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어디든 흐를 수 있다는 것

  •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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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5 06:00  |  발행일 2025-06-24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2024년 여름, 박시연트리오는 악기를 메고 세계로 향했다.


독일 만하임의 바에서 시작된 첫 음은, 폴란드의 숲과 대저택을 지나 이탈리아 바닷가에 닿았고, 대서양을 건너 캐나다의 녹지 위에 퍼졌다. 마지막엔 체코 브루노의 거리에서, 마치 숨결처럼 도시를 메운 수많은 음악들과 함께 어우러졌다.


우리는 여정을 떠날 때, 단지 연주만을 계획하지 않았다. 각 도시에서 머물고, 걷고, 관찰하고, 연주하며 흘러가는 순간들 속에서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마치 악보 위 음표처럼,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 우리를 변화시켰다.


매번 연주 전에는 긴장이 앞섰고, 공연이 끝난 후엔 비로소 그 도시의 공기를 온전히 들이켤 수 있었다. 어떤 도시는 낯설었고, 어떤 도시는 유난히 따뜻했다. 매 무대마다 관객들의 눈빛이 다르고, 박수의 온도가 달랐다. 그러나 모든 곳에 공통된 것이 있었다. 바로 '음악은 통한다'는 진리였다.


이 여정에서 우리는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유랑자'였고, 때로는 '기록자'이기도 했다. 공연장을 옮겨 다니며 받은 감동, 도시의 색채와 소리,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 연주가 끝난 뒤 남겨진 정적까지 모두 우리 음악 속에 스며들었다. 우리는 이 여정을 통해 더 많은 음악을 배우고 받아들였다. 음악은 흘러가는 것이지만, 그것이 지나간 자리엔 늘 어떤 감정이 머물렀다.


이 모든 여정을 함께 걸어준 우리 트리오 멤버들, 독일과 폴란드에서 깊은 인연을 맺은 카바레티스트 김주권 선생님, 낯선 길 위에서 늘 큰 힘이 되어준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전한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의 김인경 협력관님과 김다정 매니저님, 런던문화원의 이은주 디렉터님, 그리고 독일 만하임부터 체코 브루노까지,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7개 도시에서 우리를 맞이하고 도와준 모든 관계자 여러분과 스테프 여러분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수많은 만남과 환대가, 이 음악의 여정을 가능하게 했다. 그 모든 순간들이 우리의 음악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지금도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어떤 리듬이 흐른다. 다녀온 도시들에서의 기억일 수도 있고, 다음 여행지를 향한 예감일 수도 있다. 박시연트리오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또 다시 흐름을 따라, 다시 길 위에 설 것이다. 그 어디던,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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