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4선·전 국회법사위원장)가 박찬대 후보(전 원내대표)를 꺽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이재명 집권 이후 당내에서도 가장 강성파에 속하는 인물을 당 전면에 내세우게 되었다. 여야 관계는 가일층 대치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이미 포문을 열었다. 그는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내란 동조 세력을 철저하게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프랑스 공화국이 관용으로만 건설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무시무시한 발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언론·사법 개혁도 거론했다. 개혁이란 말로 포장했지만 일종의 숙청에 가까운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당 정권이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도 큰 과제가 됐다. 정 대표는 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단순한 운동권이 아니다. 미(美) 대사관 점거 방화사건(1989년)을 주도해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36년 전 대사관을 점거한 학생이 동맹국 한국의 집권여당 대표가 됐다면 미국으로서는 당연히 주시할 상황이다.
정 대표는 이재명 정권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다. 수긍이 가는 말이다. 문제는 그 목표를 향한 수단들이 반대 세력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 자유민주적 질서까지 흔드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 대표는 스스로 정치에 순탄치 않을 길을 걸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순탄치 않다는 것은 여러 경험을 온몸으로 겪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경험에 걸맞게, 집권당 대표에 부합하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정권의 성공 이전에 국가 전체를 염두에 둔 이념과 비전을 보여주길 국민들은 요구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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