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규 교수의 부동산에세이] 경자유전 원칙에 대한 단상

  •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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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4 17:06  |  발행일 2025-06-24


서경규 교수

서경규 교수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사를 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이는 농지의 소유와 경작의 일치를 강조하는 개념으로서 농지에 대한 투기를 방지하고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과 관련해 대한민국헌법 제121조에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에서부터 반영된 원칙이지만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1987년 개정된 제9차 개정헌법에서이다.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을 반영해 '농지법'은 농지소유자격의 제한, 비농업인의 농지소유상한제, 농지취득자격증명제, 농지의 위탁경영 금지, 농지의 임대차와 사용대차 금지,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의 처분의무와 이행강제금 부과 등 다양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최근 그동안의 환경 변화를 반영해 경자유전의 원칙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많다. 우리사회가 종전의 농업중심사회에서 정보산업중심사회로 이행하였고, 관련법령에 경자유전의 원칙에 대한 예외규정이 많아 사실상 경자유전의 원칙이 유명무실해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다. 반면, 이를 폐지한다면 농지가격이 급등하고 농지투기가 만연할 것이므로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존한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1960년의 농가수는 232만9천128가구로 전체 437만7천973가구의 53.2%를 차지한 반면 2020년의 농가수는 103만5천193가구로 전체 2천92만6천710가구(일반가구 기준)의 4.9%에 불과했다. 또한, 농지 없는 농가수가 1960년에는 15만6천991가구로 전제의 6.7%를 차지한 반면, 2020년에는 9천140가구로 전체의 0.9%에 불과하였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반영한 제헌헌법이 제정된 지 70년이 훨씬 지나면서 그동안 농업 및 농지에 관련된 환경의 변화가 많았다. 정보산업중심사회로의 이행, 농가인구의 감소와 농민의 고령화, 농업의 기계화와 집단화, 농업법인의 증대,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농업의 활성화, 친환경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수요 증가, 우량 농지의 훼손과 감소, 휴경농지의 증대 등이 그 예이다.


현실적으로 관련법령에 경자유전의 원칙에 대한 예외가 너무 많아 사실상 그 원칙이 무너진 상태에서 여전히 이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만약 이를 폐지하는 경우 예상되는 농지투기의 문제는 농지 경작의무의 강화와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농업진흥구역의 농지는 그 전용을 금지하되, 소유자에게는 보유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어 우량농지를 적극 보전할 필요가 있다.


경자유전의 원칙을 헌법에 명시한 국가는 우리나라 이외에 사례를 찾기 어렵다. 향후 개헌논의가 있을 때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대구가톨릭대 부동산학과·부동산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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