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이 1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암 투병 후 회복기에 있는 이 시장이 이역만리 미국으로 날아가 호소까지 한 절박한 사정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손에 들린 피켓에는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철강관세 부과를 멈춰주세요'.
이 시장은 "철강산업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반의 생존이 걸린 과제이자 글로벌 공급 전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철강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인데, 동맹국에 50%라는 살인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처럼 최소한 25% 수준으로 조정하거나, 제한적 쿼터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 시장의 요구는 지극히 타당하다. 한국산 철강은 미국 내 건설과 자동차, 에너지 등 핵심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뒷받침해왔다. 과도한 관세는 한국과 미국 경제에 직접적 손실은 물론 양국 간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약화시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런 절박한 문제를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에 실망을 넘어 심각성을 인식한 이 시장이 직접 미국을 찾아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철강도시 포항의 경우 단순한 수출 타격이 아닌 지역경제 기반을 흔드는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철강업계 1·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포항지역 제철소 일부 공장을 폐쇄하거나 무기한 휴업에 돌입한 바 있다. 중소 철강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60~70%대로 떨어졌다. 일반 열연이나 강관 제품은 평균 수익률이 10% 안팎에 불과한데, 여기에 50% 관세가 부과되면 팔면 팔수록 손해다. 당장 정부의 정책적 보호장치를 가동하는 것은 물론 더 늦기 전에 철강 분야에 대한 한미 관세협상를 개시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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