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

고압산소치료기 내부 모습. 환자가 챔버에 누워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며 손상 조직 회복을 돕는다.<맥수면이비인후과 제공>

고압산소치료기 내부 모습. 환자가 챔버에 누워 고농도 산소를 흡입하며 손상 조직 회복을 돕는다.<맥수면이비인후과 제공>
"자고 일어났더니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73세 여성 환자는 한쪽 귀의 청력 저하와 이명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돌발성 난청. 예기치 않게 발생한 급성 질환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스테로이드와 혈류 개선제를 사용하지만, 이 환자는 고령에 당뇨까지 있었다. 전신 스테로이드 투여는 부작용 위험이 컸다.
의료진은 신중한 판단 끝에 '고실 내 스테로이드 주사(고막 안에 직접 약물 투여)'와 함께 고압산소치료(HBOT, Hyperbaric Oxygen Therapy)를 병행했다. 놀랍게도 2주 만에 청력은 거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고, 이명도 사라졌다. 기존 치료만으로는 회복률이 30%를 넘기 어려운 당뇨 환자에게 이례적인 결과였다.
◆"산소가 조직 깊숙이 도달…회복 메커니즘 자체가 달라진다"
고압산소치료는 2기압 이상의 압력 환경에서 100%에 가까운 순수 산소를 마시게 하는 치료법이다. 고압 상태에서는 산소가 혈장 속에 직접 녹아들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산소가 혈액과 조직을 통해 전달된다. 이 덕분에 산소가 혈관이 막힌 부위나 염증, 괴사 등으로 손상된 조직까지 도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세포 재생, 신생혈관 형성, 감염 억제, 염증 감소 등 다층적 회복 반응이 유도된다. 기존 치료가 '약물 전달' 중심이라면, 고압산소치료는 몸 자체의 회복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특히 혈류가 약한 당뇨 환자나 노인의 경우 일반 치료법보다 회복 효과가 더 크다.
◆잠수병에서 암 피부 괴사까지…고압산소치료의 '적용 확장'
고압산소치료는 원래 잠수병이나 일산화탄소 중독처럼 급성 산소 결핍 상태를 다루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지금은 적용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돌발성 난청, 망막 동맥 폐쇄, 당뇨발, 화상, 만성 골수염, 방사선 치료 부작용 등 다양한 질환에 쓰인다. 특히 암 치료 후 피부 조직에 나타나는 괴사나 혈류 차단에도 효과적이다. 방사선으로 손상된 조직에 산소를 밀어 넣어 혈류를 개선하고 세포를 재생시킨다. 치료 저항성이 큰 만성 상처, 수술 후 조직 괴사, 이식 수술 전후 회복 지원에도 활용되고 있다.
◆"단순한 생존을 넘어서…삶의 질 자체를 치료한다"
고압산소치료의 진정한 가치는 '삶의 질 회복'에 있다. 단순히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되찾고 일상을 복원하는 데 의미가 크다. 귀가 들리지 않던 사람이 다시 대화하고, 걷기 어려웠던 사람이 통증 없이 움직이며, 만성 상처로 고통받던 환자가 평범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 치료다. 그 효과는 뇌 건강으로도 확장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64세 이상 고령자에게 주 5회씩 총 60회의 고압산소치료를 실시한 결과 인지 기능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세포 노화의 핵심 지표인 '텔로미어' 길이도 평균 20% 연장됐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있는 보호 구조다. 그 길이가 짧아질수록 세포 노화와 질병이 가속화된다. 고압산소는 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거나 늘림으로써 세포 수준의 노화 억제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치료는 간단…"압력 속에서 누워 있기만 하면 됩니다"
치료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특수 챔버에 누워 약 30분~1시간 동안 산소를 흡입한다. 급성기엔 매일, 만성기에는 주 1~2회 시행이 권장된다.
부작용은 드물지만, 압력 변화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일시적인 귀 통증이나 근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수시간 내 회복된다. 과거 중이염, 기흉, 폐 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 사전 진단이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이나 실손보험 적용이 가능하며, 미용 목적의 치료는 제외된다. 즉, 의학적 목적이 명확할 경우 접근성도 높다.
◆'노화를 늦추고 삶을 연장하는 과학'…현대 의료의 새로운 축
대한민국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국민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보다 '질 좋은 삶'을 위한 의료기술이 주목받는다.
고압산소치료는 바로 그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치료다.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하면서도, 적용 질환의 스펙트럼은 넓고 회복 효과는 강력하다. 더 많은 의료 현장에서 이 치료법이 활용될 수 있도록 공공적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김광훈 맥수면이비인후과 원장은 "고압산소치료는 단순한 보조치료가 아니다. 그 자체로 몸의 회복 능력을 다시 작동시키는 과학"이라며 "지금도 많은 환자들이 '안 될 줄 알았던 회복'을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이 치료를 통해 삶의 품격을 되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약력
경북대 의과대학·대학원 졸업
전문의·의학 박사
대구가톨릭대병원 이비인후과 전임의 역임
가톨릭대병원 외래 교수
대한 미용외과학회 정회원
대한 이비인후과학회 정회원
대한 비과학회 정회원
미국 LA House Ear Institute 연수
대한 수면학회 정회원
대한 수면호흡학회 정회원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