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울진 등 경북지역 고교에서 시험지 유출 시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안동 한 고등학교에서 30대 전직 기간제 교사와 40대 학부모가 함께 시험지를 훔치려다가 경비 시스템에 적발됐다. 앞서 지난 4월엔 울진의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학교 교무실에 무단 침입해 시험지를 훔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입시에서 수시 모집이 주류가 된 가운데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교내 시험 유출 시도 사건이 이어지니 학부모들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교사, 학부모가 공모해 시험지를 유출한 안동 사건은 2018년 터진 '서울 숙명여고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숙명여고 교사가 같은 학교 재학생인 자신의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해 충격을 준 사건이다. 시험지 유출 시도 사건이 잇따르자 경북도교육청은 보안 강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방범 보안 경비 시스템, 평가관리실 보안 관리 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처라는 지적이다. 최근 교권이 하락한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교육 현장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험지 유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져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교육 당국은 보안 강화 등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학생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교육 환경 조성으로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 시험지 유출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성적 지상주의의 민낯을 보여준다. 남을 앞서가야 하는 상대평가 제도에 성적 지상주의가 결합하면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상식과 윤리를 뭉개버렸다. 사회 전반의 왜곡된 교육관도 바꾸어야 한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