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하뉴스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전격 교체됐다. 정치권에선 3파전으로 치러진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1차 투표로 마무리되면서 당이 단합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산적한 현안 과제는 새 원내지도부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6일 선출된 직후 "어깨가 너무 무겁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역대 최다 득표 당선이라는 대선 결과를 내줬기 때문에 반성과 혁신,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면 국민의힘이 정권을 되찾기 어렵다는 점을 역설한 셈이다.
하지만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중도 확장 과제를 안고 있는 국민의힘이 또다시 TK 원내대표를 택했다는 비판은 애교 수준이다. 가장 먼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6월30일)와 전당대회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만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송 원내대표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비대위원장 임기는 스스로 말했듯이 6월30일"이라며 "만약 추가로 비대위 임기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전국위원회 의장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친윤'(친윤석열) 진영에선 김 비대위원장 임기 연장에 부정적인 시각이 큰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당내 잡음을 해결하는 것이 송 원내대표의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원내대표는 또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 관련, 당원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여론조사와 관련해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혁신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17일 송 원내대표가 제안한 '혁신위원회 구성'을 놓고 "생각은 존중하지만 혁신위를 통한 당내 혁신은 차기 당 지도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며 맞선 상태다. 김 비대위원장은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 의결을 통해 5대 개혁안에 대해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해준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사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거대 여당을 상대로 한 협상력과 함께 야당의 존재감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송 원내대표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3대 특검 대응과 19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추경안은 물론 대통령 형사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과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방송 3법 등 쟁점 법안을 두고도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여당을 상대해야 하는 야당 원내대표로선 투쟁 전략 마련과 함께 물밑 협상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송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첫 상견례 자리에서 "(민주당은) 이미 대통령을 배출하면서 국회의 입법권뿐 아니라 거부권(재의요구권)까지 가지고 있다"며 "합리적 평가를 받는 김병기 원내대표께서 여야 간 협치를 살리기 위해 좋은 방안이 협의되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원내대표를 맡았기 때문에 송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며 "송 대표가 당을 제대로 단합하지 못하면 또다시 TK라는 내부 불만부터 거대 여당까지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당 통합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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