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이재명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는 지난주에는 의미 있는 정치 이벤트가 가득했다. 이례적으로 취임 30일 대통령 기자회견이 열렸고, 국민의힘에서 스폰 총리, 장롱 총리라며 강하게 지명 철회를 요구했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가 통과됐으며, 민생회복 소비쿠폰 12조1천709억 원과 내로남불 논란의 대통령실 특활비 복원 등이 반영된 31조8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됐다.
국무총리 국회 인준도, 추경안 심사 및 본회의 표결도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는 가운데 그간 관행적으로 국회 운영의 효율성과 여당에 유리한 일방적인 법안심의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서 맡아오던 법사위원장 자리마저 민주당은 내어놓지 않고 있다.
집권 한 달여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과 거대(巨大) 여당 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독주(獨走)를 넘어선 독재(獨裁)를 우려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의 들 정도이다. 비록 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을 거치면서 소수(少數)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이지만 엄연한 국정의 파트너로서 대화와 타협의 절차를 무시한 독단적인 국정운영 방식은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으로부터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오만하고 독선적인 정치로 인식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런데 이러한 정국(政局) 상황 속에서 과연 국민의힘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러한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 어떤 전략과 메시지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지 국민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여당의 견제 세력으로서 국민에게 어떤 점을 설득해야 할지를 도통 모르고 있는 듯하여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상황임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의 혼란과 자중지란은 차치하더라도 국민의힘 그간 21대 및 22대 총선에서 연거푸 참패를 거듭하고서도 제대로 민심(民心)을 읽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에는 소위 친윤계의 독점적 당내 지배구조가 정당 민주주의를 심각히 훼손하였으며,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우려를 의도적으로 간과하기에 바빴다.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엔 소통 부재와 불협화음이 뉴스거리로 제공되는가 싶더니 급기야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직접적으로 대립하고 반목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던 점을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뼈아픈 대선 패배 이후의 국민의힘 역시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곧 치러질 당권 경쟁을 두고는 당(黨)의 체질 개선과 혁신(革新), 책임과 사과보다는 또다시 유명무실해진 계파간의 자리다툼이 먼저인 듯하여 씁쓸하다. 원내대표 선출과 이어진 비대위 구성 역시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자조적인 한탄이 나올 정도의 반탄(反彈)파 일색으로 구성되었다. 아무리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관리형 비대위라 할지라도 책임과 반성,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을 담지 않고서는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을 수 없음은 자명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대선 경선에 나섰던 한 당내 중진의원이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 상태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허투루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젊고 참신한 다음 세대의 준비된 정치인들에게 선배 의원들이 자리를 내어줘야 할 시간임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와 지지 대신 차디찬 외면과 심판만이 기다릴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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