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리가 자선단체입니까?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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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30  |  수정 2025-06-30 20:52  |  발행일 2025-06-30
오주석 기자(사회3팀)

오주석 기자(사회3팀)

대구 남구 앞산 주변 한 한정식 식당에서 만난 취재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젊은 시절 IT업계에서 재미를 본 이 취재원은 소상공인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싶다는 생각에 공공배달앱 업계에 뛰어든 사업가다.


호기롭게 뛰어든 사업의 시작은 결코 좋지 않았다. 해마다 수억원의 손해를 보며 꾸역꾸역 사업장을 유지해왔다. 최근에야 숨통이 트였다며 기자를 초대한 그는 익숙한 듯 생선구이 한 점을 건넸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나는 이분의 아픔을 잘 알고 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는 게 두려울 정도로 나쁜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그의 속 깊은 이야기가 늘 뇌리에 맴돌아서였다.


공공배달앱 운영이라는 한 우물만 판 그는 최근 사업 범위를 경기도와 제주 등으로 넓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한다. 일의 범위가 일정한 가운데 사업장만 단계적으로 넓히는 전략을 펼쳐 직원들의 숙련도와 매출 상승을 동시에 이뤄낸 결과였다. 대부분의 공공배달앱이 만성적인 적자를 겪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유쾌한 반전(?)을 이뤄낸 셈이다.


사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공공배달앱은 운영 특성상 지자체가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기업 역시 그 이상의 투자를 감내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대구시와 경북도가 배달앱에 투입한 돈이 80억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구경북 공공배달앱 사업자들 역시 그만큼의 돈을 썼다는 얘기다. 매년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며 사업장을 운영하는데 이익은커녕 주변에서 욕만 듣는다면 얼마나 힘이 빠질까.


기업의 운영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창업했다고 해도 이익이 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게 경영학의 기본이다. 돈을 투입할수록 손해를 보는 사업장을 계속 운영하고 싶은 회사 대표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공공배달앱의 소비 쿠폰 창구 역할을 하는 지자체의 재정 상황 역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돈줄을 쥔 의회에선 매년 지갑을 조금씩 닫고 있다. 공공이라는 탈을 함께 썼지만, 언젠가는 지자체와의 동행이 끝날 것을 암시한다. 지자체만 바라보다 사라진 다른 공공배달앱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무리한 확장보다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선한 마음으로 시작한 전국의 공공배달앱 사업이 어둡고 긴 밤을 지나 따뜻한 아침을 맞이하길 바란다. 오주석 기자<사회3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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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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