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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시티·따뜻한 공동체'] 콤팩트도시와 로컬 크리에이터, 그리고 스마트시티
지난주 여름휴가로 군산에 다녀왔다. 지도를 펴놓고 전국에 가 보지 않은 지역을 골라보니 전라도 서북단이 눈에 들어왔다. 도서관에서 군산 관련한 책을 여러 권 빌려 미리 공부도 하였다. "군산은 머물러 있는 도시가 아닌 지난 시간들을 지키고 쌓아온 도시"라는 군산 출신 배지영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군산 월명동, 영화동 일대 골목길에서 다양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독립서점, 실험적인 음식점과 공간들을 만났다. 낙후된 공간을 문화예술과 혁신창업 공간으로 바꾸어 도시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군산은 인구감소로 도시전체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콤팩트 도시'의 전형이다. 최근 외부 확장이 어려운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도심 내부에 인구유동량과 밀도를 높이는 콤팩트 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콤팩트 도시는 도시의 확산을 억제하고 주거, 직장, 상업 등 일상적인 도시기능들을 가급적 기성 시가지 내부로 가져와 공간을 복합용도로 이용하는 도시계획개념이다. 시가지경계 안쪽에 효율적인 공공 교통 제도를 배치하고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권장하며 에너지 소비를 줄여 좋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콤팩트 도시 개념은 1922년 '300만 도시계획'을 제안한 르코르비제(Le Corbusier)에서 출발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 도시들이 외곽으로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자연환경 파괴와 높은 사회적 인프라 비용을 억제하기 위해 등장했다. 최근에는 스마트시티 기술의 도움으로 콤팩트 도시 개발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콤팩트 도시를 정책적으로 가장 잘 활용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부터 자치단체가 '입지적정화 계획'을 수립하고 압축도시화를 추진하고 있다. 토지이용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이미 개발된 시가지와 거주구역을 기준으로 상가 병원 등 도시기능구역을 재설정함으로써 도시규모를 줄이는 계획이다. 한국도 외연확장에 한계를 가진 도시들이 늘어나면서 콤팩트 도시 개념을 적용한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3년 도시재생법 제정에 따른 도시재생 선도사업을 포함하여 지방 도심에 새로운 구심점을 조성하는 도심융합특구(국토부)나 도보로 10분 이내 직장·주거·놀이문화·교육기능이 있는 하이퍼 클러스터 형태로 조성하는 디지털혁신거점(과기부)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적 도시기능을 市 내부로"이동거리·시간·공간 최소화한콤팩트 도시 핵심 구성요소는골목 경제와 로컬 크리에이터1천여 골목길 자산 가진 대구스마트시티 기술 방아쇠 삼아지역 자원 기반해 새 가치 창출"지난 시간 지키고 쌓는 도시로"하지만 인프라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이나 높은 건축물에만 집중하는 사업계획을 보면 콤팩트 도시철학에 잘 부합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콤팩트 도시가 지향하는 계획과 추진이 성공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 조건들을 반드시 완수할 필요가 있다.첫째, 콤팩트 도시는 반드시 스마트시티 기술과 함께 가야 한다. 한국사회주택협회 최경호 이사는 콤팩트 도시의 문제점으로 고밀화에 따른 일조량 감소, 난방 부담 증가, 고층건물 증가로 인한 수직교통비용 상승, 혼잡도 증가 등을 지적한다. 스마트 기술은 콤팩트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기능을 지원한다. 건축, 물류, 교통, 에너지, 건축공법 등은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하여 자체 문제해결 역량을 높인다. 첨단화된 무인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에너지와 교통 데이터를 이용하여 미래를 시뮬레이션한다. 나아가 로컬 크리에이터를 사회관계망서비스나 디지털플랫폼과 연결하여 도시의 물리적 공간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둘째, 고밀화에 대한 환상을 극복해야 한다. 콤팩트 도시에 대한 오해 중에 하나가 용적률과 건폐율을 조정하여 건물을 고층으로 건축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콤팩트 시티의 방점은 도시의 외연확장을 억제하고 에너지 사용과 교통 혼잡도를 획기적으로 줄여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사람들의 '이동거리'와 '이동 횟수'를 줄이고 조닝(zoning) 제도에 묶인 기존 건축물을 복합건물로 허용함으로써 적정 규모의 인구 밀집을 유도한다. 1층에는 상업, 2~5층은 사무실 등의 취업시설, 상층은 주거 시설이나 호텔 등이 들어오면 최저 1일 16시간은 상시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가는 도시가 된다. 도시는 건물의 복합이용과 도보, 자전거 이용을 통해 에너지와 교통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소도시가 아닌 대도시는 이러한 콤팩트 지구를 도시 내 여러 곳에 다핵으로 개발하여 연결함으로써 도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셋째, 골목경제와 로컬 크리에이터는 콤팩트 도시의 핵심 구성요소다. 골목은 지리적, 역사적, 사회적으로 고유한 맥락(context)을 제공한다. 고유한 라이프 스타일의 특별한 콘텐츠(contents)를 만드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선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자,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여 교류(connection)를 만드는 장소이다. 잘 개발된 골목은 공통의 추억이자 '공짜로 머물 수 있는 소셜믹스 공간'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골목상권 등 지역 시장에서 지역자원,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을 말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식음료, 숙박, 카페 등 전통적인 골목산업뿐만 아니라, 디자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소셜벤처, 문화기획, 도시재생 스타트업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콤팩트 도시에서 커뮤니티와 함께 협업하며 혁신 분야를 확장하는 도시 디엔에이(DNA)다. 넷째, 콤팩트 도시에 대한 원주민 만족도가 높아야 한다. 콤팩트 도시 추진은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지역 소상공인의 저항 등 현실적인 문제와 만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조정하는 과정은 리빙랩에 기반해 해결하거나 유연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창의적인 로컬 크리에이터가 모여서 인구 유동량을 높일 수 있도록, 가령 차 없는 거리를 만들거나 젠트리피케이션에 대비한 조합을 만들어 공동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골목에 거주하는 구체적인 시민들과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 소셜클라우드소싱, 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 등의 스마트시티 기술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인구감소와 외연 확장이 정체된 오늘날의 도시는 콤팩트 도시가 필연적이다. 대구는 근대문화거리, 김광석길, 안지랑 곱창골목 등 1천개가 넘는 골목 자산이 있다. 골목길과 창의적인 로컬 크리에이터의 연결, 높은 인구유동성이 만드는 다양성과 포용성, 건물의 복합이용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와 성숙한 시민력 등은 콤팩트 도시의 혁신 임계치를 높인다. 스마트시티 기술은 콤팩트 도시의 혁신 생태계를 활기차게 만드는 방아쇠다. 창의적인 골목과 로컬 크리에이터, 그리고 스마트시티 기술이 바탕이 되는 콤팩트 도시를 추구한다면 대구는 '머물러 있는 도시가 아닌 지난 시간들을 지키고 쌓는 도시'가 될 것이다. <대구TP 글로벌협력센터장>〈게티이미지뱅크〉김희대 대구TP 글로벌협력센터장
2023.08.18
대구족구協-스타스포츠 협약…올해 창단한 남자 체전부 후원
대구시족구협회가 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수성패밀리파크 족구 전용 경기장에서 스타스포츠(신신상사)와 협약식을 갖고, 올해 창단한 남자 체전부(파워풀대구)에 후원금과 용품을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진복 대구시족구협회장, 서정호 수석부회장 및 부회장단, 김광용·배윤종 자문위원, 정인수 신신상사 본부장 등이 참가해 오는 10월 열리는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족구 남·여 동반 우승을 기원했다.전통 구기종목인 족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체전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다. 앞서 대구 여자 체전부(수성구여성족구단)는 지난해 진행된 103회 전국체전에서 족구 여자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대구시족구협회가 지난 11일 대구 수성구 수성패밀리파크 족구전용경기장에서 남자 체전부(파워풀대구)에 후원금과 용품을 전달했다.
2023.08.17
[떠나요! 포항 전통시장 감성여행 .2] 중앙상가와 야시장
도심 한가운데, 상가들로 빼곡한 거리의 한가운데를 실개천이 흐른다. 실개천은 깊이 20㎝에서 50㎝, 폭은 30㎝에서 100㎝로 구불구불 S자 모양으로 흐른다. 천변에는 푸른 관목들이 숨을 쉰다. 그늘막과 벤치가 곳곳에 자리하고, 형형색색의 가로등이 늘어서 있다. 어둠이 내리면 바닥에 설치된 빨강, 노랑, 파랑의 수중 조명등 214개가 동시에 켜져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실개천 양편으로는 약 900여 개의 점포가 늘어서 있다. 젊은이와 연인들, 어른과 아이들, 상인과 예술가들이 이 거리에서 저 골목으로 활보한다. 아장아장 걷던 아이가 그 작은 손으로 흐르는 물을 잡는다. 아주 쉽게 폴짝 건널 수 있는 실개천, 그러나 물의 힘은 세다. 포항의 중앙상가다. 친수공간 확보로 옛 명성 회복도심 재생사업 우수사례 인정국내·해외서 벤치마킹 잇따라야시장 개장으로 '새로운 도약'지역민·관광객 방문으로 활기◆포항 중앙상가중앙상가는 포항 중앙로의 서편에 커다란 블록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를 관통하는 길은 중앙상가길. 구 포항역 앞에서 육거리까지 약 660m 뻗어있는 이 길을 사람들은 중앙상가 실개천 거리라 부른다. 중앙상가에는 없는 게 없다. 이 가게에 없는 물건은 다른 가게에서 곧바로 살 수 있다. 모든 점포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정보의 교류 또한 활발하다. 코로나를 겪으며 공실이 부쩍 많아졌지만, 중앙상가는 1949년 포항이 시로 승격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민생경기의 상징이자 지역 경제의 중심이며 포항의 자존심이다. 중앙상가 일대는 아주 오래전부터 포항의 중심이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포항 시내에서 가장 큰 도로가 중앙로였다. 역과 버스터미널이 포진한 포항의 관문이었고, 각종 관공서가 집결해 있었으며, 주변으로 온갖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는 포항 도시 형성의 시발점이었다. 전성기는 1980년대다. 시공관(시민회관), 포항백화점, 무궁화백화점, 아카데미극장, 국제극장, 시민극장, 시민제과, 경북서림 등이 성업을 이루던, 일명 상업적 문화자본 전성기였다. 중앙상가는 포항의 최대 번화가로 '포항의 명동'이라 불렸다. 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나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 했을 정도였다. 이후 신도시 개발 등으로 도시의 덩치가 커지면서 중앙로는 상대적으로 왜소해졌다. 관공서가 자리를 옮기고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이 생기면서 중앙로는 침체기를 겪었다. 중앙로 변신의 시작이 바로 중앙상가의 실개천이라 할 수 있다.포항시는 중앙상가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수십 차례 현장 방문과 마라톤 회의, 아이디어 공모 등 고심을 거듭했다. 그 결과 2007년 8월 많은 반대 여론에도 상가 거리에 친수 공간을 확보했다. 실개천을 중심으로 포항시립중앙아트홀, 중앙아트센터, 별밤지기아트홀 등 연극, 공연, 전시 공간이 들어섰다. 유동인구도 실개천 조성 전보다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국내 많은 도시의 도심 재생 디자인 관련 공무원과 시의원, 학생, 교수 등이 실개천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갔다. 중국 산둥성 래무시, 미국 피츠버그시, 일본 조에츠시 등에서도 사절단이 다녀갔다. 중앙상가 실개천은 도심 재생사업 및 도시디자인 추진의 수범사례로 평가돼 2008년 도시대상 국토해양부 장관상과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고 2011년에는 아시아 도시경관상까지 수상했다. 구 포항역 방향의 중앙상가 입구에는 옛날 역전 파출소가 있었다. 이후에는 벽천분수가 물을 뿜었고 지금은 하얀 요트 모양의 실개천 전망대가 자리한다. '해양 도시로 나아가는 포항'이라는 의미로 2018년에 완공했다. 전망대이자 쉼터이고 때로는 버스킹이 벌어지는 열린 공간이다. 높게 솟은 전망대의 돛은 대형 LED 미디어 파사드로 중앙상가를 찾는 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육거리 방향의 중앙상가 입구에는 쇳물이 흘러나오는 용광로 모양의 수원이 실개천으로 물을 흘려보낸다. 뒤에는 도로의 출발점과 종점을 알리는 도로원표가 놓여 있다. 포항 곳곳에 있는 도로 표지판이 바로 이 도로원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도로원표에는 서울, 부산, 대구, 속초, 인천, 경주 등 각 도시까지의 거리가 기록되어 있다. 이곳에서 모든 길이 통한다. ◆여름밤 실개천변의 야시장요즘 중앙상가의 밤은 여느 때보다 활기가 넘친다. 실개천을 따라 다양한 음식 부스와 푸드트럭이 늘어서 있고 먹거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끝없다. 플리마켓에서 양초를 만드는 아이들, 네일아트를 하는 아가씨,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가족들, 양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활보하는 청춘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여름밤의 '영일만 친구 야시장'이다. '영일만 친구 야시장'은 2018년 행정안전부의 '전통시장 야시장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2019년 중앙상가 실개천거리에 자리 잡았다. 육거리에서 북포항우체국까지 260m 구간으로 매년 같은 장소에서 열리고 있다. 개설 당시 평일 방문객만 1천~2천명, 주말에는 1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야시장을 찾으면서 큰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결국 폐장, 지난해 재개장했다. 올해는 지난 12일 개막해 오는 9월30일까지 8주 동안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밤 9시까지 열린다. 야시장의 꽃은 먹거리다. 오후가 되면 중앙상가는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찬다. 포항초샌드, 사탕수수주스, 별별호떡, 차돌박이야키소바, 비트수수치즈호떡, 단짝포대팝콘, 오코노미야키, 닭꼬치, 마시멜로탕후루, 삼겹야채말이, 갈릭버터새우구이, 치즈삼겹말이, 큐브스테이크, 파인애플 셰이크, 필리치즈스테이크, 파스타, 와인, 핸드드립커피, 목살꼬치, 맥주, 생크림킹콩와플, 롱추로스, 반려동물치킨, 식어도 맛있는 호떡, 넴누이, 각종음료와 얼음물, 경주십원빵, 크루아상붕어빵, 쿠시카츠, 버터오징어구이, 베이컨쪽파치즈소금빵 등 온갖 맛과 향이 진동한다. 먹거리는 부스형태와 푸드트럭,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인기가 많은 먹거리는 줄을 좀 오래 서야 한다. 음식은 포장을 해서 갈 수도 있지만 야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고 싶다면 취식 부스를 이용하면 된다. 방문객들이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거리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 텐트가 설치되어 있고 쉼터도 마련되어 있다. 먹거리 외에 한지공예, 지비츠 그립톡 만들기, 바다캔들, 비즈공예, 석고방향제, 자개 모빌 등 체험형 플리마켓도 운영하고 있고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이벤트 부스로는 타로, 사주, 네일아트, 마술 등이 준비되어 있다. 야시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중앙상가 화장실 외에도 많은 가게들이 자체 화장실을 개방했다. 입구에 '착한화장실(개방화장실)'이라 공지된 가게를 이용하면 된다. 매주 토요일에는 이벤트가 열린다. 야시장 개장 날에는 서머 페스티벌이 열렸다. 축하공연과 각종 거리이벤트가 있었다. 2주차인 19일은 비어데이다. 악기연주와 대중가수들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며 야시장 먹거리와 함께하는 비어데이 1캔 무료 증정 이벤트가 있다. 3주차인 8월26일에는 다문화 가요제가 열린다. 4주차에는 3인 3색 미니 콘서트가 열리고 5주차에는 중앙상가 보이스 배틀이 있다. 6·7·8주차에도 골목극장, 청소년 댄스페스타, 고향사랑 행복 어울림마당이 기획되어있다.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포항시. 공동기획 : 포항시일제 강점기부터 포항의 중심지로 명맥을 이어온 북구 대흥동 중앙상가 거리를 시민들이 거닐고 있다.포항 중앙상가는 매년 여름이면 다양한 먹거리와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야시장으로 변신한다.중앙상가 야시장 개장식에 참가한 내빈들.중앙상가 야시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취식 부스에 앉아 먹거리를 즐기고 있다.여성 락밴드 롤링쿼츠가 중앙상가 야시장 개장 축하 무대에서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논설위원의 직터뷰] 이신근 대한검도회 이사 (8단 교사) "무수한 우승 트로피보다 사람을 남겼다는 것이 가장 뿌듯해"
'수파리(守破離)'. 불교용어이기도 하지만 무도를 수행할 때 곧잘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수(守)'는 '가르침을 지킨다'라는 의미다. 원칙과 기본을 충실하게 익히는 단계를 뜻한다. '파(破)'는 원칙과 기본을 바탕으로 그 틀을 깨고 자신의 세계를 창조한다. 수련의 마지막 단계로 불리는 '리(離)'는 파의 연장 선상에 있지만, 모든 면에서 법을 잃지 않고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경지에 이름을 뜻한다. 이 모든 게 자신과의 싸움이다. 특히 무도에서는 더욱 그렇다.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 다른 지름길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내와 땀이 맺은 결실의 크기에 따라 단(段)이나 급(級) 등이 부여돼 수련자의 수준을 짐작게 한다. 선수 및 지도자 생활을 거치며 검도 인생 50년을 살아온 이신근(65·전 구미시청 감독) 대한검도회 이사 역시 정상급 수준인 '8단 교사' 칭호를 받았지만 여전히 '리(離)'를 향해 가고 있다.◆외로움이 항상 그를 담금질했다 어떤 조직, 어떤 사회에서든 1기·1회·창단·초대 등 '처음'이 주는 기대감과 부담감은 공존하기 마련이다. 백지상태에서 뭔가를 이룩할 때마다 멋진 역사가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반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거나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처음'은 동전의 양면 같다. 선배나 전임자들이 잘 닦아놓은 길을 상대적으로 쉽게 걸어갈 수 있는 찬스는 원천적으로 없다. 또 책임감과 사명감은 더욱 크기에 대부분 평균 이상의 노력과 희생을 요구받기 일쑤다.이신근 이사의 삶도 어찌 보면 '처음'의 연속이었다.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 검도를 처음 접한 중학교 때는 팀이 창단됐다. 검도부 1기로 고교를 다녔고 실업팀도 창단멤버로 뛰었으며 지도자 생활도 창단팀 감독을 맡아 시작했다. 당연히 외로웠다. 노하우를 전수해주거나 이끌어줄 선배가 없는 엄연한 현실은 선수시절이든, 지도자 생활이든 대개 생존과 맞닿아 있었다. 이런 여건과 일련의 과정들은 끊임없이 그를 담금질하게 했고 대과 없이 현역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했다.이 이사의 검도 입문 과정은 꽤 평범했고 1973년 경주문화중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체육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일부 수업에 빠질 수 있는, 당시 또래 사이에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도 한몫을 했다. 죽도를 들고 다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당초 없었던 흥미가 생겨났고 익숙해질수록 의욕과 오기가 생겼다. 때마침 창단된 검도부 1기가 됐고 처음 출전한 경북도내 대회에서 2위에 올라 가능성도 발견했다. 인천체고 1기로 진학해서 주장을 맡았고 1983년 풍산금속 검도실업팀 창단멤버로 입단, 팀이 해체될 때까지 12년 가까이 선수생활 및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지도자로 꽃피운 검도 인생 22년간 구미시청 검도단 감독 맡아 200여회 수상 전무후무한 기록 일궈 학교~실업팀 잇는 육성 인프라 개척 입단 때까지 우승 인연 없던 선수도 정상급으로 길러내며 황금기 이끌어 이젠 무대 뒤 '離를 향한 정진' "제가 받은 과분한 사랑 되갚을 시간 미력하나마 후배들과 검도발전 위해 은퇴 후에도 할 수 있는 일 찾아 봉사"◆3대가 체육인… 지도자로 빛을 발하다이 이사는 이태원(작고) 전 경북체고 교장·김청자(89) 여사의 장남이다. 이 전 교장은 경북대 사대 체육과 출신으로 경북도교육청 체육과장 등을 지냈으며 체육행정에 적잖은 업적을 남겼다. 또 이 이사의 아들 주섭(30)씨는 문화중·고와 대구대 검도부 출신으로 검도 5단이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대거 출전하는 단별선수권대회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것으로 유명한 3단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흔치 않은 3대 체육인 집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 이사는 선수시절보다 지도자로 두각을 나타냈다.한국실업검도연맹에서는 이 이사가 일궈낸 실적을 두고 '아마 전무후무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00년 구미시청 검도선수단 창단에 이어 2001년부터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2022년 퇴임 때까지 쌓은 수상경력이 200회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그를 거쳐 간 제자들의 활약 또한 그를 빛나게 했다. 현재 구미시청 검도단을 이끌고 있는 이강호(7단 교사) 감독이 대표적이다. 2001년 대학졸업 후 첫 실업팀 생활을 구미시청에서 시작, 22년간의 선수생활을 한 팀에서 마무리하고 소속팀의 지휘봉을 물려받은 한국 검도계의 정상급 실력자다. 이 이사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제자들의 노력과 구미시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부인 류명이(60)씨의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주 출신인 류씨는 교육공무원으로 이 이사와는 중매로 만났다. 선을 보는 자리에서 류씨는 "열심히 살 자신이 있다"는 다소 뜻밖의 말을 했고 이 이사는 그 말에 감동을 받아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들려줬다. 직업특성상 대회나 연수 및 훈련이 잦아 집을 비우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단 한 번도 불만이나 싫은 내색을 비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마움은 안정감으로 이어졌고 팀 운영과 제자 육성에 전념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결국은 상장과 상패보다 사람이 남더라선수생활을 하면서 우승과 별다른 인연을 맺지 못했던 이 이사는 팀을 맡은 지 2년 만인 2003년 제7회 전국실업검도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하면서 황금기의 시작을 알렸다. 거의 매년 국가대표를 배출하면서 구미시청은 자타가 공인하는 검도명가의 반열에 올랐다. 구미시청 검도선수단 훈련장 한 편에는 그동안 수상한 우승컵 및 우승기와 상장·상패 등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그는 선수들을 선발할 때 기량보다 인성과 가능성을 우선시한다. 오기와 뚝심까지 엿보인다면 최우선 고려대상이다. 신뢰와 마음을 주면 의리가 생긴다는 믿음도 강하다. 누구나 검도를 대하는 가치관은 다르지만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 이사의 지론이다. 그리고 정정당당한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다. 실제로 구미시청 검도팀에는 중·고 및 대학시절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한 선수들 가운데 실업팀에서 기량을 만개한 경우가 많다.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수(守)'를 무한 반복하다시피 하면서 '파(破)'의 길로 접어들게끔 하는 것이 이 이사의 역할이자 책무다. 제자의 성장이 가르치는 재미로 이어지고 그 재미가 또다시 수련의 에너지로 환원되는 선순환이 계속되면서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셈이다.은퇴를 고민하던 무렵, 그는 희한한 상황에서 결심을 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제22회 봉림기 전국실업검도대회에서 구미시청이 정상에 오른 직후 제자들의 우승 헹가래 당시 몸이 공중에 뜬 순간 '이제 물려주고 내려 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는 것이다. 다소 느닷없는 결정이었지만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 이사는 그해 12월 검도계 인사들과 제자 및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은퇴식을 갖고 22년간의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죽도를 잡은 지 50년. 예의범절과 인격 수양을 강조하는 검도인으로 살면서 검도 불모지였던 구미에 중·고·대학·실업팀으로 이어지는 인프라를 구축한 것에 남다른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는 2021년 '자랑스러운 구미사람 대상'을 수상하면서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정형외과 의사이기도 한 윤성용 한국실업검도연맹회장(6단)은 최근 SNS를 통해 이 이사를 두고 '한국실업검도계의 전설'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결코 제가 잘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그리고 가족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이젠 갚아야 할 시간입니다. 우승기도, 트로피도 소중하지만 결국은 사람을 남겼다는 사실이 가장 뿌듯합니다. 실업팀에서는 드물게 매년 개최되는 OB·YB모임도 연장 선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미력하나마 검도발전과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작정입니다". 장준영 논설위원 changcy@yeongnam.com이신근 이사가 우승 트로피와 상패 등이 가득한 구미시청 검도선수단 훈련장 사무실에서 검도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준영 논설위원일본에서 열린 제16회 세계검도선수권대회에서 단체 준우승을 차지한 뒤 이신근 이사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신근 이사 제공〉
2023.08.16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1]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상)
경북 청송은 매력이 넘치는 고장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국제슬로시티(Slow City) 인증을 받은 곳이자 국립공원까지 갖춘 국내 유일한 지역으로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더불어 유서 깊은 역사문화자원과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포츠 환경도 보유하고 있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고 한발 더 나아가 삶의 조화로운 리듬을 지키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송이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세계로 가는 청정관광 1번지 산소카페 청송' 시리즈를 연재한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를 꿈꾸는 청송의 다채로운 매력을 다양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덧붙여 소개한다.용전천 기슭따라 송강리 습곡 형성한반도 형성 이전 암석 볼 수 있어청송호 남서쪽엔 파천구상화강암세계 100여곳 산출되는 희귀 암석수락리 주상절리·면봉산 칼데라백악기때 화산 활동이 남긴 흔적청송은 2017년 5월1일 제주도에 이어 한국에서 2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 되었다. 유네스코는 세계지질공원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고 지질공원의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4년마다 심사를 하는데, 이를 통과하면 4년간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청송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운영위원회의 현장평가 심사를 통과했고 최근 재인증을 확정했다. 만장일치였다. 청송은 군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이다. 그 가운데 화성, 퇴적, 수리, 고생물 및 지형을 주제로 한 총 24곳의 지질명소들이 청송 전역에 흩어져있다. 청송으로의 지질여행은 한반도가 형성되기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는 거대한 시간 여행이다. ◆고생대 이전의 지질명소, 송강리 습곡청송의 파천면. 청송 나들목을 통과해 첫 번째로 발 디디는 청송 땅이다. 이곳에 한반도가 형성되기 이전인 선캄브리아기의 암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송강리 습곡'이다. 용전천 물길을 따라 오르면 산소카페 청송정원이 펼쳐진다. 청송정원의 제2주차장에서 용전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면 송강리 마을의 동쪽 천변에 닿는다. 그곳에 주름투성이인 송강리 습곡이 용전천 기슭을 따라 약 170m 드러나 있다. 이곳의 기반암은 선캄브리아기 변성암류인 호상 편마암, 화강암질 편마암, 석회규산염암과 그를 관입하는 동시대의 화성암류인 화강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편마암은 지구가 탄생하고 바다가 만들어진 후 원시 바다에서 형성된 퇴적암이 변성되어 만들어진 암석이다. 즉 원래 바닷속에 있던 퇴적암이 지하 깊은 곳에서 열과 압력을 받아 변성된 것이다. 송강리 습곡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이름 그대로 습곡이다. 이 외에도 단층과 암맥 등 다양한 지질구조가 관찰된다. 습곡은 지하 깊은 곳에서 지층이 양쪽에서 미는 힘을 받아 휘어진 것이다. 단층은 지표면 근처에서 외부의 힘을 받아 끊어져 어긋난 것, 암맥은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기반암의 갈라진 틈으로 관입해 굳어진 것이다.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는 송강리 습곡은 선캄브리아시대의 암석이 이후의 긴 시대를 거치며 여러 차례의 지각변동과 화성활동으로 변화된 모습이다. 여기에는 3회의 중첩된 습곡 작용과 관입시기를 달리하는 3회의 산성 암맥들의 관입작용, 그리고 1회의 단층운동이 기록되어 있다. 즉 선캄브리아기 이후 적어도 네 번의 지구조 운동을 겪었다는 의미다. 선캄브리아기의 변성암류는 청송군에서 송강리에 소규모로 분포하며, 청송의 여러 지질명소 중 시대와 성인, 그리고 암석 분류상 변성암에 해당하는 유일한 지질명소다.◆중생대로의 진입, 파천구상화강암과 달기약수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중생대 초인 트라이아스기 때, 지구 내부의 화강암질 마그마가 선캄브리아기의 변성암층에 관입했다. 그리고 마그마는 천천히 식어 둥근 모양의 구상 화강암이 되었다. 암모나이트가 살던 시대다. 파천면 신흥리에는 2007년 청송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커다란 청송호가 있다. 그 호수의 남서쪽 뾰족한 끝자락에 트라이아스기의 구상화강암이 있다. 파천면에서 발견되었다고 '파천구상화강암'이라 부른다. 파천구상화강암은 핵을 중심으로 석영이나 장석과 같은 밝은색 광물과 흑운모와 같은 어두운색 광물이 번갈아 성장해 마치 양파의 속과 같은 구조를 보인다. 이러한 구상암은 세계 100여 군데 정도에서 산출되는 매우 희귀한 것이다. 파천 구상화강암은 평소 물속에 잠겨 있지만 현재 청송양수발전소 홍보관 앞에 전시되어 있어 쉽게 볼 수 있다.신흥리의 동북쪽인 청송읍 부곡리의 '달기약수탕' 주변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화강암 위에 쥐라기의 퇴적암이 덮여 있는 지형이다. 지하 깊은 곳의 이산화탄소가 화강암의 틈을 타고 올라와 퇴적암 내의 광물과 반응해 무기질과 탄산이 가득한 천연 광천수를 만든 것이 달기약수다. 무기질 중 특히 철분의 함유량이 많아 주변이 붉다. 지금은 하탕에서 상탕까지 계곡을 따라 줄줄이 10여 군데의 암반에서 약수가 솟아난다. 심지어 계곡물에서도 뽀글뽀글 탄산이 올라온다.◆백악기 퇴적암의 다양한 얼굴, 신성계곡 녹색길파천면의 남쪽 안덕면에는 청송 제1경으로 꼽히는 신성리 계곡에서 지소리를 거쳐 고와리까지 길안천의 절경을 따라 이어지는 '신성계곡 녹색길'이 있다. 이곳에는 4곳의 지질명소가 포함되어 있는데 퇴적명소인 '만안자암단애'와 '방호정 감입곡류천', 고생물명소인 '신성리 공룡발자국', 지형명소인 '백석탄 포트홀' 등, 모두 백악기 경상분지 퇴적암을 기반으로 하는 지질명소다. 동해가 열리기 전, 땅은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고 신성리 계곡 일대는 드넓은 호수와 초원이었다. 물줄기들은 자유롭게 평지를 흘렀고 잘게 부서진 암석들과 함께 천천히 호수로 흘러들었다. 암석들은 쌓이고 굳어져 지층이 되었다. 이렇게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큰 호수를 경상호 또는 경상분지라 하고 퇴적암층을 경상누층군이라 부른다. 이때의 날씨는 따뜻했다. 식물은 풍부했으며 공룡과 다양한 동물들이 뛰놀았다. 그리고 가끔 화산활동이 일어났다. 신성계곡의 방호정은 1619년 조선 중기의 학자 조준도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세운 정자다. 방호정이 올라앉은 절벽은 사암과 이암이 번갈아 층을 이루고 그 사이 간헐적으로 응회질사암층이 나타나는 백악기 퇴적층이다. 이는 당시 우기와 건기가 되풀이되었고 때로는 화산활동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공룡들은 호수 주변을 활보했다. 방호정 맞은편 '신성리 공룡발자국'이 그때의 흔적이다. 백악기 말 공룡들은 사라졌다. 시간이 흘러 땅이 융기하자 천천히 흐르던 하천은 빠르고 깊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방호정 감입곡류천'이다. '만안자암단애'는 만안 마을에 발달한 붉은 절벽을 말한다. 자암을 구성하는 암석은 사암으로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거치면서 절리로 쪼개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신성계곡의 정수로 꼽히는 백석탄은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개울'이라는 뜻이다. 이곳의 퇴적층은 역암과 사암, 이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석영, 장석과 같은 흰색의 광물 입자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하얗게 보인다. 백석탄에서는 흔적화석, 층리, 사층리, 이암편 등 많은 퇴적구조를 관찰할 수 있으며 특히 항아리 모양의 침식지형인 돌개구멍(포트홀)도 많이 분포되어 있다. ◆백악기 화산폭발의 순간, 수락리 주상절리와 면봉산칼데라 백악기 경상누층군이 형성되는 동안 청송에는 여러 차례 화산활동이 있었다. 그중 한 곳이 청송의 가장 남쪽인 현서면과 현동면, 포항의 북구 죽장면에 걸쳐 있는 면봉산이다. 면봉산은 청송의 산들 중에서 지질학적으로 독특한 산에 꼽히는데, 백악기의 폭발적인 화산작용으로 만들어진 칼데라의 잔류 화산체이기 때문이다. 지구 내부의 마그마가 지표를 뚫고 분출하면 화구 주변에 분출물이 쌓여 화산체를 형성한다. 이후 큰 폭발이 일어나거나 산정부가 함몰되면서 만들어진 분지지형이 칼데라다. 면봉산 지역에는 현동면 남서부에서 현서면 남동부에 걸쳐 지름이 약 10㎞에 달하는 칼데라가 있었다. 면봉산 칼데라는 대규모의 화산재가 옆으로 흐르면서 쌓인 회류응회암으로 형성되었다. 이 응회암을 특별히 면봉산응회암이라 부른다. 면봉산응회암은 칼데라 내부에만 분포되어 있는데 이를 보여주는 것이 현서면의 '수락리 주상절리'다. 대부분의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어 만들어지지만 수락리의 주상절리는 뜨거운 화산재가 쌓이고 엉겨 붙었다가 식으면서 만들어졌다. 이러한 응회암 주상절리는 드물게 나타나는 것이라 한다. 수락리 주상절리는 수락2교에서 동쪽 산자락 보현천변에 펼쳐져 있다. 주변의 가파른 산들도 면봉산 응회암에 해당되고 보현천도 칼데라 속을 흐른다. 면봉산의 칼데라 지형은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화구 역시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수락리 주상절리는 화산폭발과 이후의 시간을 촘촘한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참고=청송군.청송군 안덕면 일대에 위치한 신성계곡은 청송 8경 중 1경으로 꼽힐 만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하얀돌이 반짝거리는 개울' 이라는 뜻을 지닌 백석탄은 계곡의 정수로 불린다.청송읍 부곡리 달기 약수탕에서 등산객이 약수를 뜨고있다.만안자암단애는 사암이 오랜 세월 풍화와 침식을 거쳐 절리로 쪼개지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코리안 드림 꿈꾸는 중남미엔 '韓 소프트파워'로 다가서라"
중남미지역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장 먼 곳이지만 부존자원, 시장성장의 잠재력,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 등을 고려할 때 전략적 파트너로서 손색이 없는 지역이다. 다만 중남미지역의 독특한 국내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진출전략은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중남미 국가들과 전략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한국은 최근 우방국들의 외교전략 추세에 발맞춰 인도태평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중남미 등 역외지역에도 적용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중남미국가들은 인태지역 개념을 미·중 경쟁 구도 내에서 이해하고 있어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고 있다. ◆중남미의 현안, 중견국가와 관계강화미·중 간 무역전쟁이 진행된 지난 6년간 중국은 과거 '미국의 뒷마당'으로 통했던 중남미지역 대부분의 국가에서 제1교역국으로 부상하며 활발한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대중국 투자를 자국으로 복귀시키거나 우방국으로 이전하는 이른바 '리쇼어링' 및 '프렌드쇼어링' 정책을 펼쳤고, 멕시코가 가장 큰 수혜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안 모색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남미국가들은 글로벌경제의 쇠퇴로 인해 실질경제성장률 둔화, 인플레이션 고착화 형국을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택할 대외전략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신 비동맹노선'이다. 즉 중남미 국가들의 중요 현안은 G2가 아닌 중견국가들과의 관계강화란 의미다. ◆중남미는 한국의 대안 시장중남미의 현안은 세계 10위권 경제인 중견 국가 한국의 생존전략과도 맞닿는 부분이다. 중남미지역은 인구 6억6천만명의 소비시장과 풍부한 광물 및 전략자원을 갖고 있다. 한국의 당면 과제인 수출시장 확대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에 부합하는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중남미지역 33개국은 각기 개발 수준의 격차가 크므로 차별화된 접근법이 요구된다.첫째, G20의 일원인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는 외교무대에서 한국과 많은 접촉을 갖는 것에 비해 통상협력수준이 매우 미약하다. 한국은 멕시코 및 브라질과 무역투자를 활발히 펼치고 있지만, 이들 중 어느 국가와도 FTA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한국과의 FTA가 자국산업에 위협적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멕시코와의 양자 간 FTA의 대안으로 추진한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협상마저도 PA회원국인 멕시코-페루 간 정치분쟁으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디지털·에너지·기후 시대전환기인구 6억6000만 중남미 33개국풍부한 광물·전략자원까지 보유韓 수출확대·안정적 공급망 확보중견국·OECD·ALBA·저개발국개발 격차 커 차별화된 접근 필요◆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에 통상역량 집중해야다른 한편으로 이들 국가는 한국의 자동차, 전자, 철강, 식량자원 등 모든 부문에서의 직접투자를 환영한다. 한국과의 자본-기술-자원-노동 협력에 대해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상반된 현실은 한국의 통상외교력이 현지의 통상정책과정에 깊이 침투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즉, 이들의 다극화 외교전략과 '자원개발-기술발전-고용창출'이란 국내 정책 간 핵심고리, 그리고 대외경제관계에 대한 다양한 이해집단 간의 갈등구조를 소화해낼 만큼의 한국의 통상역량이 이들 국가에 집중될 수만 있다면 FTA와 같은 묵은 과제의 해결은 가능하다.◆OECD 가입국은 한국의 우군현재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남미지역 국가는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4개국이며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가 가입 협상 중에 있다. OECD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념으로 무역, 금융, 노동, 환경, 기업 등 경제사회 모든 부문의 국제규범을 추구하는 클럽인 만큼 회원국 간 정책공유 및 공조가 수월한 편이다. 한국은 이 중 칠레, 페루, 콜롬비아, 코스타리카와 FTA를 운영하고 있고, 장차 역내 OECD 회원국은 파나마, 우루과이, 에콰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등으로도 확대될 전망인 바, OECD 체제를 가치공유 및 인접국 진출 기반으로 삼는 다차원적인 중남미지역정책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의 GDP대비 무역비율이 80%였던 2021년에 멕시코는 84%, 코스타리카 71%, 칠레 64%였던 점을 상기한다면 이들 국가들은 글로벌 시대의 후퇴가 가져오는 위협에 대해 한국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다. 즉, 이들은 중남미지역에서 한국과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ies)로서 전방위 국제협력을 추진하는 우군으로 간주해야 한다.◆볼리바르동맹 자원개발 주목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 니카라과 외에 카리브지역 도서국 6개국이 포함된 이른바 볼리바르동맹(ALBA) 10개국도 주목해야 한다. 2004년 반미동맹으로 시작한 ALBA는 총인구 7천만명에 석유 및 천연가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부존자원과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한국경제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국가군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외교관계는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ALBA그룹은 상기한 OECD회원국 그룹과 정반대의 경제사회질서를 갖는 만큼 한국기업들의 현지 영업활동도 극히 미미하다. 자원개발 수익처분이나 물류 및 거래선 조정, 시장가격 결정 등에서 국가의 개입이 과도해 이미 진출했던 한국기업들도 포기하고 떠나기 일쑤다. 다만, 기업활동의 난관은 외교적 노력으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이들 국가가 자원개발 기술 분야에서 전적으로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기술전수를 포함한 협력모델이 주효할 수 있다.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떠오른 한국일부 카리브지역 관광도서국 등 고소득국가를 제외한 10여 개국은 저개발국으로 빈곤, 소득불평등, 자연재해, 실업, 범죄, 부패 등 만성적인 정치·경제·사회 문제로 해외난민을 유발해 미국의 이민억제 정책의 표적이 되곤 한다. 시장 구매력 역시 낮아 이들과의 경제협력은 장기구도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개발 경험을 현지 여건에 맞춰 적절히 전수하며 한국과 공유할 수 있는 경제사회질서가 형성될 때 비로소 우리 기업들의 활동영역은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중남미지역 국가들과의 경제협력방안을 △중견국 △OECD회원국 △ALBA회원국 △저개발국 네 가지 분류로 살펴봤다. 중남미지역에서 한국을 대변하는 키워드는 첨단기술과 콘텐츠산업이다.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한국과 같은 산업발전을 이루는 이른바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다. 더욱이 디지털전환, 에너지전환,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한국은 중국의 대안으로 위상이 높다. 우리 정부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제대로 활용함으로써 시대 전환기를 맞아 중남미지역을 진정한 전략적 파트너로 삼는 적극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글=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명예교수 정리=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그래픽=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김원호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명예교수
대구 미래 자양분 5개 분야 신기술 장착 '첨단 혁신 도시' 선도
한때 산업화의 기수로 통하던 대구의 경제 지표가 위기를 가리킨 지는 오래다. 한국경제를 수출주도형으로 만드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섬유산업은 신소재를 외면한 탓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대구 주력 업종이던 자동차부품업체들 역시 내연기관→전기차로 산업시류의 무게 중심이 옮겨갈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경영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대구경제가 왜소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구시는 신산업 선점과 첨단 신기술 장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후 미래 신산업으로 점찍은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와 도심항공교통(UAM), 반도체, 로봇, 헬스케어 5개 분야가 그 중심에 있다. 수성알파시티 디지털 혁신 거점비수도권 최대 반도체 인력 양성로봇 전주기 지원 공공랩 조성전국 첫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K-헬스' AI 의료 생태계 구축ⓘ ABB 기반 8대 프로젝트 추진대구시는 수성알파시티를 지역 산업 디지털 혁신을 이뤄낼 거점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8월 대구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수성 알파시티에서 국정과제인 디지털 경쟁력 제고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구 공약인 '미래 디지털 데이터 산업 거점도시 조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수성알파시티를 비수도권 최고 디지털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디딤돌이다. 이를 토대로 ABB분야와 관련해 2조2천억원 규모의 8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미 미래 디지털 혁신 중심 도시 대구(1조4천500억원), 영남권AI자율제조클러스터 조성(2천억원)과 센서반도체 핵심기술실증, 차세대 블록체인 산업 육성, 메타버스 융합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 3개 사업(5천500억원) 추진이 확정됐다. 지난 5월 수성알파시티는 과기부의 '지역 디지털 혁신거점 조성지원 시범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AI기반 공정혁신 시뮬레이션 센터 구축(258억원)과 블록체인 기술혁신 지원센터 구축(38억원)을 통해 개발 환경 구축이 완료됐다.대구 미래산업 육성에 사용될 자금도 순조롭게 적립되고 있다. ABB성장펀드 1·2호와 ABB 디지털 제조혁신 벤처펀드 3호 조성을 통해 1천억원대 펀드 조성 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했다. 시는 총 4개의 펀드로 1천802억원을 조성할 방침이다. ② 비메모리반도체 생태계 조성대구시는 비메모리반도체 연구·생산 인프라를 조성해, 대구를 비수도권 최대 반도체 인력양성 거점으로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까지 전국 최초로 기업 공유형 반도체 파운드리 'D-팹'을 건립한다. 이 곳에는 기업전용 반도체 클린룸·공정장비가 갖춰진다. 첨단센서 국산화를 위한 기술사업화의 마중물 역할이 기대된다. 지난 5월엔 교육부가 주관한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공모사업'에서 경북대가 '반도체공동연구소'로 선정됐다. 화학물반도체 소재인 질화칼륨(gAN) 개발 및 전력반도체 특화교육을 운영한다. 통신·전력반도체 전문기업 3사는 반도체공동연구소에 380억원의 시설 투자를 하기로 했다. 통신 전력 증폭기 제조업체 'RFHIC', GaN 반도체 개발업체 'A-PRO세미콘', 광소자부품 전문 제조업체 'QSI'가 시설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이다. 자동차 반도체 기업 '텔레칩스(코스닥 상장사)'는 337억원을 투입해, 수성알파시티에 대구연구소를 짓는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전문 개발하는 반도체 설계업체다. 지역 대학은 반도체 인력 양성에 주력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내년에 삼성전자 계약학과를 신설, 공정 전문인력을 연간 30명 양성한다. 경북대도 반도체 분야 정원을 전국 최다 수준인 100명으로 증원한다. 영진전문대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반도체 중소기업 기술사관' 사업 주관대학에 선정돼 장비 전문인력 연간 60명을 육성한다. ③ 글로벌 로봇 허브도시 도약대구시는 이달 말로 예정된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재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좋은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예타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2028년까지 총사업비 2천990억원이 투입된다. 대구테크노폴리스 일대(18만1천800㎡)에 로봇 사업화를 위한 전 주기 지원 공공랩(LAB)을 조성할 예정이다. 로봇 제품 개발·실증·인증을 포괄 지원하는 랩·가상환경·실환경 기반 구축사업이 진행된다.시는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사업에는 298억원을 투자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우수특구로 지정돼 국비 인센티브로 25억원도 받았다.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임시허가를 얻어 로봇산업도시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시는 급성장 중인 서비스 로봇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지역 로봇산업의 구조 전환 및 업종 고도화를 위해 서비스로봇 시장 선점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④ 지상~하늘 모빌리티 도시지난해 10월 대구시는 SK텔레콤 ,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티맵 모빌리티와 'UAM 시범사업 및 상용화 추진과 UAM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 기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그랜드 챌린지 사업의 핵심멤버들이다. 미국 3대 헬리콥터 제조사 '벨 텍스트론'과 손을 맞잡고, 2030년까지 신공항 무인 물류 배달 서비스 제공 및 APT-70(대형화물드론) 역량을 시연하기로 했다.지상에선 전국 최초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국 17개 지자체 중 최대 규모 자율주행 유상 운송 시범 운행지구(국가산단 및 수성알파시티 일원 19.3㎢, 22.6㎞)를 운영 중이다. 지난 5월엔 전국에서 처음으로 자율주행 배송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대구테크노폴리스~국가산단 (총연장 28.2㎞)에 운행 중인 여객·물류 통합형 DRT서비스 '달구벌자율차'가 그 중심에 있다. ⑤ 첨단 의료헬스케어 산업 육성시는 차세대 의료시장 선점을 위해 의료분야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과기부의 'K-Health 국민의료 AI서비스 및 산업 생태계 구축 사업'을 통해 의료데이터 기반의 기업 맞춤형 기술 지원 등 AI 의료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 치과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초연결 치과산업 플랫폼' 개발도 추진 중이다. 2026년까지 123억원을 들여 치과산업 디지털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 핵심기술 개발 및 제품화, 제품 실증을 위한 실사용 환경 기반 사용성 평가 및 기술 도고화 등을 진행한다. 아울러 첨단의료 인프라 및 의료 전문 창업지원 공간도 마련됐다. 지난해 8월과 10월 첨단임상시험센터와 한국뇌연구원우뇌동을 각각 준공했다. 2025년까지 200억원을 들여 메디밸리 창업지원센터도 구축한다. 이 센터에는 입주공간 30개실과 시제품제작실, 공용회의실, 제품촬영실 등이 들어선다. 지역 내 유망 스타트업의 발굴·성장·도약을 위해 별도 체계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포스코, 그린철강 시대 주도 '수소환원제철소'에 달렸다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 기후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로 제한해야 인류 생존의 마지막 위협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보고도 나왔다. '1.5℃'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중립을 선언·지지한 나라는 136개국(2021년 10월 기준)에 달한다.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매년 4.17%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산업부문에서 효과적인 감축 전략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제조업의 근간인 철은 없어선 안 될 필수자원인 동시에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인 이중적 존재가 됐다.포스코는 '철의 딜레마' 해결을 위해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친환경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고 있다.지구온난화 세계기후 위기탄소중립 피할 수 없는 과제가루상태 철광석·수소 사용 쇳물 제조 '수소환원제철소'2030년까지 기술 검증 완료20조 투자해 건립할 계획 "최적부지는 포철 인접 바다""슬래그 등 매립땐 해양 오염"환경단체·주민들 크게 반발 큰 난관에 부딪힌 포스코측"지역사회와 정부 도움 절실"◆탄소국경세 도입철강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외부적으로는 지구온난화 위기 속에 시장과 고객의 저탄소 제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새 기술 개발과 대규모 설비 투자가 요구된다. 수십 년간 지속해온 제철공법을 설비부터 기술, 원료에 이르기까지 저탄소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철강사의 '생존'이 탄소중립에 달린 것이다. 여기에다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세'가 도입된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관세다. 탄소국경세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와 유럽연합(EU)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새로운 무역관세다. EU는 2023년부터 전기·시멘트·철강 등 탄소배출이 많은 품목에 시범 시행한 뒤,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유럽 철강제품 수출국 중 5위를 차지하는 한국이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포스코 하이렉스 수소환원제철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H₂)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석탄 등과 같은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화학 반응 하면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물이 발생한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제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하이렉스(HyREX)는 포스코가 보유한 파이넥스(FINEX)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수소를 사용해 쇳물을 제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전통적인 제철공정에서 이 환원로의 역할은 용광로(고로)가 담당한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반응과 환원된 고체 철(Fe)을 녹이는 용융반응이 석탄에 의해 고로 내에서 동시에 이루어져 쇳물을 만든다.수소환원제철 공정은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이 고로가 아닌 '환원로'와 '전기로'라는 두 가지 설비에서 분리돼 일어난다.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게 직접환원철(DRI)이다. DRI를 전기로에 넣어서 녹이면 쇳물이 생산된다.세계적으로 100% 수소만 사용해 DRI를 생산하는 환원로는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현재 기술로는 석탄 또는 천연가스 사용과정에서 발생한 수소를 일부 활용해 DRI 생산이 가능하다. 포스코 파이넥스 기술도 석탄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로 철광석의 환원에 약 25% 사용한다.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의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인 HyIS 2021(Hydrogen Iron & Steel Making 2021)을 연 자리에서 하이렉스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 검증을 마치고 그린철강 시대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국가별 탄소중립 지원 현황은해외 정부는 탄소중립 전환을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성장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EU는 총예산 3천조원의 30%인 853조원을 그린딜 실행에 배정, 탄소 중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최근 유럽연합 최고 의결기구인 유럽이사회(EC)는 프랑스와 독일의 철강 생산공정 탈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20억유로 이상의 국가보조금을 승인했다. 프랑스 정부는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의 철강 생산공정 일부를 탈탄소화하는 프로젝트에 약 1조1천억원을 지원한다. 독일 정부도 유럽철강회사 티센크루프 스틸에 약 7천8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독일 정부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그린딜 실행을 위해서 약 73조원을 투입한다.탄소중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지원금의 84%인 480조원을 투입해 '기술 패권국 유지와 에너지 안보'를 강화 중이다. 특히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6월 수소 관련 국가정책을 수립해 '국가 청정수소 전략 및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소 조달에 있어서도 반도체, 배터리와 같이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지향하고 청정수소의 제조비용을 대폭 낮추는 게 골자다.이런 가운데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약 20조원을 투자해 수소환원제철소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든다. 매년 영업이익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할 포스코로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포스코 측은 "미국 등 선진국들은 탄소 중립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한국 등 신흥 철강 강국에 빼앗긴 산업주도권을 되찾고 자국 제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전방위 지원을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 국제 경쟁력 확보와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해서 정책·제도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2041년 부지 조성 완료… 지역민 도움 절실탄소중립에 나선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소 건립을 위해 새로운 땅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신규 부지로 포항제철소 내와 포항블루밸리산단을 검토했으나 집적화, 효율성 등 다양한 검토 결과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포항제철소의 인접 바다를 메워 공장을 짓는 계획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 여의도 절반인 135만㎡(41만평)이다.포스코는 부지 조성에 따른 인·허가를 내년 3월까지, 호안 축조를 2027년까지, 부지 조성은 2041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고로 포항 1기는 2031년, 광양은 2032년에 착공할 예정이다. 50년 전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을 뽑아낸 의미를 되새겨 포항에 수소환원제철 고로 1기를 먼저 짓겠다는 의지로 보인다.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포스코가 지난 7월 포항시에서 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과 관련한 합동설명회를 열었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주민들은 제철소에서 나온 슬래그 등을 해양에 매립하면 환경오염 등의 피해를 볼지 모르고, 사전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첫 합동설명회도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이와 관련 이상민 포스코 탄소중립글로벌협력TF팀장은 최근 언론 설명회를 통해 "정부와 지역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탄소중립은 한 기업, 한 산업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인다. 생존의 문제이며 국가 경쟁력 붕괴로 직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을 놓고 2년간 시민과 갈등을 빚었던 포스코가 또다시 지역민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해를 구하느냐가 최대의 난제이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포스코 수소환원제철소 건설 예정 부지 조감도(위)와 하이렉스 기술 공정도. 〈포스코 제공〉
2023.08.14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대구에 외국인이 늘고 있다
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1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대구의 2021년 외국인 주민은 5만1천140명이다. 10년 전인 2011년(2만8천153명)보다 무려 81.7% 증가한 셈이다. 대구 외국인 증가는 서구 비산7동에 조성된 다문화촌 '비단마을'에서 확연히 알 수 있다. 서구청은 2015년부터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서구 비산7동에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다. '비단마을'은 화려한 염색공단, 다채로운 문화의 조화를 포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구청 측은 "외국인 수나 국적 분포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구 외국인 중 한국 국적 취득자는 4천 902명이다. 베트남 출신이 2천122명으로 가장 많다. 중국(한국계) 출신이 1천56명, 중국 출신이 788명, 캄보디아 출신이 260명으로 뒤를 이었다.30대가 전체의 45%(2천204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 눈길을 끈다. 40대는 1천168명(23.8%), 20대는 522명(10.6%)이었다. 한국 남성과의 결혼에 따른 귀화 등을 이유로 전체 한국 국적 취득자의 89.9%가 여성이지만, 지방소멸 시대 이민자와 외국인 주민들이 소멸을 막을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다. 이민자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높다. 법무부의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 지역의 경제활동인구는 5만5천700명, 비경제활동인구는 2만9천700명이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5.2%에 달했고, 고용률은 62.4%였다. 대구 전체 경제활동참가율(60.9)%, 고용률(59.1%) 보다 높다. 대구의 전체 외국인 중 한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3만6천956명이었는데, 이 중 외국인 근로자가 7천273명으로 가장 많았다. 달서구(1만6천352명)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했다. 다음으로 달성군(1만225명), 북구(8천846명), 서구(4천574명) 등의 순이었다. 외국인 주민이 출산한 자녀는 9천 282명이었다. 2021년 기준 대구의 전체 다문화 가정 가구원은 총 3만3천881명으로 파악됐다. 대구에 꾸준히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 가족들이 늘면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 등으로 구분된다. 외국인들이 대구에 적응하는 것을 돕는 '외국인 지원사업'의 경우 올해 8개 프로그램(국비 2억7천만원, 시비 5억5천만원)이 운영 중이다. 외국인 주민 상담 및 캠프 지원 사업, 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 지원, 지역 외국인지원 글로벌라운지 운영 등이 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은 22개다. 예산은 46억5천만원(국비 20억 3천만원, 시비 17억원, 구군 10억2천만원) 규모다. 다문화 가족 정서안정 및 진로 취업 지원을 해주는 '다문화가족 자녀 사회포용 안전망 구축', 방문 한국어 교육·방문 부모교육 등 '다문화가족 방문교육' 등이 이뤄진다. 또 실직·질병·이혼 범죄피해 등으로 위기 상황에 처한 다문화가족에 긴급지원을 하는 '위기다문화가족 지원' 사업도 있다. 대구시는 또 올해 2억 6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달성외국인근로자 지원센터'를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및 사업주에 대한 고충 상담 및 갈등을 중재하는 상담사업, 의사소통 향상 및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 한국어 교육 등이 진행 중이다.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도 1억 원을 들여 국가별 장기자랑, 외국인노동자 한국어 말하기 대회 등 '외국인 노동자 한류문화 적응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외국인 증가 속에 대구의 다문화 수용성 개선은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여성가족부의 국민다문화수용성조사에서 2021년 영남권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51.11점으로 충청·강원(55.54점) 등 다른 지역보다 낮았다. 다행히 생산 현장에서 차별 문제는 점차 해소되는 모양새다. 달성1차 산업단지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는 스리랑카 출신 수단타(32) 씨는 "외국인으로서 소외감,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6년째 대구에서 살고 있는데 이제는 아주 익숙해졌다"며 "처음 일했던 회사에선 한국어 존댓말과 반말이 헷갈렸다는 이유로 좋지 않은 말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는 아주 친절하다.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대구 서구 비산7동의 비단마을에는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마을에 게시된 여러 나라 인사말.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대구의 외국인 주민 현황 다문화가족을 위한 결혼이민자 자조 활동 모습.
2023.08.13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윤석열 정부, 이민정책 선진화 추진
윤석열 정부는 지방소멸의 한 대책으로 '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민청 설립으로 대표되는 '이민정책 선진화'가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고 보고, 우수 인재 유치에 방점을 둔 정책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 정부 이민 정책을 이끌어가는 부처는 법무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일성으로 이민청 설립을 제시하며, 이민정책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었고, 2030년에는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현재의 외국인 정책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현재 외국인 출입국과 비자에 대한 권한은 법무부, 외국인 취업 관련은 노동부, 다문화 가정은 여성가족부, 외국인 유학생은 교육부가 맡고 있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 각 부처가 따로 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민청은 이민 및 출입국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이민청을 통해 10년 후 인구구조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외국인 대거 유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고려해 '국민이 공감하는 사회통합'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과제다. 한 장관은 지난 3월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3개국을 방문해 직접 출입국·이민 정책을 살피기도 했다. 윤 정부가 추진하려는 이민청과 같이 별도 조직이 있는 나라들로, 법무부는 이들 기관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이민청 설립 계획은 다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연초 업무보고에선 이민청 설치에 대한 계획을 올해 상반기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우수 외국인 인력 확보 정책은 이미 시작했다. 숙련기능인력(E-7-4 비자)을 지난해 2천 명에서 3만 5천 명으로 17배나 늘렸다. 농업, 제조업 등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는 현장 인력 문제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반기에는 각 지역 또는 산업에서 적기에 인력 공급을 위해 '맞춤형 비자정책 시행'도 준비 중이다. 특히 뿌리산업, 농축어업, 비수도권 제조업체의 경우 고용인원의 30%까지 숙련기능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E-7-4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해 오랜 기간 함께 거주할 수 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베트남과 '운명 공동체' 꿈꾸는 봉화군
경북도 최북단에 있는 봉화·영양·청송(일명 B·Y·C) 군민들의 평균 연령은 57.2세로 경북 평균보다 10살가량 많다. 청년들이 농촌을 등지고 도시로 떠나면서 마을 곳곳엔 노인들만 가득하다. 주변이 온통 산과 밭으로 둘러싸인 개발제한 구역이라 변변한 사업체나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지자체가 돌파구로 삼은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을 적극 수용해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 활성화를 노리고 있다. 봉화군은 베트남 사람들과 '운명 공동체'를 꿈꾼다. 단순한 이웃사촌을 넘어 국내 최초 '베트남 타운' 조성에 도전하고 있다.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있는 충효당(忠孝堂)은 국내 베트남 이민자들의 '성지'로 손꼽힌다. 봉화군이 베트남 타운 조성을 추진 중인 충효당 일대는 베트남 역사상 최초로 중국의 책봉체제에서 벗어나 장기집권을 이룩한 베트남 리(LY) 왕조(1009~1225)의 국내 유적지이자, 한국에 1천200여 명이 분포한 화산 이 씨의 집성촌이다. 경북도 문화재자료 제466호인 충효당은 오늘날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연결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2018년 응 웬 부 뚜 주한베트남 대사가 한국에 흩어져 있는 베트남 선조의 흔적을 찾기 위해 충효당을 방문한 이후 수많은 베트남 특사들이 찾을 정도로 관계가 깊다. 충효당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고택이다. 13세기 초 고려시대. 당시 베트남 리 왕조는 외척인 진수도((1194~1264·陳守度)의 역성 혁명으로 나라의 운명이 급속히 기울던 시기였다. 정변 이후 나라의 전권을 빼앗겨 숙청 위기에 몰린 이용상(6대 혜종의 마지막 왕자)은 바다를 건너 고려로 넘어와 화산 이씨라는 성을 하사받고 귀화했다. 고려에 정착한 이용상과 그 자손들은 외적의 침입에 맞서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13대손인 이장발(1574~1592)은 19세 나이로 왜구와 싸우다 문경새재에서 전사했다. 그 애국심을 기려 화산 이씨의 집성촌인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충효당이 세워졌다. 2018년 한국으로 귀화한 황선화 씨는 "베트남 왕자를 기리는 유적을 한국이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 매달 커뮤니티를 통해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라며 "연결고리가 있기에 베트남과 한국 간의 거리가 멀지 않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베트남 역사를 간직한 충효당을 중심으로 베트남 타운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충효당 주변은 슬레이트 지붕 형식의 오래된 주택과 창평저수지에서 흘러나오는 강줄기가 한데 어우러져 베트남 현지 마을을 연상케 한다. 또 화산 이씨 직계 종손 10여 명이 주변에 거주하는 등 베트남 인구 유입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도옥 루이엔 주한베트남공동체 대표는 "베트남 사람들 역시 열심히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을 품고 한국에 온다"라며 " 충효당은 베트남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의 정체성을 찾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군은 베트남 타운 조성을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11만 8천여㎡ 규모 부지에 베트남 전통 마을과 리 왕조 유적지 재현 공간, 연수·숙박시설, 문화공연장 등을 조성해 충효당 일대를 관광 명소화하는 목적이다. 2027년까지 총 2천억 원을 투입해 인구 소멸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입장이다. 봉화군은 지난해 12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국가정책사업화를 건의했으며, 올해 6월 봉화 베트남 마을 조성사업 용역에 돌입했다. 봉화군은 봉성면 창평리에 베트남 타운이 완공되면 소비 증대에 따른 관광 교류 활성화는 물론 베트남 이주민 증가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경북도 최북단인 봉화군이 지역의 자립을 위해선 관광 등 부가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라며 "정착 이주민들이 지역의 경제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라고 말했다. 봉화군이 베트남 사업에 뛰어든 건 베트남의 가능성 때문이다. 현재 베트남은 1억명 이상의 인구에 평균 연령이 32세로 '젊은' 국가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평균 연령 44.5세인 한국보다 12살이나 어리다. 베트남 출신 엄마와 함께 사는 다문화 가정도 상당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경북의 다문화 가구(1만5천58가구) 중 베트남 출신 다문화 가구는 4천 768가구로 가장 많다. 경북의 일상 깊숙이 베트남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오는 2070년이 되면 한국의 인구 수는 3천 766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 0.78명)을 기록한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수는 2020년 15%에서 2070년 46%로 치솟을 것이란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결국 한국의 인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화산 이씨 종친회 이시창 사무국장은 "충효당 일대에서 터를 잡고 사는 주민들 대부분이 80대 이상 노인이다. 그 분들의 빈자리를 한 뿌리인자 친척인 베트남 이민자분들이 채워준다면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있는 충효당(忠孝堂)은 한 베트남 리(LY) 왕조(1009~1225)의 국내 유적지이자 국내 화산 이 씨의 집성촌이다. 오주석 기자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있는 충효당(忠孝堂) 모습. 오주석 기자지난 5월 한국-베트남 문화교류 캠프에서 도옥 루이엔(하얀 옷) 베트남공동체 대표와 참석자들이 봉화군 충효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베트남 타운 조성이 추진되는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일대. 봉화군 제공충효당(忠孝堂)이 위치한 경북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마을 주변에 빈 집이 곳곳에 방치돼 있다. 오주석 기자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아시아의 작은 미국' 꿈꾸는 경북
경북도는 인구 소멸 위기가 불거진 지금, 지방 주도 외국인 정책 추진의 '골든타임'이라고 판단한다. 올해 1월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하고 '외국인 공동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외국인 유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에 최종 선정되면서 외국인이 몰려드는 지자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영주권 바로 아래 단계인 '거주 비자(F-2)'를 지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지역에 포함됨에 따라 '학사' 자격과 '한국어' 실력을 갖춘 젊은 외국인들이 경북을 찾기 시작했다. 인구 소멸 지역인 영주·영천·의성·고령 등 4개 시·군에 할당된 쿼터 290석은 접수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5월 모두 채워졌다. 도지사의 추천을 받으면 거주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거주 비자의 1회 체류 기간 상한은 5년. 연장이 가능하다. 비자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한국을 떠나야 하는 불편함이 일정 부분 해소된 것이다. 도는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 대상 시·군을 올해 15곳으로 확대하고, 이공계 우수 유학생 유치를 위한 광역 비자 제도 구상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지역특화형 초청 장학생 제도(R-GKS)를 마련해 외국인들의 정착 및 취업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내년에는 1천 명의 외국인 숙련 노동자와 유학생 우수 인재를 유치해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외국인이 한국 사회에 녹아들 때 큰 장벽인 '언어' 및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책도 꾸렸다. 경북형 한글학교와 비자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가족센터와 연계한 희망이음 사업을 통해 1인당 20만원씩 6개월간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는 " 현재 한국은 다문화 국가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라며 "외국인들을 차별 없이 대우하고, 그들의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경북이 '아시아의 작은 미국'이 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올해 초 지역특화형 비자 취득과 함께 경북 영주의 사업장에서 근무하게 된 외국인이 장비를 정비하고 있다.지난 3월 대구대학교에서 열린 '지역특화형 비자 취업 박람회'를 찾은 외국인유학생들이 지역특화형 비자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대한민국 대전환, 지방시대 .Ⅰ대구경북 소멸보고서] 지방소멸 위기감에 주목받는 '외국인 이민'
인구소멸, 지방소멸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민 정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민청 설립으로 대표되는 이민정책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고, 대구경북도 외국인 유입정책에 적극적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이미 200만명을 넘었고, 2030년에는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경북 역시 가파른 증가세다. 지난 2021년 기준 대구의 외국인 주민은 5만1천140명으로, 10년 전인 2011년(2만8천153명)보다 81.7% 증가했다. 경북 역시 9만8천197명으로 10년전에 비해 93% 늘어났다. 특히 경북은 정부의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 영주권 바로 아래 단계인 '거주 비자(F-2)'를 지급하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실력과 한국어 자격을 갖춘 젊은 외국인 유입이 활발해졌다. 4개 시·군에 할당된 쿼터 290석은 접수를 시작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5월 채워졌다. 경북도는 특화형 비자사업 시·군을 15곳으로 확대하고, 초청 장학생 제도(R-GKS)를 마련해 외국인의 취업과 정착을 도울 작정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 공동체과'를 신설했고, '외국인 공동체 TF(태스크포스)'도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의 목표는 '아시아의 작은 미국'이다. 외국인 공동체 조성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인력난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봉화군은 아예 '베트남 타운'을 추진한다. 베트남 국내 유적지인 봉성면의 충효당 일대에 숙박시설, 문화공연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구시 역시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지원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외국인 주민 상담, 사회통합프로그램, 외국인 글로벌라운지 운영 등을 통해 대구 적응을 돕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중심의 외국인 정책을 지방 주도로 전환할 때 한국의 인구 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류형철 경북연구원 실장은 "인구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외국인의 지방 유입이 필수적"이라며 "지방이 외국인 이주 사무를 주도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이 기사는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외국인지원사업 중 다문화청소년 대학생 멘토링 모습. 대구시 제공
[별 따라 이야기 따라 영양에 취하다 .4] 죽파리 자작나무 숲과 송하계곡
장파천을 거슬러 간다. 천은 영양군 수비면 송하리의 삼거리마을에서 두 갈래가 된다. 하나는 검마산 남쪽 기슭에서 발원해 죽파리를 적신다하여 죽파천이라 불린다. 또 하나는 오십봉과 백암산 서쪽 기슭에서 흘러든 물이 하나 되어 송하계곡을 만든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장파천 주변의 마을 사람들이 밤마다 강돌을 씻어놓고 잔다는 소문이 있다.'자작나무 숲' 면적 축구장 40개 크기고도 800m 훌쩍 넘어 전망데크 오르면빽빽하고 독특한 우듬지 장관 펼쳐져◆죽파리 자작나무 숲죽파리 마을회관을 지난다. 마을 이름은 원래 대두들이었다고 한다. 큰 언덕이라는 뜻이다. 마을을 개척한 이는 보부상들이었다. 울진과 영덕의 해산물을 지고 팔러 다니다 이곳에 정착했는데 큰 언덕에 대나무가 많아 죽파라 불렀다고 전한다. 지금 마을 고샅길의 이름은 하죽파다. 마을을 지나 한참을 달린다. 인가도 없고 이따금 작은 밭들만 스치는 9할이 산인 길, 산속에 줄곧 멈추어 있는 것만 같은 긴 길이다. 천을 향해 거대한 몸을 기울인 느티나무와 마주친다. 옆에는 작은 성황당이 있고 맞은편에 장파경로당이 자리한다. 이곳은 상죽파다. 자연부락의 이름은 장파(將坡)로 장파천과 음은 같지만 뜻이 다르다. 조선 인조 16년인 1639년 김충엽(金忠葉)이라는 이가 마을을 개척하면서 장군과 같이 기개와 정기가 높아지라고 붙인 이름이라 한다.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검마산 남쪽 기슭으로 든다. 이 산에 자작나무 숲이 있다.널찍한 임도 옆으로 죽파천 계곡물이 나란하다. 자작나무 숲까지는 약 4.7㎞, 멀고 깊다. 중간중간 조금 더 멀고 보다 깊게 우회하는 숲 산책로도 있다. 원시림과 같은 숲속에 짧게는 200m 정도, 길게는 600m가 넘는 산책로가 임도와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물박달나무, 단풍나무, 금강소나무 등 훤칠한 나무들이 울울창창하고 계류는 없는 듯 투명하다. 벤치에 앉아 물소리를 듣고, 쉼터에 기대 다리쉼하고, 포토존에 서서 씽긋 웃으며 힘듦 없이 멀리멀리 가다 보면 어느새 저 앞이 달처럼 환하다. 하얀 몸에 새겨진 검은 옹이들이 수천 개의 눈이 되어 일시에 나를 바라본다. 투명한 공기처럼 솟구친 하얀 나무들의 숲, 절도 있고 순결한 기립 앞에서 그만 먹먹해진다. 자작나무 숲이다.자작나무 숲은 아주 넓다. 전체 면적은 30.6㏊로 축구장 40개 크기라 한다. 숲은 1993년 솔잎혹파리 피해 지역에 12만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으면서 탄생했다. 자작나무는 강하다. 나무의 높이가 5m 이상이 되면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종자는 가볍고 날개가 있어 멀리 날아갈 수 있다. 내려앉은 자리에 햇볕만 가득하면 곧 발아해 숲을 만든다. 제 몸의 옹이들은 높이 자라기 위해 스스로 잔가지를 떨궈 낸 흉터다. 이제 서른. 30㎝ 크기의 묘목이 20m 높이로 자랐다. 숲속으로 아담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숲에는 '자작나무 숲길' 1.49㎞의 '1코스', 1.52㎞의 '2코스'가 있고 연접한 '전나무 숲길'과 임도가 있다. 길이 약간 헷갈리지만 상관없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느리고 나태하게 걸으면서 조용히 그들의 존재를 즐기는 것으로 충분하다. 고도 800m를 훌쩍 넘어서는 곳에는 전망 데크가 있다. 조망이 열리고, 산 사면을 빽빽하게 수놓은 자작나무 우듬지의 독특한 형상이 탄성으로 펼쳐진다. 자작나무는 '자작자작' 소리를 내면서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다. 수피는 겹을 이루고 있고 기름기가 많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다. 자작나무를 뜻하는 한자 '화(樺)'에는 빛날 '화(華)' 자가 들어간다. 촛불이 인간에게 오기 전 자작나무 껍질이 불꽃이었다. 결혼식 날 화촉(華燭)을 밝히는 것이 바로 자작나무에서 왔다. 가로로 얇게 벗겨지는 하얀 수피는 종이로 사용되었다. 자작나무 수피에 연애편지를 써서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자작나무가 가슴에 품은 말은 '기다림'이다. 수십 년을 키워 온 기다림이고, 온 산을 뒤덮은 기다림이다. 하얗게 낮과 밤을 지새우는 기다림이고, 가슴에 검은 옹이가 수없이 박히도록 인내하는 기다림이다. 무진장한 기다림이다. '당신을 기다립니다.' 숲은 먼 곳에 있다. 깊이 숨은 듯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다가가면, 그는 아주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죽파리 자작나무 숲은 국가 지정 국유림 명품 숲이다. 2019년부터 관광자원화를 위해 산림청과 영양군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추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탐방안내소를 만들고 길을 정비하는 중이며 주차장에서 자작나무숲길 입구까지 전기차도 운영할 계획이다.손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 '송하계곡'수달·버들치 노닐고 다슬기가 지천얕고 강돌 동글해 물놀이에도 최고◆두메송하마을 송하계곡소나무가 많아 송하리라 이름 지어진 이 마을에는 '두메'라는 수식이 붙어 있다. 산으로 둘러싸여 고추를 4월 말에 심을 정도로 겨울이 길고,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서 한여름 밤에도 서늘한 느낌이 드는 첩첩산중이라 두메송하마을이다. 굽이굽이 흐르는 장파천 물길 따라 논밭과 마을이 들어서 있고 좌우로 봉우리와 기암절벽이 이어지는데, 송하리의 산천을 휘돌아 높고 낮게 끝없이 이어지는 주상절리 적벽 계곡을 송하계곡이라 한다. 송하계곡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정 자연 그 자체다. 소나무와 각종 활엽수가 어우러진 울창한 숲에는 수리부엉이와 산양, 담비 등이 살고 달맞이꽃과 갈대밭이 군락을 이룬다. 시리도록 맑은 계곡물에는 수달이 살고 다슬기가 지천이며 버들치, 쉬리, 피라미 등 다양한 민물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물은 얕고 강돌은 동글동글해 물놀이하기에도 그만이다. 송하리 앞산은 매봉산이다. 그 뒤로 투구봉이 고개를 내민다. 송하교 건너 매봉산 등산로 입구에는 당숲이 있다. 졸참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울창한 숲속에 마을수호신을 모셔 두고 제사를 지내는 자그마한 당집이 자리한다. 당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졸참나무로 수령이 250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 나무는 1995년에 보호수로 지정됐고 2021년에는 '영양 송하리 졸참나무와 당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대보름과 추석에 졸참나무에서 당산제를 올리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빈다. 등산로를 따라 매봉산을 조금 오르면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다들바위'가 있다. 사람의 얼굴을 닮아 '송하 자연미륵불'로도 불리고, 신이 빚은 석불이라 해서 '시니비즌 석불'이라고도 한다. 동학의 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이 1865년에 영양으로 이사 왔을 때 이곳에서 49일간 기도를 드렸다고 전해진다. 여기저기 바위마다 부처의 얼굴이 보인다. 만인불을 보는 듯하다.송하리 장파천은 2011년 영양댐 건설예정지로 지정되면서, 댐 건설을 놓고 많은 일들을 겪었다. 결국 2016년에 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었고 멸종위기 생물들을 품고 있는 계곡과 마을은 수장을 면했다. 지금 두메송하마을에는 농산물판매장과 송하연가 펜션, 올레민박, 다들바위이야기 등의 숙소가 마련되어 있고 산채비빔밥과 도토리묵 등 다양한 향토음식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장승테마공원, 옛 송하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해달뫼 문화예술체험장 등이 있다. 계절에 맞춰 고추 따고 장아찌 만들기, 금잔화와 도라지꽃·천일홍·삼색제비꽃·구절초 등으로 꽃차 만들기, 숲 해설가와 함께 산길을 걸으며 소원도 빌어보는 다들바위 체험, 자연 부산물을 이용하여 꽃·곤충·동물 등의 형상을 만들어 보는 목공예 체험, 천연 재료로 스카프와 손수건 염색하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참고=영양군. 두메송하마을 홈페이지. 한국지명유래집. 한국산림복지진흥원.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자작나무 숲에는 하얀색 수피가 인상적인 자작나무 12만 그루가 축구장 40개 크기 공간에 빽빽히 들어서 있다.장파천이 송하리의 산천을 돌며 만들어 낸 송하계곡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청정 자연 그 자체다.
2023.08.10
[박한우의 웹3.0과 밈코인] ><15> 소비자 교육으로 웹3 위험요인을 이해하고 대중화도 앞당기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이 바로 직전의 최고 가격을 언제 넘어설지는 요원해 보인다. 그렇지만, 블록체인 기반 웹3의 대중화는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다. 여러 사례 가운데에서 최근에 가장 주목해야 할 사항으로 세일스포스의 웹3 프로그램이 있다. (https://www.salesforce.com/products/web3/overview/)세일스포스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를 수행하는 기업이다. 김영국, 김평호, 김지민 등이 2019년에 공저한 '세일즈포스, 디지털 혁신의 판을 뒤집다'를 읽어보자. 세일스포스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15만 고객사를 대상으로 저비용 신속한 정보기술(low costs, fast IT)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웹3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수년째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과 같은 세계적 대기업도 웹3가 제조와 유통의 미래가 될 것임을 확신하지 못하기에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는 상황이다. 세일스포스가 일류 기업들을 위해 웹3 대전환으로 가기 위한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고객사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웹3를 통한 영업혁신 플랫폼을 제안하고 웹3의 관점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 및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세일스포스가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웹3 교육콘텐츠는 고객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용한 가이드북이다. 이번 호는 세일스포스의 웹3 교육내용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특히, 웹3를 매개로 전개되는 소비시대의 위험요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세일스포스의 웹3 소비자 교육은 크게 6개의 모듈(module)로 구성되어 있다. 각 모듈의 제목을 보면, 그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되어있다.(https://trailhead.salesforce.com/ko/content/learn/trails/explore-web3)(1) 웹3: 인터넷의 미래. 이 모듈은 디지털 경제를 변화시키는 혁신적인 기반기술로서 웹3을 이해하고 웹3에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신뢰와 안전 이슈에 대한 맛보기 단계 (2)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개념, 작동원리, 역할, 목적 등을 살펴보기 (3) 디지털 지갑: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고 지갑의 선택, 설정, 연결하기 (4)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분산된 자율 조직의 운영방식과 유형 및 교훈 (5) 스스로 통제하기(self-custody)와 디지털 소유권: 정보의 인터넷에서 가치의 인터넷으로 발전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상거래 유형과 디지털 지갑 활용법 (6) 디지털 지갑의 보안을 위한 최선의 관행: 디지털 지갑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당신의 자산을 이체하고 관리하기.소비자 관점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거래 안전성과 지갑 보안성이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것은 해킹이 가능하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뉴스가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해킹이다. 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웹3를 향한 대중의 신뢰는 하락한다. 그런데, 해커가 개별 소비자의 지갑을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직접 해킹하지 않는 편이다. 사기꾼은 코드를 플레이(play)하지 않고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해서 조종한다.당신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합법적 사이트와 동일하게 보이는 가짜 상황을 만들어서 디지털 지갑의 비밀번호(mnemonic)를 탈취한다. 소비자는 NFT 생성을 위해 스마트 계약에 접속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사기꾼이 당신이 스마트 계약의 상세한 과정을 보지 않는 것을 악용하여, 소비자 지갑에 있는 NFT를 탈취하는 것이다. 즉 '블라인드 서명'(blind signing)이 발생한다. 사회적 공학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확인되지 않은 링크를 주의하고 사이트의 진실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전체 스마트 계약 세부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클리어 서명' 시스템을 통해 거래한다.궁극적으로 온라인 상태에서 해킹의 위협에 취약하다. 이 문제는 하드웨어 콜드(cold) 지갑을 사용하여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콜드 지갑은 여권과 유사하게 보안 칩을 사용하여 레이저 공격, 전자파 변조와 같은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 지갑에 설치된 앱과 디지털 자산 계정이 개별적으로 관리되어, 외부 공격을 통해 침입 된 손상이 격리되어 나머지 부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지갑을 구입할 때 복구 기능의 포함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지갑에는 개인 정보가 저장되어 있으므로 지갑을 분실하거나 파손한 경우 온라인으로 복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하드웨어 지갑의 단점은 구입비용, 물리적 손상, 환경설정의 어려움 등이다. 반대로 핫(hot) 지갑은 인터넷에 연결된 메타마스크와 트러스트월렛 등으로 거래가 편리하지만, 콜드 지갑보다 해킹 공격에 더 취약하다.(https://medium.com/coinmonks/the-best-cryptocurrency-hardware-wallets-of-2020-e28b1c124069)웹3의 잠재력은 엄청나지만 여전히 대중화를 위한 어려움도 많다. 인기 있는 블록체인의 높은 거래 수수료는 대규모 확장의 걸림돌이다. 대중이 암호화폐와 분산형 플랫폼 등에 익숙하기 위해서 능동적 학습도 필요하다. 웹3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은 규제와 진흥에서 주춤하고 있다. 그렇지만 웹3 기술은 거래의 투명화에서 창작자의 권리 보장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사회와 산업이 직면한 많은 도전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망한 길을 제공한다. 비관론이 있기는 하지만, 웹3 기술을 어떻게 성숙시키고 정부가 민간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채택하는지에 따라 미래의 많은 것이 좌우된다.세일스포스의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웹3로의 방향 전환을 위한 시도는 이미 시작되었다. 혁신을 위해서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크립토(crypto) 대(大)사기극의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 웹3 교육과정과 리터러시 함양을 통해서 NFT, 디지털 지갑, DAO, 디지털 소유권 등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개개인이 소비자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투자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하는 사기(scam) 코인 및 토큰을 제대로 탐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디지털 자산을 매개로 한 거래정보가 고객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신뢰 시스템을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구축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남대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 소장, nft-korea.eth>박한우 교수는?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대구에서 초중고를 보내고 한국외국어대(학사), 서울대(석사), 미국뉴욕주립대(SUNY-Buffalo)(박사)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아카데미(NIWI-KNAW)와 옥스퍼드인터넷연구원(OII) 등 글로벌 연구기관에서 근무했다. 영남대 부임 이후에 WCU웹보메트릭스사업단, 세계트리플헬릭스미래전략학회, 사이버감성연구소 등을 주도했다.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어 있던 인간관계와 시대이슈가 온라인을 통해서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네트워크 방법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데이터 기반 주요 연구방법론인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 하이퍼링크분석(hyperlink network analysis), 웹계량학(webometrics), 대안계량학(altmetrics), 트리플헬릭스(triple helix) 등을 국내에 소개하고 선도해 왔다. 하이퍼링크 연결망은 INSNA(International Network for Social Network Analysis) Connections가 출판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 목록에 포함되기도 했다.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편집위원장(EIC)을 현재 맡고 있다. 최근에는 Scienceasset.com의 웹3 국제학술지 ROSA Journal의 초대 편집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사회연결망과 빅데이터를 통해서 데이터와 정보의 흐름 및 지식생산과 혁신체제 관련 이슈를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로서 SSCI급 저널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출판했고, 최근 2023년 5월에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International Communication Association)가 선정하는 석학회원(ICA Fellow)으로 뽑혔다.글로벌 연구성과에 못지않게, 이미 오래 전부터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심해지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는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창의적 지식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활용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자문위원으로서 이 분야에서 소외계층의 삶의 개선과 지역발전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로 보는 우리 지역 세상을 탐구하자는 방향에서 '빅로컬 빅펄스(Big Local Big Pulse)' 랩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기반한 이슈탐지와 융합학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세일스포스 웹3 교육내용. 웹 캡쳐>세일스포스 웹3 교육내용. 판매중인 하드웨어 지갑들.박한우 영남대 교수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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