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지방지는 볼 게 없다고요?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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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08   |  발행일 2014-04-08 제30면   |  수정 2014-04-08
20140408

종이신문 위기지만
존재 가치는 분명해
지방의 시각으로 보면
지방지 볼 것 넘쳐나
지역에 지방지 더 필요

세계 최고 부자인 워런 버핏의 신문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출장이나 휴가 때면 늘 각종 신문을 한아름 싸들고 간다.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도 신문과 잡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한다. 그는 신문을 통해 세상의 흐름을 읽고 자신이 투자할 기업을 찾는다. 15세때 신문배달을 통해 2천달러를 모아 철물점 회사에 투자해 성공했다. 결국 투자 밑천을 신문 배달을 통해 마련했을 만큼, 버핏과 신문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어제(7일)는 제58회 신문의 날이었다. 1957년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이자 순한글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1896년 4월7일)을 신문의 날로 정했다. 신문이 잘나가던 시절(1990년대 중반까지) 신문 종사자들은 이날 하루 쉬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종이 신문은 위기를 맞았고, 이를 반증하듯 신문의 날 휴무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90년대 초반 70%를 넘었던 가구별 신문구독률은 지난해 24.7%(새정치민주연합 윤관식 국회의원 자료)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종이신문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도 한다. 이는 신문의 가치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TV 등 공중파 매체들이 득세할 때도 이같은 얘기는 늘 나왔지만, 신문은 건재했다. 인터넷 시대 역시 영향력이 다소 위축되겠지만 최고의 미디어로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정제된 정보, 정확한 뉴스 분석, 편향되지 않은 뉴스 제공,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고급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 신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종이 신문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중앙지에 비해 지방지는 더욱 그렇다. 지방지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IMF외환위기 이전 지역 경제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 지방지의 지역 가구 독자 점유율은 중앙지를 제치고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IMF외환위기 이후 지역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지방지도 어려움에 처했다. 그 틈새를 중앙지들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지역 신문시장을 잠식하면서 지방지의 설자리도 크게 위축됐다. 이는 곧 지역 여론 결집의 약화로 이어졌다. 중앙지가 중앙의 시각으로 지역 여론을 호도하기에 이른다. 대표적 사례가 남부권 신공항 문제다. MB정권 시절 신공항을 남부권에 유치하지 못한 데는 신공항 입지를 놓고 대구·경북과 부산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더 큰 원인은 중앙지의 여론 호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남부권 신공항을 기존 17개의 지방공항과 동급으로 취급했다. 이용자가 없어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공항이 왜 더 필요하냐는 논리를 폈다. KTX를 타면 2~3시간 안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텐데 왜 굳이 엄청난 돈을 들여 신공항을 만드냐는 식으로 정부를 압박했다. 그 결과 신공항 건설의 1차전은 이들의 승리로 끝났다. 여론 과점이 낳은 재앙이다. 지역엔 중앙지보다 지방지가 더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지는 중앙지에 비해 볼거리가 없다고 한다. 동의할 수 없다. 이 역시 중앙의 시각이다. 중앙지에는 지방이 없다. 일부 중앙지는 인심 쓰듯 보일 듯 말 듯한 곳에 배치해 오던 지방면을 없애버렸다. 지방의 시각으로 보면 지방 소식을 찾아볼 수 없는 중앙지가 볼 것이 없다. 지방지는 32면을 제작하면 해외소식면을 제외한 31면을 지방 소식을 다룬다. 신문 32면을 제작하려면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족히 1천장의 원고가 필요하다. 매일 장편소설 한 권 분량의 지방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볼게 아주 많은 지방지다.

지방지도 변화의 추를 멈춰서는 안된다. 철저히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데 충실해야 한다. 지역 여론 결집을 통한 지역 발전에 지금보다 더 앞장서야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 우리 지역민들도 워런 버핏도 좋아하는 신문, 특히 지방지를 집에 한 부씩 구독하면 어떨까.

김기억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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