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발생한 대전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데이터센터 화재로 647개의 정부 업무 시스템이 가동 중단됐다. 모바일 신분증·국민신문고·우체국금융 등 정부의 주요 전산 서비스가 한꺼번에 먹통이 되면서, 대한민국의 디지털이 특정 지점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번 화재는 2022년 10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때의 교훈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3년 전 화재는 배터리실에서의 불 때문에 대규모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도 리튬이온배터리 주변 관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당시 데이터센터의 운영기준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때의 권고가 현장에서 제도로 안착되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프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국가 핵심 데이터 시설을 물리적·기술적으로 '이중화'하는 것이다. 핵심 데이터는 지리적으로 분리된 복수의 데이터센터에 동시 보관돼야 하며, 전력 등 핵심 인프라 또한 이원화돼야 한다. 민관이 공동으로 백업체계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민간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의 여유 자원을 국가 재난 시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리튬계 배터리에 대해서는 별도의 안전관리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화재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조사 결과에 따른 개선책은 민간 데이터센터에도 적용돼야 한다. AI(인공지능) 산업 발전으로 민간 데이터센터는 앞으로 급증할 것이다. 이번 화재의 교훈을 민간 데이터센터에 잘 접목하면 더 안전한 디지털 세상으로 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 번의 화재로 일상생활이 멈추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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