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 지역화폐 '대구로'와 '먹깨비' 결제 현황. <대구시·경북도 제공>
올해 경북에 전국 최대 규모 지역화폐 국비가 편성돼 지역 공공앱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차 추경 당시 배분된 지역화폐 국비 4천억원중 인센티브용 300억원을 제외한 3천700억원을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 배정했다. 경북은 이 중 가장 많은 547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도비 197억원, 시·군비 459억원, 산불 피해지역 5개 시·군 특별지원금 91억원까지 더하면 지역화폐 예산만 총 1천203억원에 달한다. 이 예산을 바탕으로 경북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1조3천12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구시는 1차 추경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위한 국비 56억원만 확보했다. 시는 자체 예산을 매칭해 총 2천8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를 '대구로페이'를 8월부터 다시 발행(영남일보 6월20일자 1면 보도)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발행액(2천82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구시는 대전시(52억), 울산시(41억)과 함께 지역화폐 국비 확보 비중이 낮은 광역지자체 중 한 곳이다.
지역화폐 발행 규모의 이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TK) 공공배달앱 시장의 지역화폐 연동률은 엇비슷하다. 22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대구로앱을 통한 지역화폐 결제금액은 794억9천만원, 먹깨비는 426억4천만원이다. 이는 각 배달앱 전체 거래액의 42%와 44%에 달하는 규모다. 모바일에 익숙한 도시민일수록 공공배달앱에서 지역화폐 결제 비중이 높은 반면, 농촌일수록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격차 뚜렷…지역화폐 앱결제 한 건도 없는 지역도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되는 경북 청송군과 영양군은 4년간 공공앱을 통한 지역화폐 결제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청송은 지류형 상품권만 발행해 공공배달앱 연동이 불가능하고, 영양은 카드 발급은 되지만 고령층이 많아 모바일 결제 접근성이 낮았다. 두 지역의 먹깨비 주문 건수도 각각 899건, 1만318건에 불과했다. 더욱이 앱을 통한 지역화폐 결제금액은 '0원'이었다.
청송에 거주하는 김모(45)씨는 "지류형 지역화폐라 배달앱에 사용할 수가 없다. 지역주민들의 연령대가 높고 카드 단말기 보급률도 낮아 배달시장 자체가 덜 활성화돼 있다"며 "카드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지역화폐를 받아도 주로 마트에 사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경북지역 공공배달앱의 지역화폐 결제 비율은 울진군이 72.89%로 가장 높고, 상주시(63.87%), 김천시(63.86%), 경산시(56.9%)가 뒤를 이었다. 울진은 관광 수요가 반영된 특수 사례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는 모두 시(市) 단위에서 모바일 주문이 집중됐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경북에선 지역 화폐의 종류와 형태가 제각각이어서 공공배달앱과의 연계가 쉽지 않다. 당장 청송군은 지류형 지역화폐만 발행하고 있고, 나머지 시·군도 지류·카드·모바일이 혼재돼 있다. 한 예로 예천군과 울진군은 실물카드 없이 모바일만, 경주와 경산시는 카드만 발급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종류의 지역화폐가 없다는 점이 이용자의 접근성이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손영글 경북도 민생정책팀장은 "지역의 상황에 따라 지역화폐 형태가 다양한 편"이라며 "지역화폐와 공공배달앱의 연동 방안을 고심해야 할 때"라고 했다.
◆발행 줄어도 결제는 유지… '대구로'의 선방
반면, 대구시는 대구로페이와 공공배달앱 '대구로'의 연동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 화폐 이름을 '행복페이'에서 '대구로페이'로 전환하면서 일정 부분 통일성도 갖췄다. 대구로 배달앱의 지역화폐 결제금액은 2021년 55억6천만원(31%)에서 2022년 300억원(48%)까지 늘었다. 이후 2023년 228억원(40%), 지난해 210억원(41%)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구시의 지역화폐 발행액이 2천828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발행액의 7.4%가 공공배달앱에서 소비된 셈이다.
특히 대구에선 지역화폐 발행 규모가 2023년을 기점해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달앱 연동은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대구시 지역화폐는 2021년 1조430억원, 2022년 1조1천억원 발행되며 시민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2023년 4천329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2천828억원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2022년 대비 4분의 1 수준이며, 2023년과 비교해도 35%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경북에선 매년 1조원 규모의 지역화폐가 발행돼 대조를 이룬다.
다만, 결제 편의성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대구로와 먹깨비 모두 젊은층이 주로 사용하는 애플페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공공배달앱의 사용자 경험(UX)과 결제 편의성이 민간 플랫폼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송모(36)씨는 "애플 유저도 지역화폐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배달앱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쿠폰 연계 확대 전망…할인율도 크게 상향
정부는 지난 19일 2차 추경을 통해 6천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도 지역화폐로 지급될 가능성이 높아 공공배달앱 소비가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대구로는 대구로페이 사용자에게 5%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현 7%인 비수도권 지역화폐 인센티브에 대해 정부가 2차 추경을 통해 13%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대구로앱을 이용할 경우 최대 18%까지 할인율이 확대된다. 경북의 경우 16개 인구감소지역은 15%, 산불피해지역에는 20% 할인율이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가 지역 상권에 실질적인 힘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정교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북연구원 안성조 연구위원은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음식점이나 배달업종에는 할인 혜택을 차등 적용해 지역화폐가 자연스럽게 몰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안동·예천처럼 생활권이 겹치는 지역 간에는 지역화폐를 상호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공공배달앱)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