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사진전 연 한빛창작회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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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0-12   |  발행일 2012-10-12 제35면   |  수정 2012-10-12
“침묵의 고인돌에 생명을 불어넣어 앵글에 담자니 무지 힘들더군요”
사진마니아 8명이
2003년 의기투합
문화유산 집중촬영
20121012
한빛창작회 회원들이 지난 5일 대구시 수성구 상동에 있는 홍상탁 지도교수의 갤러리에 모였다.

“엄동설한에 오들오들 떨면서 헤드라이트로 보조광을 만들어 고인돌을 촬영했습니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문화유산을 주로 촬영하는 아마추어 사진동아리 한빛창작회 신종범 회원의 말이다.

신씨는 “추위도 추위지만 산속에서 멧돼지가 튀어나오면 어떻게 하나 겁도 났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멋지게 기록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촬영에 임했습니다.”


사진마니아 8명이
2003년 의기투합
문화유산 집중촬영

“엄동설한·멧돼지 등
겁나는 환경에도
사명감으로 찍었죠”

2007·2009년 이어
지역 고인돌 찾아서
다시 전시할 계획

한빛창작회는 2003년 창립했다. 대구시 북구에 있는 한 사진스튜디오에서 우연히 만난 사진마니아 8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현재 1달에 1회 셋째 일요일, 대구시 수성구 상동에 있는 홍상탁 대구예술대 사진영상학과 교수의 자택 갤러리에서 모임을 갖고 사진품평회를 열고 있다.

이 모임의 지도위원을 역임하고 있는 홍 교수는 현대사진영상학회 회장으로 ‘경주-앙코르와트 사진전을 비롯해 수차례 개인전을 가진 지역의 중견사진가다.

그는 “생명이 없는, 침묵하고 있는 고인돌을 있는 그대로 찍기보다 사진적으로 재해석해 생명을 불어넣는 게 가장 힘들었다. 고인돌 같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소재를 갖고 그런 점을 강조하다보니 회원들이 많이 힘들어했다”며 “그럼에도 열정을 갖고 2년간 전국방방곡곡에 있는 고인돌을 찾아 열심히 찍었다”고 말했다.

2007년과 2009년 대구지하철 메트로센터와 대구문화예술회관에 전시한 ‘고인돌사진전’은 대구시민과 사진애호가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신종범 회원이 창녕군에 있는 고인돌을 소재로 장시간 노출로 별빛궤적과 함께 촬영한 작품은 고가에 판매되기도 했다.

신씨는 “고창, 화순, 의성, 청도 등 전국에 흩어져있는 고인돌을 촬영하면서 소중한 문화재를 너무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대구지역에는 고인돌이 별로 없는 줄 알았다”고 실토했다.

홍 교수는 현재 대구 달성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달성은 대구의 보물이 집약돼 있는 곳이다. 대구도심은 개발로 많이 파괴됐지만 상대적으로 달성군 일대는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 아직 잔존하고 있다”면서 “기회가 되면 대구·경북지역에 산재한 고인돌을 다시 한번 기록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한빛창작회 모임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일일이 지도를 한다.

박우식 회원은 “솔직히 말해 고인돌처럼 역동적이지 않는 소재는 재미가 없다”면서 “촬영만 하는 게 아니라 맛집 등을 찾아다니며 친목활동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고인돌, 경주 남산 등을 주제로 약 20회의 사진전을 개최한 한빛창작회 회원은 내년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조선의 5대 궁(宮)을 주제로 촬영에 매진하고 있다.

홍 교수는 “청동기~삼국시대~조선시대 우리 주변에 있는 문화유산을 찾아 기록할 예정”이라며 “궁궐이 가진 전통미와 조형미를 살려 작품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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