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전국적인 폭염이 이어진 가운데 대구 동구 안심뉴타운 산책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지방기상청은 당분간 맑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연일 이어지는 폭염 탓에 대구지역 온열질환자가 평년에 비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갑작스레 찾아온 폭염이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현재 속도라면 올 들어 온열질환자가 100명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발빠른 대처기 필요한 상황이다.
3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확인한 결과,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발생한 대구지역 온열환자는 모두 27명이다. 지난해 동기(7명)대비 4배 가까이 늘었다. 구·군별로는 달서구(9명)가 가장 많았고, 이어 동·서구(각 4명), 남·북·달성(각 3명), 군위(1명) 순이었다. 중구와 수성구엔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온열질환자 숫자는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대구지역 온열질환자 발생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5월20일~9월30일 기준) 30명에서 2023년 59명, 2024년 67명으로 해마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의 경우 현재 추세를 단순히 일수에 대입해 계산하면 82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통상 7월과 8월에 온열질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100명 이상 온열질환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지난해 7~8월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전체 대비 약 83%(67명 중 56명)를 차지했다. 2023년엔 같은 기간 84%(59명 중 50명)에 달했다.
2022년~2024년 전체 '폭염일수'는 각각 45일, 27일, 53일로 해마다 차이를 보였지만, 7~8월에 집중된 정황은 대동소이했다. 연도별 7~8월 폭염일수는 2022년 34일(76%), 2023년 23일(85%), 2024년 37일(70%)이었다.
일선 보건 현장에선 올해처럼 '폭염'이 갑작스레 찾아올수록 온열질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대비가 덜 된 시점에서 무방비로 찾아온 무더위가 시민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
대구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장마가 아주 짧게 지나가고, 곧바로 폭염이 찾아왔다. 그러면서 특히 야외에서 활동을 하는 시민들 위주로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남은 여름철, 시민 스스로 건강에 유의하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최근 기후변화 탓에 '극한기후' 현상이 도드라지면서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도 분주하다. 중앙 정부부터 일선 기초단체까지 전통적으로 재난 발생 이후 수습과 대응에 초점을 맞추던 행정에서 선제적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적극 행정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대구시의 경우, 각 구·군과 합동으로 생활지원사 등 재난도우미 6천여명이 온열질환에 노출된 노인 등 취약계층 보호활동을 추진 중이다. 방문 및 전화를 통해 건강을 확인하고, 폭염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소방과도 연계해 '폭염 구급대'를 운영해 응급처치 및 현장 대응에 나섰다.
도심열섬현상 완화를 위해 무더위쉼터 총 1천327개소를 운영 중이다. 간선도로엔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리며 열을 식히고 있다. 달서구 등 온열질환자 발생 비중이 높은 지역은 살수차 추가 배치도 고려 중이다.
대구시 측은 "당장의 더위로 인해 온열질환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으나, 피해가 누적되면서도 탈이 나기도 한다. 본인 건강 상태를 계속 파악하면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재 취약계층에 대한 대응은 어느 정도 돼 있다고 본다. 그간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농민 등 혹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 지를 빨리 파악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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