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약, 졸리면 독한 약?”…오해가 더 위험하다

  • 강승규
  • |
  • 입력 2025-06-26 17:08  |  수정 2025-06-27 10:11  |  발행일 2025-06-27
사공정규 교수 “공황장애 치료율, 고혈압보다 높다”
“향정은 의료용과 비의료용 구분 필요…대부분 치료 목적”
사공정규 동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공정규 동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방송인 이경규씨가 골프장에서 동일 차종의 차량 키를 잘못 받아 타인의 차량을 운전한 일이 알려지며, 공황장애 약 복용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정신과 약물로 인한 인지 혼란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전문가들은 "공황장애 치료약은 안정성이 높으며, 장기 복용자의 경우 부작용 발생 확률은 극히 낮다"고 지적한다.


사공정규 동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6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신과 약물에 대한 낙인과 편견이 여전하다"며 "사건의 본질을 약물 탓으로 돌리는 건 오히려 사회적 혼란을 키우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공정규 교수는 "내과에서 감기약 먹고 졸리면 그냥 약 성분 때문이라 생각하지만, 정신과 약을 먹고 졸리면 독하다고 몰아간다"며 "같은 졸음도 해석은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황장애 치료에 자주 사용되는 약물은 항불안제 계열로, 긴장을 완화해 불안을 조절하는 데 쓰인다. 이런 약은 초기에는 졸릴 수 있지만, 장기 복용자는 체질에 맞게 조절돼 부작용이 거의 없다"며 "이경규씨처럼 10년 넘게 복용한 사람에게 갑작스런 혼동 증상이 나타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공황장애 치료에 쓰이는 약 일부는 '향정신성의약품'(향정)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 표현 자체에 대한 사회적 오해가 크다.


사공 교수는 "향정이라고 하면 마약류로 연상하는데, 정작 대부분은 마취과나 외과에서 수술용 진통제로 더 많이 사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정신과에서 쓰는 항불안제도 향정에 속하긴 하지만,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정상적 치료제"라며 "향정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약과 동일선상에 두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공황장애는 대표적인 불안장애로, 발작적인 공포와 신체 증상을 동반한다. 방치하면 우울장애로 이어질 수 있고, 극단적 선택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기 치료 시 치료율은 매우 높다.


사공 교수는 "공황장애는 당뇨나 고혈압보다 치료 예후가 좋고, 약을 끊을 확률도 10배 이상 높다"며 "장기적으로 복용해도 안전성이 높아 환자와 의사 간의 조절만 잘 되면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자낙스 같은 항불안제가 졸음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감기약과 마찬가지로 개인차가 있을 뿐"이라며 "졸린다고 해서 '독한 약'으로 매도하는 건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다시 불거진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오해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공 교수는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이라며 "질환 자체보다 이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이 치료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했다.


그는 "이경규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고백하며 편견을 낮춘 데 큰 기여를 했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이 자칫 낙인을 부추기고 오해를 확산시킨다면, 그간의 성과도 퇴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 이미지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