 혼란 속에서 유타와 코우의 우정은 조금씩 균열을 맞게 되는데…
감독은 일본이 낳은 세계적 뮤지션인 故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콘서트 필름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로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영화이자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제62회 뉴욕영화제 등에 잇따라 소개된 이번 영화에서 다양한 주제의식을 담아냈다.
친구 사이인 두 아이에게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차별, 감시 카메라의 철거를 요구하며 교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간 아이들의 목소리, 기득권의 회유와 압박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이들, 그리고 부패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고집하는 청춘의 모습 등이다.
특히 '행복한 결말'을 의미하는 제목 '해피엔드'는 영화를 관통하는 상징적 의미가 느껴진다. '해피'라는 밝고 긍정적인 단어에 '끝' '종말'을 의미하는 '엔드'를 결합해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청춘의 용기를 강조했다. 감독은 “젊은이들의 활기찬 에너지와 그들이 살아가는 어두운 세계의 대조를 함께 담아내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김은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