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는 ‘학생부 해설판’…진솔하고 구체적으로 써라

지난 18일 오전 대구 대륜고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이것만 잘 써도 대학 간다’는 얘기가 생겨날 정도로 대학 입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자기소개서다. 물론 이는 자소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다 다소 부풀려진 말이겠지만, 아예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최상위권 학생들도 자소서 쓰기에서 어려움을 토로한다. 다시 말해, 다른 학생보다 조금만 더 전략적으로 자소서 쓰기에 집중하면 의외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자소서를 써야 하는 고3 학생은 물론, 고1과 고2를 위한 ‘자소서 잘 쓰는 요령’을 제안한다.


◆ 글 수준보다 담긴 내용 평가
경험 단순 나열하는 ‘실수’ 말아야…‘느낀 점’과 ‘배울 점’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기재

자기소개서를 쓰기 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은 반드시 객관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적힌 것이라야 한다는 것. 입학사정관들은 자소서를 읽을 때 글 자체의 수준보다 담긴 내용을 평가하며, 학생이 쓴 내용을 학생부에서 확인해 점수를 매긴다. 아무리 좋은 경험을 써놔도 이것이 학생부에 제시돼 있지 않으면 사정관들은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령, 학생이 유명 소논문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을 자소서에 썼다고 하자. 내용이 아무리 충실하다 하더라도 학생부의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항목에 관련 동아리 활동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곽병권 대륜고 진학부장은 “자소서 쓰기의 키 포인트는 학생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소서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학생부를 대학측에 이해시키는 도구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학생부를 토대로 한 내용과 구성을 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소서를 쓰라고 하면 자신의 경험을 단순 나열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수상 경력을 어필해야 하는데 단순히 대회 일정을 나열한다거나, 취약 과목을 극복하느라 노력한 경험을 쓰면서 ‘빡빡이를 몇 장 썼다’는 식의 나열식 글쓰기는 금물이다. 하지만 상위권 학생들조차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가 이런 것이다. 학생부를 보고 무엇을 써야겠다는 결정을 내린 뒤엔 가장 주목할 것은 ‘느낀 점’과 ‘배울 점’이다. 각 대학이 요구하는 자소서의 문항은 4개다. 이 중 공통문항이 3개인데, 문항을 읽어보면 모두 느낀 점과 배울 점을 쓰라고 요구한다. 이 두 가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써야 한다.


◆ 高 1·2학년 때부터 쓰기 연습
학생들 “쓸 게 없다” 볼멘소리…특이한 경험·이색 활동 메모해 놓으면 3학년때 큰 도움

곽 부장은 한 가지 더 강조한다. 그는 “학생부 분석, 배운점·느낀점 쓰기가 어느 정도 해결된 학생이라면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고 단점에 대한 일종의 부연 설명이 관건”이라면서 “모의고사 취약과목이 있다면 왜 이 과목 점수가 다른 것보다 상대적으로 낮은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 중에는 자소서에 ‘쓸 게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입시 위주 교육도 문제지만 고3이 되고 나서 갑자기 쓰려니 그런 것이다. 전문가들은 메모 습관을 들일 것을 주문한다. 1학년때부터 특이 경험이나 이색 활동에 대해 메모를 해놓으면 3학년 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교내에서 열린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경험도 메모해 놓으면 나중에 자소서를 쓸 때 좋은 소스가 될 수 있다. 미리 자소서를 써놓고 때때로 업데이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입학사정관 관심분야 파악
대학별 인재상 숙지하는 것도 중요…서울대는 독서 활동·경험 충분히 기술해야 유리

자소서를 평가하는 사람은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이다. 사정관들이 관심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성공적 자소서를 쓰는데 도움이 된다. 주로 이런 것이다. 의미 있는 경험은 무엇이었는가, 열심히 공부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는가, 공동체의식을 갖고 있는가, 적극적이며 지속적으로 노력했는가, 폭넓고 고르게 지식을 습득했는가, 노력을 통해 성장한 모습은 어떠한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했는가,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의 모습은 어떠한가, 습득한 지식을 적절히 활용한 경험이 있는가, 학교생활에서 겪은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가 등이다.

지원대학의 인재상을 파악하는 것도 요령이다. 서울대의 경우 ‘독서 인재’ 발굴에 관심도가 높으므로 지원 학생은 학생부는 물론 자소서 작성시 독서 관련 활동이나 감상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기술하는 것이 유리하다.

윤일현 지성학원 이사장은 “지원 대학의 인재상과 하위 역량들을 충분히 파악한 후 작성해야 하며, 자신의 특성과 잠재력을 입학사정관들이 발견할 수 있도록 진솔하고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 기재시 0점 처리 항목 주의
교외 수상실적 기재 안돼…대학들 자소서 대리작성·부정사실 검증 위한 유사검색 실시

0점 처리되는 항목을 눈여겨 봐야 한다. 학교장의 참가 허락을 받았더라도 수학·과학·외국어에 대한 교외 수상실적을 자소서에 쓰면 서류평가에서 0점 처리된다. 불합격이란 얘기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한국수학올림피아드, 도시대항 국제 수학 토너먼트, 한국물리올림피아드, 전국 초·중·고 외국어 경시대회, 국제영어논술대회 등 각종 교외 수상실적은 쓰면 안된다. 토익·토플, 한자능력시험 등 공인어학성적도 0점 처리되긴 마찬가지다. 또 대회 명칭에 수학·과학·외국어 교과명이 명시된 학교 외 각종 대회의 수상실적도 쓰면 불합격 처리된다.

제출된 자소서는 표절, 대리 작성, 허위사실 기재, 기타 부정한 사실 등의 검증을 위해 유사도 검색을 실시하고, 해당 사실이 발견될 경우 불합격 처리되며 합격 이후라도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도움말=곽병권 대륜고 교사, 지성학원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손동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