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장점은 정곡 찌르기다.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는 방법을 잘 안다는 말이다. 오랜 정치·행정 경험의 산물인 듯하다. 암 투병중임에도 그의 특장이 녹슬지 않고 잘 드러난 게 지난 주말의 '대통령-시도지사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는 첫 자리여서인지 시도지사마다 지역현안을 한 보따리씩 풀었다. 이런 경우 모든 지역현안이 다 중요하겠지만, 모든 현안이 엇비슷하게 취급받기 일쑤다. 이 도지사의 접근법은 달랐다. 경북의 현안을 설명하면서 "경북에 대한 대통령의 큰 관심과 지원이 암을 극복하는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지사님의 암을 낫게 해드려야죠"라고 화답하며 이 도지사와 분위기를 함께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한다면 한다"고 해온 이 대통령의 '화답'은 '약속'과 다름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도지사는 4가지 현안에 집중했다. 'APEC 성공 개최' '산불특별법 제정' 'TK신공항의 국가주도 추진' '북극항로 개척의 거점항으로서 포항영일만항 개발' 등이다. 특히 이 도지사가 조만간 이뤄질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경주 APEC 때 남북한과 미국이 평화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것을 주목한다. '하노이 빅딜'에 버금가는 '경주 빅딜' 구상이다. 이 대통령도 "평화와 번영의 APEC이 돼야 한다"고 공감을 표했다. 이 도지사의 꿈이 이 대통령의 비전이었던가. 국정운영 방향과 일치하는 자치행정의 확장이 바로 지역 발전의 첩경이고 '정곡 찌르기'다.
이 대통령은 평소 "한다면 한다"고 했다. '이재명은 한다면 한다'는 오랜 트레이드 마크다. 대통령의 화답성 약속은 곧 실행되리라 믿는다. 그게 이 도지사의 암 극복에 특효약이 되리라는 기대도 함께 갖는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