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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시티·따뜻한 공동체'] 디지털 민주주의를 위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완벽한 치안유지시스템 프리크라임(Pre Crime)으로부터 보호받는 워싱턴DC를 보여준다. 프리크라임은 예지적 능력으로 범죄를 예견하고, 사건 발생 전 용의자들을 미리 체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치명적인 오류는 아직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살인죄로 체포하는 난센스다.영화는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는 항상 딜레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완전함을 추구하더라도 소수의 의견(마이너리티 리포트)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어떻게 소수 의견을 놓치지 않으면서 참여적인 집단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을까. 다행히 최근의 디지털 기술은 불완전한 인간이 집단지성을 만들며 참여적 민주주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오늘날 생성형 인공지능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인해 인류는 위기의식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모든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위협에서부터, 특이점을 통과한 인공지능이 곧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는 괴담까지 널리 퍼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인간보다 더 잘 공감해주는 AI가 등장하더라도 '의미를 생성하고 교환하며 창의성을 만드는 인간 정체성'을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인류는 서로 협업하여 의미를 창출하고 공유하는 훈련을 통해 인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투표시스템에 의해 유지되는 대의 민주주의를 획기적으로 혁신하며 대규모의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민주주의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각 도시에 흩어져 있는 시민들이 지구적 어젠다에 함께 참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시빅 해커(Civic Hacker)로 불리는 활동가들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정부 시스템을 개선하기도 한다.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꿈꾸는 스마트시티 도시들은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기후중립, 회복력, 지속가능, 15분 도시 같은 지구적 의제에 참여하기코로나19라는 팬데믹 현상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생태 지역(bio region)의 경계가 국경 안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이웃 나라의 과격한 산업 활동의 결과이며, 특정 지역이 겪는 열섬현상이 반대편 지구에서 벌어지는 지하수 남용과 무분별한 탄소배출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인류는 지구라는 공간에서 인간, 자연, 동물이 서로 공생한다는 지구적 세계관을 가지고 지구시민으로 살아야 한다.하지만 시민이 선뜻 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행동이 지구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느낌이 없고, 지구적 의제의 해결이 경제적 가치로 바로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도시의 리더들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산업경제 발전을 중심으로 한 성장계획이나 하드웨어 인프라 건설을 통한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한다. 행정 지도자에게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후문제야 말로 새로운 시장기회다. 지금 세계를 주도하는 도시를 보자. UN이 요청하는 탄소중립도시 목표연도(2050)를 15년 앞당긴 헬싱키, 시민이 직접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 '시민 기후의회'를 창설한 바르셀로나, 2035년부터 모든 신규 경차에 대해 탄소배출 제로를 의무화하고 가스레인지 사용 금지법을 통과시킨 뉴욕, 직업·주거·문화에 높은 접근성을 만들기 위해 도시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는 15분 도시 파리 등 경쟁력 있는 크고 작은 도시들이 글로벌 어젠다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늦은 출발을 하고 있다. 투표 통해 유지되는 대의 민주주의…다수 의견만 반영디지털 기술로 더 많은 시민 의견 더 빨리 모을 수 있고문제·해결책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의 투명성'도 확대각 도시에 흩어져 있는 시민들 지구적 어젠다 참여 가능◆공공자산에 대한 새로운 사회계약지금까지 도로, 도시공원, 도시숲, 공공주차장 등 공공재는 장기적인 수선이나 유지보수가 필요한 비용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블록체인과 웹3.0 기반의 스마트계약(smart contract)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공공재는 비용보다 편익의 주체로 역할한다.예를 들어 빈집을 도시가 매입하여 주차장으로 개발하면 하드웨어 인프라에 투입하는 비용이다. 이는 인근 주택과 상가에 '더하기' 개념의 가치만 상승시킨다. 하지만 도시가 빈집을 매입한 후 공연, 교육, 텃밭, 도시에 한달살기, 공유주방 등 활동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빈집의 가치는 더하기에서 '곱하기' 개념이 된다.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빈집 활용을 디지털로 예약하고 빈집에서 일어나는 활동성 단위를 평가지표(KPI)로 설정한 후 이해관계자들과 스마트계약을 맺으면 도시가치는 지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일대일이 아니라 참여자 간에 연쇄적으로 체결되는 스마트 계약의 특징으로 계약 주체의 활동이 한 단계 건널 때마다 시스템 전체의 편익을 '지수적'으로 증가시킨다. 스마트계약을 통해 시민들은 자신의 참여 활동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도시 재개발, 도시숲 조성, 도시 보안 등 도시 내 광범위한 영역에 스마트 계약을 적용할 수 있다. 대구시가 2019년 블룸버그 메이어스 챌린지에 도전한 실험 프로젝트가 바로 이러한 지수적 도시가치 상승을 위한 빈집활용 허가시스템 계획이었다. 대구는 이 챌린지에서 세계 50대 도시에 선정되었다. ◆디지털 기술 이용한 대규모 시민참여 플랫폼 구현합리적이고 숙의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도시 의제에 공감하고 참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대규모 시민참여와 의제논의의 투명성과 즉시성을 제공할 수 있다. 독일 함부르크의 하펜시티대학에 설립된 시티사이언스랩은 시민참여와 도시 디지털화라는 도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참여시스템(DIPAS)을 구축하였다. DIPAS는 지도 기반의 공공데이터 플랫폼으로 시민들의 의견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뮬레이션 분석 도구이다. 함부르크는 도시 공간, 교통, 환경 및 녹지계획,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 시리아 난민의 거주위치 문제 등에 DIPAS를 활용하여 시민의 의견을 수집하고 분석하며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렸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시민참여 플랫폼을 구현할 때 디지털 기술기반의 어두운 측면을 분명하게 고려해야 한다. 종종 흑백논리의 극단적인 대립상황으로 치닫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레이존을 형성하여 가교역할을 하는 디지털기술의 시도도 필요하다. 이상적인 민주주의는 개개인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소수자가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 현재의 디지털 환경은 자기 의견을 발산하는 다양한 통로를 제공하지만 역설적으로 공동체가 의견을 합의하거나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취약하다. 보다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시민 활동을 촉진하는 디지털 기술의 해결책은 시대적 요청이다. <대구TP 글로벌융합센터장>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대학의 시티사이언스랩은 디지털 참여시스템(DIPAS, Digital Participation System)으로 도시계획을 수행한다.
2023.07.21
[주말&여행] 경남 거제도 해금강, 바다 위 자연의 걸작…신화적 시간이 저기에 서 있네
거제의 남쪽에 똑 떨어져 앉은 갈도를 해금강이라 부른다.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금강산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어떻게 생겼으며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대단한 아름다움을 금강이라 이름한다면, 저 남쪽 바다의 금강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겠다. 자신의 이름으로 우는 새들처럼 이름과 대상이 하나가 되는 풍경에 대해, 비록 충분치 않더라도. 거대한 해식애·검은 눈동자의 동굴사자바위 등 천태만상 조각들 비경수직벽 틈 사이 하늘 열린 십자동굴세심하고 억제된 감동 소리없이 출렁해금강 마을 끝자락 우제봉 벼랑엔진시황 불로초 사신 이야기 전해져◆바다의 금강산, 갈도거제도의 남동쪽에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간 곶을 갈곶이라 한다. 갈곶은 말단에서 다시 두 개의 곶을 이루는데 서쪽의 곶은 우제봉, 동쪽의 곶은 비교적 완만하고 이름이 없다. 그러나 그 이름 없는 곶의 남쪽에 아마 아주 오래전 한 몸이었을 법한 바위섬이 덩그러니 섰는데 그것이 갈도 또는 갈곶도다. 약초가 많이 자생해 약초섬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을 언제부터 해금강이라고 불렀는지는 알 수 없다. 줄곧 갈도라 불리다가 1971년에 명승 제2호 '거제 해금강'으로 지정됐으니 그때 혹은 그전의 언젠가라는 시시한 생각을 할 뿐이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섬과 가까운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탄다. 배는 유람이라기에는 조금 급한 속도로 해금강을 향해 달려간다. 입심이 구수한 선장님의 설명이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박수소리 웃음소리가 뒤섞인다. 갈도가 가까워진다. 첩첩이 쌓이고 눌리고 깎이고 어긋나고 떨어져 나가 뚝뚝 끊긴 듯 흐르는 벼랑과 바위들을 마주한다. 자연과 시간이 조탁해 놓은 절벽이 그 세밀한 모양을 스스럼없이 내보이고 있다. 바다가 오랜 시간을 들여 갉아낸 거대한 해식애(海蝕崖)와 해식동(海蝕洞), 쉼 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묵묵히 받고 있는 갯바위와 바위기둥이 눈앞에 펼쳐진다. 부처바위, 토끼바위, 금관바위, 촛대바위, 노인이 담뱃대를 물고 있는 모양을 한 조도령 바위, 신랑각시바위, 돛대바위, 거북바위,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늙은 사자바위, 해와 달이 뜨는 일월봉 등 천태만상의 바위들에 시선이 박힌 채로 바다를 달린다. 정수리를 뒤덮은 초목들과 벼랑의 틈에서 자라난 나무들이 손을 흔들고 검은 눈의 동굴과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속력을 내던 배는 서서히 갈도의 바위벽으로 부딪힐 듯 다가가며 신중히 느려진다. "큰 바위가 한 덩어리로 보이지요? 그러나 바닷속에서 넷으로 갈라져 있지요. 그래서 북쪽, 동쪽, 남쪽으로 배가 드나들 수 있는 수로가 있어요. 오늘처럼 바다가 잔잔하고 이 선장처럼 운전을 잘하면 수로로 들어갈 수 있지요. 석문으로 들어가면 네 개의 절벽이 솟아 하늘이 열십자 모양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십자 동굴이라 부르지요!"◆십자로 열리는 하늘배는 해금강의 갈라진 틈을 향해 나아간다. 알리바바의 문이 열리듯 천천히 육중하게 열리는 틈 사이로 배는 아슬아슬하게 그르릉 대며 들어선다. "자, 이제 난간 손잡이를 놓으세요! 손 다칩니다." 옥색 물빛에 흰 선을 그으며 나아가는 배, 사위는 벼랑의 그늘에 싸이고 수평선이 통째로 흔들린다. "하늘을 보세요! 하늘을 보세요!" 그러자 채워지지 않은 하늘이 십자로 열린다. 선장님의 말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높게 수직으로 뻗어 나가는 바위의 울림과 감흥이 소리를 지운다. 한껏 젖혀진 고개 위에 서툰 열십자가 조각되어 있다. 각각의 모양과 음영이 다른 바위들, 그들은 머리를 맞대고 우리를 내려다보는 거인들 같다. 그들의 정수리에는 동백이며 풍란, 석란 등이 태양을 향해 자라나 있다. 배는 천천히 방향을 바꾸고, 새가 선회하듯 하늘이 움직인다. 가두어진 하늘은 왜 깊은가. 또한 섬세하고도 억제된 감동들은 우리를 얼마나 가볍게 하는가. 하늘은 우물처럼 깊고 바위는 추락처럼 아찔하며 정신은 중력에서 튕겨 나간 듯 부유한다. 문득 바위틈에 숨은 미륵을 본 듯하다. ◆해금강의 시간십자동굴을 빠져나온 배는 다시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남쪽으로 향하며 용굴을 본다. 바다의 용이 천년 동안 수도한 끝에 승천했다는 굴이다. 해금강에서 자생하는 희귀약초의 뿌리에서 흘러내리는 약숫물이 떨어진다 하여 약수동굴로 불린다. 해금강의 남쪽을 돌아 서쪽으로 들어서자 우제봉의 남쪽 벼랑이 보인다. 저 석벽에 진시황제의 명령으로 불로초를 찾아 먼 길을 떠났던 서불(徐市) 일행이 머물면서 남긴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각자가 있었다고 한다. 서불의 흔적은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사라졌다는데 글자를 보았다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그의 아들들과 또 그의 아들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해금강의 북쪽에는 사자바위가 있다. 맞은편 해금강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바위는 병풍바위다. 3월, 9월, 10월에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유람선이 해금강으로부터 멀어진다. 무수한 난투를 겪은 성채와 같던 해금강이 점점 부드러워진다. 해금강의 높이는 약 110m 정도 된다. 남북 방향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섬 전체가 수직 절벽의 해식애를 이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수평 절리가 주도하고 있지만 수직 절리 또한 잘 발달해 있다. 해금강은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가지 퇴적학적인 특징으로 해석해 볼 때 호수연변 또는 호수에 쌓인 퇴적층이라 한다. 엄청난 시간이 흘렀다. 이 바위들이 겪지 않은 파도가 있을까. 바위가 사자가 되는 신화적인 시간이 저기에 서 있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 Tip55번 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 방향으로 간다. 대동톨게이트를 통과해 잠시 후 신항 방향 오른쪽 도로로 빠져나가 계속 직진, 가덕톨게이트 지나 직진, 360도 급커브길(송정 IC)을 지나 직진한 후 장승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14번 국도를 타고 직진하다 함목삼거리에서 좌회전해 죽 들어가면 갈곶리 해금강마을이다. 해금강 유람선은 장승포, 도장포, 지세포, 와현, 구조라 등 많은 곳에서 운행하고 있다. 경유지와 시간, 요금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갈곶리 해금강 마을 선착장에서 출발한다면, 해금강 유람만 하는 코스는 50분이 소요되며 성인 1만5천원, 소인 9천원이다. 해금강이 포함된 외도 상륙 코스와 기타 섬 유람이 포함된 코스도 있으니 일정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승선을 위해 신분증이 꼭 필요하며 파도가 높은 날에는 십자동굴 안으로 진입할 수 없다.해금강은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반적으로 수평 절리가 주도하고 있지만 수직 절리 또한 잘 발달해 있다.십자동굴의 내부에는 네 개의 절벽 사이로 벽간 수로가 뚫려 있다. 자연과 시간이 조각해 놓은 바위들 속에서 문득 미륵을 본 듯하다.바다의 용이 천년 동안 수도한 끝에 승천했다는 용굴. 해금강에서 자생하는 희귀약초의 뿌리에서 흘러내리는 약숫물이 떨어진다 하여 약수동굴로 불린다.해금강의 북쪽에는 사자바위가 있다. 맞은편 해금강에 뿌리를 두고 있는 바위는 병풍바위다. 3월, 9월, 10월에 사자바위와 해금강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脫농촌 속 학생 수 '역주행'…폐교 위기 학교 생존모델 영덕 창수초등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생 수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의 경우 입학생이 없어 폐교되는 학교들의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지방소멸 시대를 맞아 영덕군 창수면에 위치한 창수초등은 학생 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창수초등의 경우 창수면 신기리에 위치한 본교와 창수면 인천리에 위치한 인천분교장이 운영 중이다. 창수초등에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2018년 임종식 경북도 교육감의 공약인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자유학구제'가 시행된 덕분이다. 자유학구제란 주소를 옮기지 않아도 도심의 큰 학교에서 지방의 작은 학교로 전입학이 가능한 제도다. 자유학구제가 시행되면서 영덕군 영해면 학생들의 전입학이 가능해졌다. 2019년 2명, 2020년 5명, 2021년 3명, 지난해 5명, 올해 3명 등 모두 18명의 학생 유입이 이뤄졌다. 인천분교장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18명의 학생이 유입됐다.정책과 함께 창수초등만의 특성화된 프로그램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현재 '창수문화예술축제' '예술꽃 씨앗학교' '분교장 방문의 날' '승마-스케이트주간 운영' 등의 독특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창수문화예술축제의 경우 학생·교직원·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축제다. 연극발표, 비보이 공연, 북 페스티벌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전교생이 연극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코딩교실' '드론교실' '3D펜 교실' 등의 특색 있는 수업도 진행된다.교사들의 열정도 호평이다. 노병년 창수초등 교장은 "특색 있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선생님들의 학생 일대일 '케어'가 학생 유입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교사들이 학생들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면서 "선생님들과 함께 우리 학교에서만 특별하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윤기자
2023.07.20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9] 경북도 원자력 관련 지역기업 육성
국내 원자력 발전 산업에 거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당장 울진 신한울 3호기와 4호기가 착공을 앞두고 있고,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경북은 신규 원전 건설과 원자력 관련 국가산업단지 조성으로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경북은 원자력 산업의 밸류체인(Value Chain)을 형성해야 하는 중대한 숙제를 안고 있다. 원자력 관련 기업들이 지역에서 사슬처럼 엮여 시너지를 내야 경제적 파급효과가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원자력 관련 기업 발굴, 육성, 유치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경북,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9편에서는 원자력 관련 지역 기업 현황과 육성 정책 등을 소개한다. SMR·원전해체 등 신규시장 열려경북도, 관련 중소기업 집중 육성R&D 비용 지원해 경쟁력 높이고네트워킹 강화·정부 지원책 안내우수기업 알려 해외 수출 돕기도◆원전기업 발굴·육성 아카데미"영상에서 보시다시피 경북에서는 원전과 관련해 많은 인프라를 구축 중입니다. 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경북도의 원자력 홍보영상이 끝나자 사회를 맡은 정나래 포항테크노파크 그린에너지센터 에너지산업팀 대리가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17개 원형 테이블에 나눠 앉아 있던 참석자들은 사회자의 말에 박수로 화답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원전·방사선' '전기전자' '기계설비' 등 푯말을 통해 참석자들이 어떤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지 대강 알 수 있었다.지난 1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힐튼호텔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경북 원전기업 발굴·육성 아카데미'의 풍경이다.경북도 주최, 포항테크노파크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원자력 관련 기업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안내하고, 맞춤형 컨설팅은 물론 대기업·공기업과의 협업매칭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 원자력 산업에서 공급망에 핵심적 역할을 맡을 중소기업 발굴을 위한 행사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지역 내 원자력 산업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한 자리다. 참가 기업들의 면면만 보더라도 행사의 중요성이 느껴졌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전KPS,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형 원전 관련 기업을 비롯해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기술보증기금 등 원전 관련 기업 지원 기관도 여럿 참석했다. 또 원자력 산업 분야 진출이나 확대를 원하는 50여 개 중소기업이 몰려 큰 관심을 보였다. 원전 지원기관들은 이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금융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이어 우수 원전기업의 성공사례 발표와 참여기관 간 네트워킹 등 기업 소통의 시간도 마련됐다. 경북도는 이날 행사를 바탕으로 오는 9월 경주에서 '경북 원전기업 맞춤형 컨설팅 및 비즈매칭 데이'를 연다. 비즈매칭(Biz-matching)이란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기업 등이 협업할 수 있게 이들을 연결하는 '사업자 연계'를 의미한다. 비즈매칭 데이에는 원자력 산업 분야 진출과 확대를 희망하는 15여 개 핵심 기업이 참여한다. 이들은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같은 원자력 산업 앵커기업(선도기업)과 상담을 한 뒤 우수기업 벤치마킹 등을 위해 현장 탐방도 할 계획이다. ◆원자력 산업 밸류체인을 만들어라최근 들어 원자력 관련 기업 육성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4일 '원전 중소기업 중장기 경쟁력 강화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15일 '원전 생태계 재도약을 위한 기술개발 및 인력양성 로드맵'을 잇따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매출과 인력이 급감한 원자력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앞으로 원자력 발전 시장이 성장하며 일감도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조만간 신한울 3호기와 4호기가 동시에 착공에 들어간다. 지난달 26일 부지정지(건설에 앞서 터를 파는 것) 착수식이 진행됐고, 내년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신한울 3호·4호기 건설이 시작되면 원자력 산업계에는 수조 원대의 일감이 풀린다. 향후 10년간 주기기와 보조기기 공급 계약에 따라 공급되는 일감만 각각 2조9천억원과 2조원으로 예상된다. 주기기는 열을 생산하는 원자로와 증기를 생산하는 증기발생기, 전력 발전을 위한 터빈발전기 등 핵심기기를 의미한다. 보조기기는 주기기를 제외한 펌프, 배관, 밸브, 케이블 등으로 품목 수만 192개에 달한다.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해외 수출이 성공할 경우 원자력 산업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은 폴란드, 이집트, 체코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2009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원전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바 있다. 국내 원전 신규 건설에 더해 해외 수출까지 성공하면 원자력 업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감 공급이 가능해진다. 현재 국내 원자력 관련 기업은 수도권과 부산·경남권에 집중 형성돼 있다. 경북도의 자체 조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지속적으로 거래하는 원자력 관련 유자격업체는 540곳이다. 이 중 대부분이 수도권(46.5%·251곳)과 부산·경남권(24.6%·133곳)에 몰려 있다. 또 국내 원전에 원자로와 터빈발전기 등을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 관련 협력업체 424곳도 부산·경남권(66.8%·284곳)과 수도권(22.8%·97곳)에 집중돼 있다.한전KPS 협력업체도 마찬가지다. 470곳 중 절반이 수도권(26.4%·124곳)과 부산·경남권(21.5%·101곳)에 위치한다. 하루라도 빨리 경북에 원자력 산업 밸류체인을 형성해야 하는 이유다. 원자력 관련 기업은 안전성을 위한 엄격한 기술력 요구로 시장 진출의 벽이 높은 편이다. 또 과거에는 원전 건설이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매출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컸다. 그만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산업이다. 경북도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전 해체, 고준위방폐장 등 새로운 원전 시장이 형성되는 만큼 관련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경북도의 원자력 관련 기업 지원 경북도는 원자력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을 대상으로 여러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원전 기술개발 지원사업'이다. 매년 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원자력 분야 기업 R&D 과제와 시제품 제작을 위한 설계 및 제작 비용 등을 지원한다. 맞춤형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다양한 기술개발을 촉진시키고, 궁극적으론 원전 기업 육성을 바탕으로 미래 원전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경북도는 또 매년 2억원의 사업비로 '원전관련 기업경쟁력 강화사업'도 운영 중이다. 원전 산업에 진입을 희망하는 신규기업을 발굴하고 기존 기업의 스케일업(Scaleup·규모 증대)이 목표다. 또 원전 관련 중소기업의 우수기술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한다. 홍보·마케팅을 통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기업들은 이 사업을 통해 국내외 원전 관련 수출 상담회나 박람회 참가 시 홍보부스 설치비, 홍보물 제작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개발 기술의 국내외 특허 출원 및 등록, 국내외 인증 획득, 우수기업 벤치마킹 등에 필요한 비용도 경북도가 지원한다. 이외에도 원전 산업에 대한 이해 교육과 상담회는 물론 원전 기자재 납품자격 인증획득 역량강화 교육도 이뤄진다.'원전시장 판로개척 지원사업'도 있다. 원전 분야의 우수 기술이나 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사업에 선정된 3개 안팎의 기업에는 특허출원 및 등록, 시험분석, 인증획득, 박람회 참가 등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 1천5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 같은 지원 사업은 포항테크노파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장상길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 동해안전략산업국장은 "경북도는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위해 신기술 개발, 원전 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시책을 가동하고 있다"며 "소형모듈원자로(SMR), 원자력수소 등 국가산단이 확정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관련 인프라를 조성하고 앵커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원전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토록 행정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글=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지난 11일 오전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내 힐튼호텔 경주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경북 원전기업 발굴·육성 아카데미' 참가자들이 국내 원자력 산업 동향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 원자력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김은민 두산에너빌리티 수석이 차세대 원전 산업의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보고서 "경제활동 보장 없는데 농촌 오겠나" 영덕 달산·창수의 한숨
"지난해 출생신고는 단 한 명입니다. 지난해 영덕군 달산면에 출생신고를 한 아기는 '한 명'에 불과했다. 영덕군 달산면의 경우 계속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 달산면의 인구는 1천124명, 2021년 1천113명, 지난해 1천97명으로 감소했다. 마을 주민들은 1970년대 말부터 인구 유출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대구, 부산, 서울 등 대도시로 나갔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도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유입되는 인구가 없다 보니 마을 구성원 대부분이 고령층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1천74명 가운데 599명으로 55.8%를 차지하고 있다. 유입인구가 없는 상황이 계속 진행된다면, 자연감소 인구만 꾸준히 늘어나 결국 소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 달산면에 유입 인구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 활동'이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농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17년 전 귀농했다는 달산면 주응2리 김만식 이장은 "경제 활동 문제가 가장 크다. 귀농·귀촌 시 노후보장이 안 되다 보니 인구 유입이 미미하다"면서 "영덕에 생산성이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외지 사람들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 각종 규제 사항을 타파해 기업이 영덕에 들어와야 청년들이 머물 수 있다"고 했다. 인근의 창수면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곳은 지난해 단 4명이 출생신고를 했다. 창수면의 경우 영해면과 인접해 있고, 과거 집성촌이 존재한 덕분에 달산면보다 현재 거주하는 인구는 많지만 계속 줄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1천688명, 2021년 1천634명, 지난해 1천557명으로 감소했다. 창수면 역시 '농업'이 주된 경제 활동이다. 주요 작물은 담배다. 그러나 농사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농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농기계 등 비용은 오르면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창수면 수리마을 김택근 이장은 "대구, 부산, 서울 등 대도시로 나가면 다양한 직업이 있다. 도시에선 한 명이 200만원을 벌 수 있다. 이곳에서는 모든 가족이 함께 농사 활동을 해도 200만원 수익을 내는 게 어렵다"면서 "결국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주민들이 떠나고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영덕군 달산면이나 창수면 주민들은 유입 인구를 늘리기 위해 생활 인프라보다 경제 활동 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공공시설 등 생활 인프라는 과거와 비교할 때 좋아졌다고 한다. 실제 달산면과 창수면의 경우 인근에 농협, 경찰서, 하나로마트 등이 위치해 있고, 119 요청 시에도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인근 요양병원에서 응급실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김 이장은 "농촌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농촌으로 귀향을 해도 경제적으로 안전하다는 안심을 심어줘야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다"면서 "농작물을 소비해주는 등 다양한 방안으로 농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경북 영덕군 창수면에 위치한 파출소. 지역 주민들은 생활 인프라는 과거보다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안동 도산면 올해 출생 1명뿐…마을 청년회 65세가 막내 격
"올해 도산면에 1명 출생신고 됐는데 작년에 어르신 50명이 돌아가셨어." "1명이 있는 것도 용하지." 안동시 도산면 시골 마을의 이장과 노인회장이 나눈 대화다.안동 시내에서 차를 타고 30여 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도산면. 주민들은 '선비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산다. 도산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고, 퇴계 이황 선생이 태어난 퇴계태실, 선비 순례길 등 명소들이 즐비하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역인 셈이다. 관광객들이 보는 도산면은 일부에 불과하다. 한 발짝 깊숙이 들어가면 전형적인 농촌의 풍경이 펼쳐진다. 주민들은 벼농사부터 콩, 담배, 고추, 무, 배추 농사 등을 짓는다. 특수작물로 수박이 재배되기도 한다.겉으로는 관광도시, 평화로운 농촌처럼 보이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곪아가고 있다. 도산면은 안동시 24개 읍면동 중 최근 10년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이다. 2013년 1천957명이었던 인구는 지난 6월 기준 1천476명으로 24.6%나 줄었다. 올 들어 6월까지 출생 신고된 아이는 단 한 명. 반면 세상을 떠난 사람은 17명에 달한다. 지난 3월엔 온혜초 병설 유치원이 휴원 상태로 전환됐다. 유치원을 운영하려면 원아가 최소 2명은 돼야 하는데, 그 기준마저 유지가 안 된 탓이다. 지난 11일 도산면 온혜1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박재규(65)씨는 8년 차 이장이자 청년회 회원이다. 노인복지법이 정하는 '노인' 기준 나이는 만 65세이지만, 전체 주민 67명 중 70세 이하가 10명이어서 막내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노인회 평균 연령은 77세 정도이다. 마을 행사 동력은 청년회이기 때문에 박씨는 청년회원 10명과 영원히 청년회를 함께 하기로 결의(?)했다. 박씨는 "이장을 맡은 이후 어르신 열두 분이 돌아가셨다"며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어르신이 거의 안 계실 텐데 마을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온혜1리 노인회장 이수정(80)씨는 인구 유입이 없는 현재 상황에 고민이 많다. "노인들이 기계를 못 만지니까 힘이 없어지니까 들 넓은 데 가면…. 황폐해질까 봐 걱정이지. 부녀회장 조동화(68)씨는 "젊은 사람은 아무래도 힘이 있어서 빠르고, 일손을 도와가며 할 수 있는데 어르신들은 자기 텃밭 정도 일하신다"고 거들었다.동네가 고령화되면서 병원 접근성의 중요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도로 사정은 관광지가 인접해 나쁘지 않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내로 나가는 과정은 꽤 험난하다. 어르신들이 동네 정류소에서 안동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까지 가려면 일일 배차 간격이 3차례인 버스를 이용해 시내로 나가서 환승해야 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30여 ㎞에 40분 정도 거리다.온혜1리 주민들은 지금의 방식으로는 지방소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청년회장 권영연(59)씨는 "농사지어서 생활을 유지할 정도가 되려면 최소 1만평(3만3천57.9㎡) 이상 돼야 한다. 농기계도 있어야 한다"며 "이런 기본적인 여력이 있으면 사실 촌에 안 온다. 현실적으로 귀농 인구를 늘리기는 힘들다"고 짚었다. 또 "귀촌 역시나 땅 사야 하고 건물을 지어야 하니 최소 3억원은 들어간다. 웬만한 도시에서 생활할 수 있는 자금"이라며 "결국 빈집을 수리해서 저렴한 값에 쓸 수 있게 하는 식으로 주거 조건을 만들어줘서 귀향 인구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박재규 이장도 "'이쪽 시·군 인구 뺏어 저쪽 시·군 인구 메꾸는 식'으로는 절대 시골 인구가 늘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 대구경북 소멸 보고서] 1년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아기울음 귀한 경북 시골마을
"한 명도 용하지." 안동시 도산면 온혜1리 이수정(80) 노인회장의 말이다. 안타까움과 다행스러움이 섞여 있다. '한 명'은 올해 도산면 전체에서 출생신고 된 아기다. 안동은 경북도청이 자리한 행정중심도시이지만,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도산면은 소멸의 중심에 있다. 도산면은 안동시 24개 읍면동 가운데 최근 10년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지역이다. 올 들어 6월 현재, 출생신고 된 아이는 단 한 명인데, 17명이 사망했다. 65세인 도산면 온혜1리의 이장 박재규씨는 청년회 회원이다. 온혜1리 전체 주민 67명 가운데 70세 이하가 10명에 불과하다. 박씨는 "10년 뒤 마을이 사라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경북의 시골 마을 곳곳이 이런 형편이다. 대한민국 지방의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산촌인 영양과 어촌인 영덕도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양은 '3무(無)' 지역으로 통한다. 철도와 고속도로, 교차로가 없다. 영양군 석보면 화매 2리에는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마트가 아예 없다. 방치된 빈집도 많다.화매 2리 인구는 4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반의 반으로 줄었고, 일할 사람조차 없다. 농번기에 베트남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전체 일의 90%를 담당하고 있다.영덕군 달산면에선 지난해 출생신고 된 아기는 한 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아기 울음소리가 아예 끊겼다.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떠난 청년들이 세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면서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유입되는 인구가 없다.지방의 인프라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인구가 줄면 자연스럽게 생활 인프라가 사라지고, 더 많은 인구가 도시로 나간다. 지방의 '소멸 방정식'이다. '먹고살기 힘들다' '낙후 지역'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소멸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대구에서 인구감소 지역으로 선정된 서구와 남구가 그렇다. 지난 4월 성신여대 데이터사이언스센터와 케이스탯 공공사회정책연구소,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가 전국 184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사회안전지수(Korea Security Index 2023)'를 평가한 결과 서구가 가장 살기 나쁜 지역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남구는 157위로 하위 30개 지역에 포함됐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정문태의 제3의 눈] 대통령의 부인 '시민의 멍에'…우리 국민은 어떤 모습을 바랄까
"한국 영부인의 표절 의혹 재차 제기"〈뉴 스트레이츠 타임스〉, "한국 영부인, '오드리 햅번 흉내' 사진의 '빈곤 포르노' (주장자) 고발"〈텔레그래프〉, "한국 영부인, 위조 자격증 혐의로 기소당하지 않을 수도"〈네이션〉, "한국 영부인 조사 : 더불어민주당 특검법 추진"〈아시아 뉴스 네트워크〉, "일곱 가지 한국 영부인 스캔들: 보석에서 위조까지"〈시엔비시〉, "한국 영부인 베트남 방문 중 멋진 스타일 유지"〈브이엔익스프레스〉, "한국 영부인 김건희 아부 다비에 패셔너블한 첫발"〈내셔널〉….구글 외신판에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영문 이름을 치면 뜨는 제목들이다. 주로 스캔들 아니면 패션, 두 가지다.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의 국제적 위상이 이렇다는 말이다. 좀 잠잠해질 때도 됐는데 어째 끝이 없다. 남편 윤석열의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불어 닥친 김건희발 바람은 자격증 위조와 논문 표절에다 사문서 위조·행사(어머니와 공범) 혐의, 주가 조작 혐의 같은 불법으로 시작해서 김건희 녹취록, 비선 의혹, 보석 미신고 의혹, 무속인 개입 의혹 따위로 줄줄이 논란을 낳았다. 좋은 말로 논란이지 사실은 모조리 위법성을 따져야 할 사건들이다. 찍소리 못하는 검찰이 뭉개고 있을 뿐.그러더니 또 터졌다. "한국 영부인, 쉰 살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에서 유명 매장 방문하다" 리투아니아 언론 〈주모네스〉의 지난 12일자 제목이다. 〈주모네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11일 명품 쇼핑 사실을 전했다.저지레도 이런 저지레가 없다. 명품 구입 따위를 나무라는 게 아니다. 그런 것쯤이야 사든 말든 개인사일 뿐이다. 다만 명품 쇼핑에도 때와 장소란 게 있다. 국제 외교판에 나선 대통령을 수행한 그 부인의 동선은 공적 영역이다. 다른 말로 시민이 뼈 빠지게 일하고 바친 혈세가 투입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시민은 대통령 부인이 명품이나 사라고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 보낸 게 아니다. 게다가 가뜩이나 대통령 부인 일가가 지닌 땅 쪽으로 방향 튼 양평고속도로 수정안을 놓고 온 나라가 뒤숭숭한 가운데 물난리까지 겹쳐 숱한 시민이 죽어 나가는 판이다. 대통령 부인이라면 명품을 잠깐 잊고 안타까운 시늉이나마 해야 할 시국이다. 그마저 맘에 없다면 물덤벙술덤벙이나 말든지. 보라. 동네 영천댁에 물만 들어도 이웃이 모두 걱정하며 낯빛과 몸가짐을 조심하는 게 우리 정서 아니던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판국에 명품 쇼핑 따위는 생각도 못 할 일이다. 하물며 대통령 부인이란 자가! 간이 커도 이만저만 아니다. 지난 5월 대통령 윤석열의 미국 국빈 방문 때 〈워싱턴 포스트〉가 옷의 유행만 좇는 사람을 일컫는 속어인 'clotheshorse(빨래걸이)'로 김건희를 묘사했을 때만 해도 너무 나갔나 싶었던 게 이번에 보니 딱 그 짝이다. 정신머리 없는 대통령실이란 것도 가관이다. "명품 가게 호객 행위에 어쩔 수 없이 들렀지만 물건을 사지는 않았다." 이걸 말이라고! 명품 가게 두 부롤리아이의 지배인이 "(대통령 부인이) 예고 없이 들러 물건을 구입했고, 이튿날 한국 대표단 몇이 다시 와서 추가로 구입해 갔다"고 이미 밝혔다. 가게 지배인이 한 나라 대통령 부인의 쇼핑을 놓고 거짓말시킬 만큼 용감하리라 믿는 이는 아무도 없다. 더구나 경호원, 수행원 16명이 둘러싼 대통령 부인 행차에 감히 누가 다가가 호객 행위를 한단 말인가? 농담치곤 지나치다. 아니면 대한민국 대통령실이 대통령 부인의 동선을 팽개칠 만큼 엉망진창이든지. 30년 넘도록 외신판에서 숱한 대통령과 총리를 취재해온 내 경험에 비춰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 부인의 동선이 호객 행위로 바뀌는 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대통령의 외국 방문이란 건 경호와 의전 탓에 분 단위로 끊어 철저한 동선 관리 아래 비밀스레 이뤄진다. 방문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는 대통령 부인의 동선도 말할 나위 없다. 대통령 부인이 두 정부의 동선 관리 없이 길 가다 호객 행위로 명품 가게에, 그것도 다섯 군데나 들릴 수 없다는 말이다. 대통령실은 말부터 배워야. 으레 대통령 부인들이 외국 방문 때면 쇼핑도 한다. 개인의 입맛도 있겠지만 주로 현지의 문화 상품이나 예술품 같은 것들이 바구니에 담긴다. 이런 걸 '부드러운 외교(soft diplomacy)'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가 이른바 가치외교의 교범으로 삼는 미국을 보자. 1997년 대통령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는 인디아 방문 때 전통 공예품을, 2013년 대통령 오바마의 부인 미셸은 중국 방문 때 전통 시장에서 일용품을, 2021년 대통령 바이든의 부인 질은 일본 방문 때 장난감을 몫몫이 사 들고 갔다. 이런 게 백악관 여인들의 공식적인 외교여행 쇼핑 목록이다. 그 대통령 부인들은 저마다 문화 교류와 지역경제 지원을 내세웠다. 그러고도 미국 안에서는 공식 외교를 벗어난 사적 행위라며 보수 원칙주의자들 입길에 올랐다. 세금이 들어가는 대통령 부인의 동선 하나하나가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백악관 여인들과 견줘보면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명품 쇼핑은 이도 저도 아니었다. 거긴 문화 교류도 지역경제 지원도 외교적 가치도 없었다. 오로지 개인의 사치뿐이었다. 공적 외교의 사유화로 세금을 낭비한 대통령 부인의 욕망을 반드시 따져야 하는 까닭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 부인한테 어떤 권능도 준 적 없고 사적 용도로 세금을 쓰도록 허용한 적도 없다. 돌이켜 보면 이 모든 일은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공약에서 비롯되었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폐지로 말썽을 일으킬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엔 대통령 부인을 관리할 만한 조직이나 기구가 없다. 시민은 대통령 부인을 누가 거들고 누가 일정을 짜고 누가 따라다니는지조차 모른다. 거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도 알 길이 없다. 대통령 부인이 모든 걸 맘대로 할 만한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견제도 감시도 없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에 들었다는 뜻이다. 제왕적 권력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이 대통령 부인의 일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마땅히 그 남편 몫이다. 한 가정의 장을 말하는 게 아니다. 대통령 부인은 아무 직책도 없지만 의전과 경호에 세금이 투입된다. 그리고 대통령과 함께 공적 영역을 공유한다. 헌법상 개인이 아닌 조직인 대통령에 그 부인이 포함된다는 뜻이다. 그 조직의 최고 책임자는 마땅히 대통령이다. 싫든 좋든 대통령 부인의 관리는 대통령 몫이다. 한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입이 없다. 그 부인도 마찬가지다. 애초 용산이란 동네엔 책임도 사과도 없다. 무슨 일이든 뭉개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이 부부 맘속엔 시민이 없다는 증거다. 권력, 영원하지 않다! 길어야 4년이다. 필리핀 전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부인이자 세기적 사치꾼으로 이름난 이멜다도, 2천700만달러짜리 핑크 다이아몬드를 낀 사치의 여신으로 불린 말레이시아 전 총리 라지브 라작의 부인 로스마 만수르도 다 겪은 일이다. 이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도 두려운 마음으로 역사를 공부하기 바란다. 시민에 대한 예의이고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방콕특파원·국제분쟁 전문기자〉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의 영빈관인 벨베데르궁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부인 아가타 코른하우저 두다 여사에게 바이바이 플라스틱 에코백과 부산엑스포 키링을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리투아니아 매체 '주모네스'는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한 옷가게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주모네스 홈페이지 캡처〉
2023.07.19
[대구의 뿌리, 문화 예술 중심지 달성 .10·<끝>] 최재훈 달성군수 인터뷰
대구 달성군이 문화예술 도시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담은 '대구의 뿌리, 문화예술 중심지 달성' 시리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번 시리즈는 달성이 지닌 역사·문화 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 문화예술의 독창성 등에 대해 상세히 다뤘다. 또 여러 문화예술 공간을 직접 둘러보고, 나아가 달성이 꿈꾸는 미래 도시 모습도 소개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최재훈 달성군수를 직접 만나 문화예술 도시 달성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달성, 대구의 문화·예술·사상 관문천혜자원·문화자산 충분히 활용해달성만의 도시 브랜드 만들어갈 것법정 문화도시는 주민 노력 결과물권역별 발전·세대간 소통 이뤄지면인구유입 늘고 문화향유 기회 확대국립근대미술관 최적 입지 공감대지역 정치권과 협력해 반드시 유치▶이번 시리즈를 간략하게 평가한다면."달성은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예부터 새로운 문물의 통로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비중 있게 다루고, 권역별 문화예술자원과 연결지어 연재한 점이 인상 깊었다. 이번 시리즈는 지역의 문화·예술 자산을 널리 알리고, 달성이 문화예술 도시로 부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아울러 군민에게도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대구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배경은."앞서 말했듯이 달성은 수운 교통의 요지이자 대구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고려·조선 시대부터 영남권 문화·사상·예술의 중심지로 오랫동안 기능했다. 근대에 들어서도 사과나무, 피아노 등 서양 문물과 사상의 통로 역할을 했고, 6·25전쟁 직후에는 전국 팔도에서 모여든 피란민이 정착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교류가 이뤄졌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에 더해 달성대구현대미술제·100대 피아노 콘서트 등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계승·발전시키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문화도시를 갈망하는 주민들의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법정 문화도시) 지정이 가능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문화·교육 공유 활동을 벌이며 문화도시 선정에 기여했고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달성군이 지향하는 문화도시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달성은 다양한 계층이 함께할 수 있는 '누구에게나 호혜로운 도시'가 되기 위한 발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 소멸'이라는 시대적 문제를 문화의 힘으로 극복하는 도시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론 낙동강과 습지, 비슬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은 물론 산업·인구적 특성, 각종 문화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달성만의 도시 브랜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지형·생활권의 특성을 반영한 권역별 활동 지원 △시민활동 전문가 양성 △예술가 정주 환경 확대를 위한 환경 조성 △시민의제 발굴 및 반영을 위한 공모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문화도시 사업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있다면."우선 주민자치의 강화를 들 수 있다. 문화도시 조성 사업을 통해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 등에 대해 진단하고 보완책을 찾는 행위 자체가 지방자치의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지역 주민과 외부 노동자, 구도심과 신도심,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등이 서로 소통하며 자연스레 융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 지역 유·무형 문화재, 지리적·환경적 자산을 토대로 한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함으로써 인구 유입이 늘어나고,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역 내 4개 권역의 균형 발전과 생활권·권역별 특화 문화에 기반을 둔 다양한 문화 플랫폼·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화 공동체도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기존 역사·문화·관광 자산과 문화도시 사업의 연계 방안은."옛 화원운전면허시험장을 2027년까지 달성문화도시 플랫폼 '들락날락'으로 만들어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거점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달성의 도시 발현을 확인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자료를 발굴·연구·보존해 도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확보한 데이터는 도시연구, 문화콘텐츠 제작, 관광자원화 등에 활용할 생각이다. 달성 100대 피아노 콘서트를 한 단계 발전시켜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는 형태의 예술 산책 피아노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또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화 현장 탐사활동을 장려하는 '쫑긋탐사대', 한강 정구 선생의 학문적 발자취를 따라 여행하는 '한강로드 탐방프로그램' 등도 계획하고 있다."▶도시의 비전을 문화·예술 분야에서 찾게 된 계기가 있나."그 어느 때보다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이다. 달성은 문화·예술·관광 분야에서 뛰어난 강점과 차별성을 갖고 있다. 금호강과 낙동강, 달성습지 등 아름다운 생태 환경을 비롯해 도동서원, 녹동서원, 육신사 등 다양한 역사 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달성대구현대미술제, 달성 100대 피아노와 같은 고유한 문화 콘텐츠까지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자원들을 바탕으로 달성이 세계 속 문화예술도시로 성장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살기 좋은 도시, 지속 가능한 성장도 현실화될 수 있다. 이번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발판 삼아 앞으로도 주민들이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문화쉼터 조성 등을 지속 추진해 군정 목표인 '예술의 향기가 흐르는 문화관광도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국립근대미술관 건립도 가시화되고 있는데."민선 8기 선거공약으로 달성군 국립근대미술관 유치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후 지난 1년간 노력으로 대구시의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부지 변경(옛 경북도청→대구교도소)이라는 성과를 얻었고, 대구교도소 후적지가 미술관 건립의 최적지라는 지역 사회 공감대도 이뤄냈다. 문화·예술계, 학계·언론 등 지역의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국립근대미술관 유치의 절박함에 공감하고, 대구교도소 후적지 개발에 많은 기대와 관심으로 힘을 모았기에 부지 변경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국립문화시설 최종 유치 성사를 위해 남은 과제와 앞으로 계획은."올해 하반기 건축 심포지엄을 개최해 다양한 전문가, 이해 관계자들과 공공건축의 방향성과 도시재생의 비전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 국립근대미술관 유치와 더불어 대구교도소 후적지의 본격적 개발 전까지 활용가능한 관광 콘텐츠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용역을 시행 중에 있다. 그중 하나가 (가칭)달성국제미술제다. 국제미술제가 국립근대미술관의 유치 기념행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대구교도소 후적지 개발을 위한 선제적 대응은 지역 슬럼화를 예방하는 동시에 공간의 매력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다. 앞으로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부지가 달성군으로 최종 결정되도록 지역 정치권과 협력·연대를 강화해 군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이뤄내겠다. 또 유치가 확정된다면 국립문화시설(국립근대미술관·국립뮤지컬콤플렉스)이 달성군의 성장을 견인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달성이 대구는 물론 대한민국 대표 도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계적 문화예술도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나아가겠다." 대담=박종진〈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장〉 정리=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영남일보가 지난 4월18일부터 연재한 '대구의 뿌리, 문화예술 중심지 달성' 시리즈의 주요 지면들.
2023.07.18
[주말&여행] 경북 구미 금오산, 복고풍 맵시의 빨간 캐빈…요새 같은 산세 속 기립한 절벽과 마주
장난감처럼 예쁜 케이블카가 운무로 희미해진 산정으로부터 녹음을 헤치며 능청스러울 만큼 유유히 다가온다. 복고적인 맵시의 빨간 캐빈은 오래된 모던보이 같은 모습이다. 그는 덜컹 소리를 내며 몸을 가볍게 두어 번 흔들더니 폼 나게 선다. 구미 금오산의 케이블카는 1974년 9월에 운행을 시작했다는데 서글픈 쇳기 하나 드러난 곳 없이 반짝이는 얼굴이다. 캐빈은 다시 한번 덜컹 소리를 내며 하늘로 오르기 시작한다. 자유로우면서도 고립적이고 정복당하면서도 의기양양하고 의연하면서도 두려움에 몸을 떤다. 케이블카서 내리면 해운사 천왕문큰 은혜의 골짜기 대혜골 대혜폭포해발 400m 선녀가 목욕하고 간 욕담낭떠러지 암벽 쇠줄 잡고 간 도선굴차가운 대기가 싸~악 하고 몸 스쳐해운사 약사여래불 곁에 작은 석상유래는 알 수 없지만 등신불 떠올라 ◆케이블카 타고 설렁설렁계곡이 내려다보인다. 금오산의 정상부 분지에서 산 아래로 이어지는 저 계곡을 금오동천이라 부른다. 동천이란 산속의 골짜기가 크고 깊다는 뜻이다. 크고 깊은 금오동천은 곧 숲에 가려진다. 금오산성 외성의 대혜문 위를 날아간다. 내성은 정상부 분지를 둘러싸고 있었다. 고려 때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임진왜란 때 급하게 보수해 임란 후반기와 정유재란 때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외성은 이후 인조 때 쌓았다. 대혜문 벽체가 갓 지은 듯 깨끗해 보인다. 성문의 홍예 속으로 사라지는 까만 점들은 등산객들이다. 그들은 성안의 축축한 산길을 걸으며 난쟁이 바위손이나 고사리로 뒤덮인 오래된 돌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숲의 우듬지 위를 날아간다. 그들은 이 신기루와 같은 매혹의 찰나를 가지지 못한다. 안개 너머로 푸르스름하게 기립한 절벽이 보인다. 금오산은 높이가 977m인데 해발 700m 부근부터 급경사와 절벽으로 솟구쳤다가 꼭대기에서 평탄해진다. 산세가 아예 요새다. 고려 때는 산세의 아름다움이 중국의 오악 가운데 하나인 '숭산'에 비겨 손색이 없다 하여 '남숭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소림사가 있는 그 '숭산'이다. 금오산이 된 데에는 여러 전설이 있다. 황금빛 까마귀가 날았다고도 하고 빛을 내는 새를 따라가 보니 이 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고도 한다. 금오(金烏)는 태양 속에 사는 세 발 달린 상상의 새 삼족조(三足鳥)로 그 자체로 태양이나 해의 정기를 상징한다. 그만큼 이 산이 명산이라는 뜻일 게다. 금오산의 절벽을 태벽(苔壁)이라고 부른다. 이끼 벽. 그래서 여름에는 한기가 찬다. 도처의 이 희부윰한 공기는 태벽의 숨일지도 모르겠다. 절벽과 가까워졌다는 것은 도착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케이블카의 길이는 805m 정도다. 소요시간은 6분30초. ◆금오산 대혜폭포케이블카에서 내리면 가장 먼저 해운사의 천왕문이 보인다. 바로 눈앞에 버티고 서 있어서 마치 일주문을 금방 통과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물소리가 들린다. 맑고 의로운 빗소리처럼 들려오는 계류의 소리다. 해운사를 앞에 두고 옆길로 샌다. 두 노신사가 두런두런 환담을 나누며 계곡을 오른다. 등이 젖은 외로운 등산객이 재빨리 앞질러 나간다. 슬리퍼를 아무렇게나 신은 소년들이 조잘대며 떼 지어 내려간다. 약 10분쯤 올랐을까, 하늘이 동그랗게 열리면서 물소리가 커진다. 뇌가 광광 울린다. 폭포다. 이 폭포는 금오동천의 가운데 얼굴이다. 물은 금오산 정상 부근의 분지에서 시작되어 계곡을 따라 흐르다 해발 400m 지점에서 27m 수직으로 떨어져 폭포를 이룬다. 다시 아래로 흘러 남통천이 되고 금오산저수지에 모였다가 다시 금오천으로 흘러 낙동강과 합류한다. 이 긴 물줄기가 구미의 유일한 수자원이라 한다. 그래서 금오동천의 다른 이름은 큰 은혜의 골짜기, 대혜골이고 폭포는 대혜폭포다. 외성문의 이름이 대혜문인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치솟은 벼랑 끝에서 물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수량이 많을 땐 그 위력이 대단하다는 폭포는 그 물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 하여 명금폭포라 불리기도 한다. 폭포 옆 암벽에 욕담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폭포 아래에 형성된 연못의 이름이다.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하는 곳이라 해서 욕담 또는 선녀탕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폭포 주변의 바위 하나씩을 차지하고 앉았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 여헌 장현광과 그의 문도들이 연중행사처럼 폭포를 찾아 목욕을 하고 시를 지으며 즐겼다는데 지금의 모습도 그에 못지않다 장담할 수 있다. ◆벼랑의 도선굴, 벼랑 아래 해운사폭포에서 오른쪽으로 산길을 조금 오르면 산의 옆구리를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오르는 벼랑길이 시작된다. 쇳덩어리처럼 카랑한 암벽의 길,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고 험한 길, 시야가 거침없이 트이고 발밑이 천 길 낭떠러지인 길이 도선굴로 향한다. 신라 말 풍수의 대가인 도선이 참선하여 득도한 곳이라 하여 도선굴인데 고려시대에는 큰 구멍이라는 뜻의 대혈로 불렸다 전해진다. 굴이 가까워지면 기온이 변한다. 차가운 대기가 싸악 하고 몸을 스치면 도선굴이다. 그리 깊지 않다. 임진왜란 때 수백 명이 이곳으로 피란을 왔다고 한다. 칡이나 등 넝쿨을 부여잡고 기어올랐다고 한다. 도선굴 벽 위에 명문이 새겨진 판석이 붙어 있다. 1937년 봄에 암벽의 돌을 깎고 쇠줄을 연결해 길을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내가 오늘 걸은 벼랑길이 일제가 중일전쟁을 일으키고 민족말살정책을 심화시켜 나가던 시대에 만들어진 셈이다. 해운사 지붕이 내려다보인다. 옛날에는 조금 더 아래쪽에 대혈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고려 말 야은 길재가 은거하며 대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대혈사는 조선시대에 사라졌고 1925년에 철화라는 스님이 지금 자리에 절을 짓고 해운사라 했다 한다. 일제강점기 금오산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웅전 뒤쪽에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는데 그 곁에 자그마한 석상 하나가 있다. 웃는 듯, 무표정한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두 손을 꼭 모은 석상이다. 유래도 알 수 없는데 자꾸만 등신불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도선굴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대단히 장대하다. 해운사의 지붕 선에서부터 깊은 계곡으로 모이는 우람한 산세를 따라 저 멀리 구미 시내까지 거침없이 열린다. 세상을 정면으로 대하고 있다는 이 차갑고 명징한 정신은 또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여행 Tip 경부고속도로 구미IC로 나간다. IC네거리에서 좌회전해 직진, 금오산네거리에서 좌회전해 계속 직진하면 된다. 구미 금오산도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케이블카 승강장이 나온다. 해운사 앞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다. 주차료는 승용차 1천500원, 케이블카는 13세 이상 대인 왕복 1만1천원, 편도는 6천원. 소인 왕복 6천원, 편도 4천원이다. 오전 9시부터 15분 단위로 출발한다.구미 금오산의 케이블카는 1974년 9월에 운행을 시작했다. 길이는 805m 정도, 소요시간은 6분30초로 해운사 바로 앞까지 오른다.대혜폭포. 금오산 정상부의 분지에서 시작된 물은 계곡을 따라 흐르다 해발 400m 지점에서 27m 수직으로 떨어져 폭포를 이룬다.도선굴로 가는 벼랑길. 판석의 명문에 따르면 1937년 봄에 암벽의 돌을 깎고 쇠줄을 연결해 만든 길이다.신라 말 도선이 득도한 곳이라 하여 도선굴이라 부르며 고려시대에는 대혈로 불렸다. 임진왜란 때 수백 명이 이곳으로 피란을 왔다고 한다.해운사 대웅전 뒤쪽에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는데 그 곁에 자그마한 석상 하나가 있다.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두 손을 꼭 모으고 있다.
2023.07.14
[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14> 웹3와 블록체인의 기술적 비즈니스 모델과 유형별 사례들
산업동향연구소의 보고서 '웹 3.0 기술·산업 이슈 동향과 관련 블록체인 분야 생태계 동향 및 기술 발전 전망'에 따르면 블록체인과 웹3에 대한 민간 분야의 투자, 개발, 그리고 활동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글로벌 브랜드들은 제품의 토큰화를 통해 소비자가 대기업의 콘텐츠를 매개로 개인적으로 수익화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왜냐하면 웹3에서 개인은 공통 관심사와 목표를 공유하는 다른 사람들과 다오(DAO)를 구성하여 과거보다 더 분산적인 비즈니스 경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수요자-공급자로 양분된 전통적 모델에 웹3가 도입되면서, 수요자(소비자)가 사용자(이용자)로 나아가 참여자(소유자)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새로운 디지털 비전이 만들어지고 있다. 웹1에서 사람들은 홈페이지 운영자가 만든 정보와 콘텐츠를 탐색하고 소비하는 존재였다. 소셜 웹 즉 웹2에서 사람들이 데이터의 직간접적 생산자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빅테크 기업이 만든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에 지배받는 피동적 존재가 되었다. 웹1과 웹2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모델이 바로 웹3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브딥 야다브가 분류한 블록체인 기반 웹3 기술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제반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https://navdeepyadav.medium.com/6-amazing-blockchain-business-models-you-must-know-with-examples-8eb0eae54db5)기술적 유형이 서로 완전히 배타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중첩적 영역이 존재하지만, 그는 (1) 유틸리티 토큰 비즈니스 모델 (2) 네트워크 요금 (3) 서비스형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BaaS) (4) P2P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 (5) 블록체인 노드 기반 애그리게이터 등으로 접근했다. 이 유형을 마르크 샤르벨이 제시하는 웹3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례와 연결하여 검토해 보자.(https://blog.startupstash.com/five-shifts-from-web2-to-web3-b29d167dba68) 첫째 토큰 경제 모델은 블록체인이 합의가 필요하기에 채굴자, 검증자, 보유자 등에게 보상하는 간단한 유형이다. 사업 초기에 토큰을 저렴하게 구매하여 시세 차익을 보거나, 장기간 예치하여 이자 소득을 받는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레이어1 분야의 솔라나와 에이다는 스테이킹(staking) 물량이 약 50~70%, 이더리움은 10%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 유통되는 토큰의 총량이 줄어들면, 토큰 보유만으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두 번째인 네트워크 요금은 후술할 비즈니스 모델이 원활히 수행되기 위한 근본적 영역이다. 콘텐츠 배포와 디앱(dAPP) 서비스가 운영될 수 있는 블록화된 공간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데이터와 서비스가 스마트계약을 통해서 활성화되는 금전적 대가로 가스비(gas fee)를 청구하는 비즈니스다. 이더리움이 대표 사례이다. 보편적 운영체제로 자리 잡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와 유사하게, 이더리움은 전 세계인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컴퓨터 환경을 꿈꾼다. 유명한 콘서트와 스포츠 경기의 입장권은 첫 구입자가 반드시 관객이 되지 않는다. 유명세에 따라 더 높은 비용을 받고 재판매된다. 그러나 아날로그 시장에서 티켓의 진짜 여부인 투명성과 재판매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스마트 계약을 통해서 티켓 2차 판매 가격을 프로그래밍하거나 재판매 횟수를 제한할 수 있다. 이더리움 가스비가 들겠지만, 이벤트 업체는 종이 판매를 중지하고 NFT 티켓으로 추적성과 통제력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는 것이다.그림은 마르크 샤르벨이 제시한 것으로 Ticketmaster와 Viagogo 등과 같은 이벤트와 티케팅 분야 글로벌 기업의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NFT 기반 웹3를 통해서 재판매 티켓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실제로,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 간의 2022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가짜 티켓이 꽤 나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림은 뉴욕 타임즈의 관련 보도이다.(https://www.nytimes.com/2022/06/01/sports/soccer/champions-league-final-tickets.html )셋째, BaaS는 Blockchain as a Service의 약자이다. 이것은 정보통신의 전통적 영역과 가깝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통하여 웹3의 전반적 운영을 지원하는 것이다. 예컨대, 레이어2의 대표적 서비스로서 폴리곤 등이 추진하는 BaaS가 사례이다. 웹3 개발에서 저장, 배포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제품과 서비스를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모델이다.블록체인 기반 웹3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상호 운용성이다. 웹2에서 유기적으로 실현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서로 다른 서비스 간의 전송 여부이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를 사용하거나 아마존 쇼핑 카트를 이마트로 전송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디지털 지갑을 통하여 NFT 자산을 경계를 넘어 보낼 수 있다. 그리고 BaaS 공급자가 서로 다른 서비스 간의 거래를 가능하게 만든다.넷째, P2P(Peer-to-Peer) 모델은 구성원이 중개자 없이 서로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존의 서버-클라이언트 및 HTTP가 아닌 IPFS와 같은 방식이 사례이다. 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는 과거에 크게 유행한 음악 및 영화 공유 서비스인 냅스터와 토렌트 등과 유사하다. HTTP 방식이 원하는 데이터를 특정한 한 개의 주소에서 한꺼번에 가져온다면, IPFS는 암호화된 값을 이용하여 다수의 컴퓨터에 분산된 파일을 불러오는 모델이다. 다섯 번째인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는 앞서 언급한 세 번째, 네 번째 모델을 혼합한 것에 가깝다. 블록체인이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노드(node)를 비롯한 여러 구성요소를 자동으로 호출 가능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서비스 등을 포함한다. 현재, Alchemy는 다양한 블록체인을 위한 노드 공급자의 역할을 맡으며 웹3 관련 소프트웨어의 모니터링, 분석, 경고, 디버깅 및 로그인 도구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림은 나브딥 야다브가 제시한 Alchemy 사례이다.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은 탈집중화에 있다. 분산된 네트워크이지만 최소 3개 이상의 노드들 사이의 합의를 통해서 신뢰성을 확보하고 보안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웹3 운영자는 사람들에게 데이터 주권을 돌려주고 나아가, 보상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NFT로 만들어서 투명성과 통제성을 동시에 높이자는 것은 블록체인과 웹3 환경에서 덤으로 주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이 기존의 아날로그와 레거시(legacy) 웹에 비교해서 여러 전략적 이점이 있는 웹3와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 소장, nft-korea.eth>박한우 교수는?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데이터 기반 주요 연구방법론인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 하이퍼링크분석(hyperlink network analysis), 웹계량학(webometrics), 대안계량학(altmetrics), 트리플헬릭스(triple helix) 등을 국내에 소개하고 선도해 왔다. 하이퍼링크 연결망은 INSNA(International Network for Social Network Analysis) Connections가 출판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최근에는 Scienceasset.com의 웹3 국제학술지 ROSA Journal의 초대 편집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사회연결망과 빅데이터를 통해서 데이터와 정보의 흐름 및 지식생산과 혁신체제 관련 이슈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SSCI급 저널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했고, 최근 2023년 5월에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가 선정하는 석학회원(ICA Fellow)으로 뽑혔다.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박한우 영남대 교수
2023.07.13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2] 문향(文鄕)의 고장 영양…조지훈·오일도·이문열…한국문학의 별 '반짝반짝'
조지훈. 그는 '승무'의 시인이다. 시의 순수성을 지키려 했던 청록파의 한 사람이고,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주저함이 없는 '지조론'의 선비였다. 오일도. 그는 낭만과 애상, 우수와 비감의 서정 시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최초의 시 전문지 '시원'을 창간해 조선 문단의 시인들에게 작품 발표의 장을 펼쳐주고 후배들에게는 문학의 길을 열어주었던 영양문학의 맏형이었다. 이문열. 그는 한국 현대소설의 대표적인 작가다.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많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이들의 고향은 영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이 우뚝하고 물이 유장하며 땅이 맑고 공기가 투명한 이 땅을 문향(文鄕)이라 부른다.조지훈1920년 일월 주실마을서 태어나불의와 부정에 맞선 지조의 선비1939년 '승무' 등 발표 시인의 길◆조지훈조지훈은 1920년 12월3일 영양 일월의 주곡리, 주실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제헌 및 2대 국회의원이자 한의학자인 해산(海山) 조헌영(趙憲泳)이며 어머니는 전주류씨(全州柳氏) 류노미(柳魯尾)다. 본명은 동탁(東卓), 지훈은 그의 아호다. 지훈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한학과 역사 등을 배웠고 '피터 팬' '행복한 왕자' '파랑새' 등과 같은 동화도 읽었다. 9세 무렵부터 글을 썼으며, 시인이 되고자 했던 형 세림(世林)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시를 접했다. 11세 때에는 형과 함께 마을 소년들의 모임인 '꽃탑회'를 조직해 동인지 '꽃탑'을 펴내기도 했다. 1937년 17세가 된 지훈은 형과 함께 상경해 아버지가 인사동에 설립한 동양의약사 겸 일월서방에서 지냈다. 이곳에서 아버지의 친구인 시인 오일도를 만났다고 한다. 그가 당시 서대문감옥에서 옥사한 일송 김동삼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용운을 찾아간 것도 이때다. 한용운이 김동삼의 유해를 한강에 뿌리며 서럽게 울 때, 홍안의 문학청년 바로 조지훈이 그 옆에 나란히 서서 울었다.그해에 형 세림이 세상을 떠났다. 지훈은 원산에서 평양까지 걸어서 여행했다. 그 긴 길의 걸음걸음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떨구어 내는 길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시인 오일도와 함께 형의 유고시집인 '세림시집(世林詩集)'을 펴냈다. 조지훈은 형을 위해 더욱 습작에 열중했다. 1939년에는 혜화전문학교(동국대)에 입학했으며 오일도가 창간한 '시원'의 동인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같은 해 봄 순수문예지 '문장(文章)'에 '고풍의상(古風衣裳)'이 추천, 이어 12월에 '승무(僧舞)', 1940년에 '봉황수(鳳凰愁)'를 발표하면서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1942년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에 연루돼 신문을 받고 풀려난 뒤 오대산 월정사에 은거하기도 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동안 친일 문학과 사상 전환의 강요에 한 번도 몸을 굽힌 적 없었다.광복이 되자 그는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국어교과서와 국사교과서를 편찬했다. 1948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한 그는 6·25전쟁 동안에는 종군작가로도 활동했다. 자유당 정권 말기에는 독재에 항거하는 민간단체에서 활동했다. '지조란 것은 순일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요, 냉철한 확집이기도 하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 없고 믿을 수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 없다.' '변절자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글은 1960년 '새벽' 3월호에 실린 그의 '지조론'이다. 어느 정권하에서든 불의와 부정에 맞서는 그의 비평은 추상(秋霜)과 같았다. 그는 항상 사직서를 지니고 다녔다. 그는 지식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대적 양심이었고 이러한 그를 세상은 '마지막 선비' 또는 '지사문인(志士文人)'이라 불렀다. 그는 1968년 5월17일 고혈압으로 토혈한 후 입원했으나 19일 세상을 떠났다. 48세였다. 오일도낭만과 애상·우수의 서정시인1925년 시 '한가람…'으로 등단국내 최초 시 전문지 '시원' 창간◆오일도'빈 가지에 바구니 걸어놓고/ 내 소녀 어디 갔느뇨./… … … … …/ 박사(薄紗)의 아지랑이/ 오늘도 가지 앞에 아른거린다.' 단 5행의 시가 오래 가슴속을 저회한다. 말 줄임표가 흐르는 가운데에 서서 또 얼마나 망연하고 저릿했던지. 오일도가 1935년 8월에 발표한 시 '내 소녀'다. '꿈속같이 아득한 옛날, 오! 나의 사랑아/ 너의 유방(乳房)에서 추방된 지 내 이미 오래라./ 거친 비바람 먼 사막의 길을/ 숨 가쁘게 허덕이며 내 심장은 찢어졌다.' 오일도가 1935년 2월에 발표한 시 '노변(爐邊)의 애가(哀歌)'다. 1930년대는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과 식민지 수탈 정책이 강화된 시기다. 1935년에는 한국어 사용 금지가 시작됐다. 바로 이러한 때에 오일도의 애가와 '내 소녀'가 세상에 나왔다.오일도는 1901년 영양읍의 남쪽 반변천 변의 감천마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희병(熙秉), 일도(一島)는 아호다. 아버지는 오익휴(吳益休), 어머니는 의흥박씨(義興朴氏)로 집안은 아주 넉넉했다고 한다. 그는 8세부터 14세까지 마을의 서당에서 한문을 배웠고 1915년 뒤늦게 영양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해 이른 1918년에 졸업했다. 그리고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드는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합격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1922년에는 일본 도쿄로 건너가 이듬해 릿쿄대학 철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학업 중인 1925년 '조선문단' 4호에 시 '한가람 백사장에서'로 등단했다. 1929년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한 그는 덕성여자중고등학교의 전신인 근화학교에서 무보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문예동인지 '시문학'과 종합문예지인 '문예월간' 등에 서정시를 발표했다. 1935년 2월, 오일도는 사재를 들여 우리나라 최초의 시 전문지 '시원(詩苑)'을 창간했다. 그는 시원 창간호 편집후기에 이렇게 썼다. "문학은 그 시대의 반영이라면, 문학의 골수(骨髓)인 시는 그 시대의 대표적 울음일 것이다. 그러면 현재 조선의 시인이 무엇을 노래하는가? 이것을 우리는 우리 여러 독자에게 그대로 전하여 주고자 한다." 그는 '시원'을 통해 많은 작품을 세상에 알렸다. '시원'은 1935년 12월, 5호를 끝으로 발행이 중단되었지만 그는 1936년 '을해명시선집' 발행, 1938년에는 '세림시집'을 발간하는 등 시대의 울음을 전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즈음 일제의 통제가 더욱 강화되자 그는 낙향해 칩거의 시간을 보냈다. 광복 후 그는 '시원'의 복간을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우울로 인한 폭음으로 나날을 보내다 1946년 세상을 떠났다. 45세였다. 당대의 문학평론가 김문집이 쓴 오일도에 대한 인상은 언제나 '내 소녀'의 말 줄임표와 동시에 떠오른다. '이 친구는 눈물이 너무 많아서 시를 못 쓴다. 미제라블한 오일도.'이문열한국의 현대소설 대표하는 작가고향 두들마을은 작품·삶의 뿌리소설 발표때마다 찬사·비판 동시에◆이문열이문열은 1948년 5월18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이열(李烈)로 아버지 이원철(李元喆)이 지어준 이름이다. 대학교수이자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월북했다. 그해 그의 어머니는 세 살 갓난아기였던 그를 데리고 고향으로 왔다. 영양 석보면의 두들마을이다. 두들에서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의 가족에게는 늘 '빨갱이'라는 딱지가 따라다녔다. 이사와 이사가 거듭됐고 그는 유년시절 전국을 떠돌았다. 이문열의 두 번째 귀향은 열세 살 때다. 밀양중학교를 중퇴한 그는 가족 모두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야산을 개간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두들을 오르내리며 어머니의 회상 속에 존재하던 고향을 직접 보았다. 이문열은 '그때 처음으로 문중이란 것을 알았고, 자연과의 친화를 경험했으며, 노동과 생산을 이해하게 되었다.'(이우는 세월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1994)고 한다. 그는 1964년 안동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시 고향을 떠났다. 그러나 1년 만에 중퇴하고 한동안 주먹질로 세월을 축내며 떠돌았다. 1968년에는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했지만 2년 만에 그만두고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그의 세 번째 귀향은 이때로 여겨진다. 이문열이 고향을 세심한 눈길로 관찰하게 된 것이 이 시기이며 소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1980)'의 소재 대부분을 이때 얻었다고 한다. 그는 시험에 세 번 실패하고, 결혼을 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1976년 대구로 이사했다. 그리고 1977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나자레를 아십니까'로 입선, 19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새하곡'이 당선되어 중앙 문단에 들어섰다. 그리고 잇따라 '사람의 아들(1979)'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1979)' '그해 겨울(1979)' '황제를 위하여(1980~1982)' '영웅시대(1982~1984),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87)'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88)' 등을 발표했다. 그의 왕성한 작품 활동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이문열의 작업실 겸 주거공간은 경기도 이천의 '부악문원(負岳文院)'이다. 2001년 그는 고향 두들에 사택이자 문학 사랑방인 '광산문학연구소'를 짓고 장서 2만여 권을 내려보냈다. '나의 뿌리는 고향으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집단의식에 자리 잡고 있었고, 의식도 강한 전통 지향성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 삶이 외견상 뿌리 없이 보이고 때로는 극단의 일탈을 보일 때도 나는 그것들을 언제나 한시적이고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받아들여 왔다.'(이우는 세월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고향 두들은 그의 뿌리였다. 귀향을 꿈꾸며 지은 '광산문학연구소'는 지난해 7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불탔다. 전소된 고향집 앞에 선 그의 마음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는 요즘 '영웅시대'의 개정판 출간을 위해 작업 중이라 한다.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많은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이문열은 가장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이 시대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오늘의 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5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 20여 개국 1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참고=영양군.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시연구, 국문학연구총서, 정음사, 1981. 김종균 외, 조지훈연구, 고려대학교출판부, 1978. 김용성, 한국현대문학사탐방, 국민서관, 1973. 한국잡지백년.영양 일월면 주실마을에는 조지훈을 기리기 위한 지훈문학관이 조성돼 있다.지훈문학관 뒤쪽 산책길 길목에 위치한 지훈 시(詩)공원의 모습.오일도가 생활했던 생가. 대문간을 중심으로 왼쪽에 글방, 오른쪽에 사랑채가 위치한다.오일도 시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책을 펼쳐 들고 앉아있는 시인과 마주한다.이문열이 유년 시절을 보낸 석간고택. 두들마을 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영양 두들마을 북카페인 '두들 책사랑'에 이문열의 작품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장기화 된 법정다툼' 대구미술관장 공석 해넘길 수도
올해 상반기 대구 미술계는 유난히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구미술관은 관장 장기 공석과 소장작품 위작 논란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고, 대구미술협회는 신임 회장 자리를 두고 구성원 간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대구미술관장 공석 장기화 및 소장품 위작 논란대구미술관장 장기 공석으로 지역민 문화 향유권 침해가 우려된다. 미술 전문가들은 "미술관의 컨트롤 타워인 관장 부재가 장기화 되면서 향후 전시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구미술관장 자리는 지난 3월 최은주 전 관장의 사직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최 전 관장은 지난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이 공모한 8명의 본부장·관장 중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했지만, 연임 3개월여 만에 대구를 떠나 서울시립미술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구미술관장 임용 주체인 진흥원은 지난 3월 대구미술관장 공모에 나섰지만 신임 관장을 임용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을 신임 관장에 내정했지만 결격사유 조회 과정에서 부적절한 징계기록이 발견됐다며 갑작스럽게 임용을 취소했다.이후 안씨는 "징계이력 소명기회를 주지 않은 진흥원 측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소송에 나섰다. 여기에다 지난달 12일 "안씨를 대구미술관장으로 내정했다 취소한 진흥원의 결정이 무효로 볼 여지가 크다"라는 법원의 결정까지 나오면서 진흥원의 대구미술관장 재공모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양 측의 소송이 민사소송으로 진행되면서 대구미술관장 공석 사태가 올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대구미술관 소장품 위작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위작 의혹은 지난 2월8일 열린 진흥원의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에 대구시는 대구미술관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지난 5월15일 '대구미술관 특정감사 중간발표회'에서 김진만의 '매화' 등 3개의 대구미술관 소장작품이 위작이라고 발표했고, 그 여파로 대구미술관의 올해 소장품 수집 일정도 연기됐다. 현재 대구미술관 소장작품 중 140점에 대한 재검증이 진행 중으로 조만간 특정감사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구미술관 특정감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한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대구미술관 소장품 중 위작으로 판명 난 긍석(肯石) 김진만(金鎭萬)의 '매화'가 위작이 아니라 같은 아호를 사용하는 조봉진의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정 평론가는 "인문학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을 사법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구시의 특정감사 방식에 의문을 표했다.한편, 진흥원 측은 "대구미술관 운영에 신경 쓰고 있어 관장 공석 장기화에 따른 업무 차질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미술협회장 보궐선거 갈등대구미술협회(이하 대구미협)는 회장 보궐선거 적법성 여부를 두고 구성원 간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구미협 집행부는 올해초 고(故) 김정기 대구미협 회장의 별세로 지난 3월31일 임원만 참여하는 이사회를 통해 보궐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일부 대구미협 회원으로 구성된 대구미협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대정위)가 보궐선거 방식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이사회 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여기에다 대정위 측이 법원에 제기한 '(대구미협 회장)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서 보궐선거로 당선된 노인식 회장의 직무집행이 정지됐다. 법원은 한국미술협회가 대구미협에 '총회를 통한 선거를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이사회를 통한 선거로 회장을 선출했고, 아직 노 회장이 한국미술협회 이사회 인준을 받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이후 법원에 의해 대구미협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도병재 부회장이 대구미협을 이끌고 있지만, 지역 미술계 전반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지역 미술계 인사들은 "대구미협과 지역 미술인들이 참여하는 행사들이 차질을 빚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하루빨리 보궐선거와 관련한 갈등이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미협 집행부와 대정위 간 갈등은 보궐선거 전부터 불거졌다. 집행부는 선거관리세칙 7조 4항 '임원 중 결원이 생길 경우 이사회에서 보선한다'는 규정에 따라 임원만 참여하는 보궐선거가 합법적이라고 주장했고, 대정위는 "회원 전체가 투표권을 가지는 총회를 통해 선거를 치르는 것이 합법적"이라며 맞서 왔다. 현재로선 법원의 '이사회 결의 무효소송' 판결 내용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대행체제의 현 집행부는 '이사회 결의 무효소송' 본안판결 확정 후 보궐선거 일정을 검토하고 진행하는 것이 순리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반면, 대정위 측은 총회로 보궐선거를 조속히 치르는 것이 상처를 봉합하는 빠른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대구미술관 전경.대구문화예술진흥원 제공지난 5월15일 이유실 대구시 감사위원장이 대구미술관 특정감사 중간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영남일보 DB
2023.07.12
[경산 뉴 파노라마 .2] 내륙 첨단산업 도시로 성장하는 경산
지금까지 경산의 경제를 이끈 것은 자동차 부품과 전자기기·기계·섬유 산업이었다. 유니콘이나 대기업은 없지만 이들 업종이 지역 경제를 지탱해주면서 도시가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그린부품소재, 첨단의료기기 및 메디컬 신소재, 차세대 융복합 기계부품 등이 기존 업종의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경산시가 산업 체질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산시는 시민이 행복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으로 첨단산업 육성을 택했다. 고부가 가치 산업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려운 데다 도시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전통 산업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부품의 고도화 등 오히려 기존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경산 뉴 파노라마' 2편에서는 경산의 산업 생태계 변화상에 대해 다룬다. 일반산단 꾸준히 확충 성장 밑거름일자리·인구 늘고 정주여건도 개선차부품·기계·섬유가 지역경제 지탱경산시, 첨단업종 확충에도 팔걷어지식산업지구·특화단지 등 조성 중고부가가치 산업 중심 재편 속도전◆경제 성장 이끈 5개 일반산업단지경산시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건 1995년 1월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산군과 통합하면서다. 경북에서 가장 늦게 시(市)로 승격한 경산은 전체 면적(411.8㎢)도 10개 시 가운데 가장 작은 지역이다. 반면 통합 당시 주민등록 인구 수는 16만4천632명으로 포항(51만167명), 구미(30만2천413명), 경주(28만3천766명), 안동(19만2천522명)에 이어 경북에서 다섯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였다. 광역자치단체인 대구와 인접한 위성도시의 특성이 어느 정도 작용한 수치다.이후에도 경산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 매년 인구 그래프가 상승곡선을 그렸고, 2018년에는 26만명을 넘어섰다. 20여 년간 인구가 10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현재 경산(26만7천305명)은 인구 규모로만 따지면 포항(49만6천650명), 구미(40만8천110명)에 이은 경북 3대 도시로 성장했다.특히 경산은 연령별 인구 구성에서 젊은 층이 두꺼워 성장 가능성이 크다. 2021년 기준 경산 주민 평균 연령은 42.3세로 경북 평균(46.3세)은 물론 전국 평균(43.5세)보다 적다.지역 경제 지표도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2020년 기준 경산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은 7조9천975억원을 기록했다. 구미(27조9천840억원), 포항(18조6천205억원), 경주(9조9천215억원)에 이어 경북에서 넷째로 높다.이 같은 경산의 성장 배경에는 산업단지의 꾸준한 확충이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정주여건도 차츰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경산의 첫 산업단지는 1994년 4월 준공된 경산1일반산업단지(면적 157만㎡)다. 진량읍 신상리 일대에 들어선 경산1일반산단은 지역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이후 1999년 10월 자인면 북사리와 교촌리 일대에 경산2일반산업단지(48만㎡)가 들어섰고, 2009년 11월에는 진량읍 대원·신제리 일대에 경산3일반산업단지(149만㎡)가 조성됐다. 최근에도 경산의 산업단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1년 10월 진량읍 신상·황제리 일대에 경산1-1일반산업단지(7만㎡)가 들어선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진량읍 신제·다문리 일대에 경산4일반산업단지(239만㎡)가 둥지를 틀었다.지난해 기준 5개 산업단지 내 입주업체는 565곳·고용인원은 1만7천800여 명에 달한다. 이들 산업단지가 경산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단지 외에도 경산에는 많은 제조업체가 활발히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2021년 기준 경산지역 제조업체는 4천383곳, 종사자는 3만5천여 명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기계금속이 26.9%로 가장 많고, 섬유의복이 15.1%로 뒤를 잇고 있다. 그다음으로는 식품(10.8%), 자동차운송장비(7.7%), 고무플라스틱(7.2%), 전기전자(5.2%), 석유화학(5.2%) 순이다. 지난해 경산 전체 제조업체 수출액은 15억4천300만달러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12억1천700만달러까지 뚝 떨어졌다가 2021년부터 회복세로 전환했다. 수출 품목별로는 차량부속품, 전기기기 및 부품, 기계 및 부품, 섬유제품 순으로 많다. 국가별로는 미국, 중국, 베트남 순이다. ◆첨단 업종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 재편경산시는 첨단업종 위주의 산업단지 확충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경산지식산업지구를 비롯해 경산 화장품 특화단지, 경산 상림 재활산업특화단지를 조성 중에 있거나 추진할 계획이다.특히 경산지식산업지구는 경북 최대 경제자유구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면적만 380만㎡에 달해 산업지구 조성이 완료되면 경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업단지가 된다. 경산시는 경산지식산업지구를 자동차부품, 우주항공, 정보통신 등 그린부품소재산업과 교육연구 및 첨단의료산업이 융합된 첨단산업 단지로 조성 중이다. 기계부품특화단지(138만㎡·36%)를 비롯해 첨단의료기기 및 메디컬신소재 단지(27만㎡·7%) 등을 갖춘 글로벌 지식기반산업 중심의 산업단지로 육성이 목표다. 차세대 건설기계, 자동차, 전자, 전기, 기계, 의료기기, R&D, 철도차량 부품, 첨단 메디컬섬유 융합소재 산업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21만㎡(5%)의 연구시설용지를 비롯해 주택건설·상업시설·업무시설·물류시설 용지도 마련돼 있다.경산지식산업지구는 위치적으로 장점이 많다. 대구~경산~영천~경주~포항~울산을 잇는 '자동차산업벨트'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다. 청통와촌IC에서 5㎞ 거리로 5분 이내 대구~포항고속도로 진입이 가능하고,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으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또 지역에 있는 12개 대학, 12만명의 풍부한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경북테크노파크 등도 가까워 산·학·연 연계가 용이하다.경산지식산업지구가 본궤도에 오르면 자동차부품·기계·섬유산업 등 기존 업종과 첨단산업의 융합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 차세대 무선충전 특구로 지정된 점도 고무적이다. 차세대 무선충전 신기술 분야 산업까지 아우를 수 있어서다.여천동 일대에 14만㎡ 규모로 조성되는 경산 화장품 특화단지는 2020년 5월 착공에 들어가 올해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특화단지 인근에는 대구한의대학교, 경북테크노파크, 한국한의약진흥원, 경북IT융합산업기술원,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이 위치해 '뷰티산업 클러스터화'가 가능하다. 더욱이 경산을 중심으로 대구, 경주, 영천, 포항, 구미, 김천, 칠곡에는 화장품 제조업체 250여 곳이 모여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이외에도 경산시는 재활산업 특화단지 조성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의료치료기기, 재활훈련기기, 의료정보시스템 등 재활 관련 산업에 특화된 단지를 공영개발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진량읍 상림리와 내리리 일대에 특화단지를 만들어 영남권 재활산업의 혁신 클러스터로 키운다는 목표다. 경부고속도로 경산IC와 대구·경산을 잇는 국도 4호선과 인접해 있고,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으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인근 대학과의 상호 교류와 협력도 가능해 재활의료 관련 잠재인력 및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경산지식산업지구를 글로벌 지식기반 산업의 중심지로 조기 정착시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 나갈 것"이라며 "더불어 지역 산업 생태계를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도 조속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김일우〈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김수일기자 maya1333@yeongnam.com하늘에서 내려다 본 경산1일반산업단지 전경. 경산시 진량읍 일원에 위치한 경산1일반산단은 경산의 첫 산업단지로 기계·금속·섬유·의복·전기·전자·자동차부품 업체 등이 주로 입주해 있으며 생산 규모는 내수 2조7천897억원, 수출 13억3천288만달러 수준이다.경산지식산업지구 조감도 〈경산시 제공〉경산 화장품 특화단지 조감도 〈경북도개발공사 제공〉경산 하양읍 일원에 조성 중인 경산지식산업지구. 이곳은 앞으로 자동차부품, 우주항공, 정보통신, 바이오산업 등이 융합된 첨단산업단지로 육성된다.
2023.07.11
농약에서 로봇투자까지…대구 산업성장과 함께한 57개국 804개사
대구에 굵직한 '외국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이 많지 않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경쟁력있는 기업이 곳곳에 숨어 있다. 향후 군위에 신공항시대가 열리고 공항첨단산단이 조성되면 외투기업의 관심은 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55년간의 대구 외투기업사(史)를 반추해 보면 기술 및 연구개발 역량 강화 , 사내복지 개선, 건전한 노사관계 정립 등의 효과는 보다 선명해진다. ◆각국 투자액 최근 영남일보와 대구시는 외국인 기업이 처음으로 투자를 신고한 1968월 2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대구지역 외투기업 현황을 파악했다. 그 결과 대구에 투자를 한 외국기업은 57개국 805개사로 나타났다. 투자규모는 1천264건에 미화 33억500만달러(한화 4조3천361억원)였다. 국가별 대구 투자액은 중국이 6억1천9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4억6천700만달러), 미국·네덜란드(각 4억600만달러), 홍콩(3억300만달러), 싱가포르(1억9천200만달러) 등 순이다. 반면 투자 건수에서는 일본(216건)이 중국(170건)보다 많았다. 지난해 7월 민선 8기 출범 후에도 외국기업의 투자는 이어졌고, 제법 굵직한 건도 있었다. 평화발레오·카펙발레오 등 합작투자를 통해 대구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온 글로벌 차부품기업 '발레오'가 눈에띈다. 발레오는 지난해 7월26일 대구시와 '발레오 모빌리티 코리아(프랑스·728억원)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민선 8기 대구 1호 외투다. 당초 다른 지역에 투자하려 했지만 노사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모터밸리 조성 계획이 추진되는 점을 고려해 대구로 방향을 틀었다. 같은 해 이케아코리아(네덜란드·1천800억원 ), 보그워너DTC(미국·620억원 ) 등도 대구 투자를 결정했다. 올해는 미국 서비스 로봇기업인 베어로보틱스(683억원)와 인연을 맺었다. 대구에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사업'이 진행된다는 점에 끌렸다고 한다. 6월 말 현재 대구의 외투기업 수는 폐업 등으로 줄면서 367개 정도로 파악됐다. ◆역사적 투자 대구 외투기업 1호는 농업용 약제 제조사인 한미합자제일화학<주>으로, 경북도 관할 하에 있던 1968년 2월 초 투자액 5만달러를 신고했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동구 대림동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직할시 승격(1981년 7월) 후 첫 외투기업은 대중사우스밴드<주>다. 미국 공작기계업체 '사우스밴드'와 '대구중공업'이 합작했다. 1981년 8월10일 북구 노원동에 뿌리를 내렸고 초기 투자액은 23만3천달러다. 하지만 설립 10년만인 1991년 폐업했다. 1995년 1월 '광역시'로 개칭된 뒤엔 니카코리아(일본·화학제품)가 첫 외투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1995년 4월 306만3천달러 투자를 신고했으며, 달서구 대천동에 주력 사업장이 있다. 외투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대구텍(달성 가창면)'으로 이스라엘계 글로벌 절삭공구 기업인 IMC그룹(본사 소재지 네덜란드)의 자회사다. 지금까지 3억1천40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연매출액은 8천억원 이상이다. IMC그룹은 대한중석 인수 후 1998년 대구텍으로 명칭을 바꾸고 첫 투자금으로 7천170만달러를 내놨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3·버크셔 해서웨이 CEO)이 IMC그룹의 지분 전량을 갖고 있다. 워런 버핏은 현재 대구텍 옆 부지(5만8천여㎡)에 7천만달러를 투입해 항공기부품 제조용 공구생산기업인 'IMC엔드밀'을 건립 중이다. ◆업종 다양화 대구 투자를 결정한 외국계 기업의 업종과 기술력은 계속 다양화 ·고도화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에 확인한 결과, 최근 대구의 '매출천억클럽'에도 외투기업이 적잖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뿌리를 확실히 내린 해외기업이 늘었다는 방증이다. 에스트라오토모티브시스템(달성1차산단)은 국내 기업에서 외투기업으로 분류된 케이스다. 한국델파이가 2015년 이래CS그룹에 인수된 뒤 이래오토모티브(공조장치)와 이래AMS(전장부품)로 분리되고, 이후 2018년 '중국상하이항천자동차기전' 자금이 유입되면서 이래오토모티브도 외투기업 목록에 올랐다. 대구국가산단 한국알스트롬(핀란드)은 생산품목(자동차용 여과지)이 특화돼 있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 제조사인 SSLM(다사읍 세천리)은 삼성LED와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합작사로 지금까지 3천600억원을 투자했고, 직원은 355명이다. 지금은 스미토모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비와이퍼시스템(대구국가산단)은 경창산업과 보쉬(독일)가 합작했지만 지금은 보쉬가 지분을 모두 갖고 있다. 의약품 유통기업인 '경동사'도 스위스의 의약품유통 글로벌 기업인 '쥴릭파마 홀딩스'의 자본이 들어가 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대구의 대표 외투기업인 대구텍 본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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