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리당 넓은 사육면적·충분한 수면 ‘동물복지농장’이 AI 해법”

  • 송종욱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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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2-21   |  발행일 2016-12-21 제7면   |  수정 2016-12-21
■ 반복되는 조류독감 피해 막으려면…
2016122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도살처분 마릿수가 3천만마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AI가 쉽게 전파되는 원인 중 하나로 국내 가금류 축사의 열악하고 비위생적인 환경 문제를 꼽는다. 특히 학대에 가까운 사육시설 때문에 ‘농장’이 아닌 ‘공장’이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

공장형 양계장 사육면적 A4용지보다 좁아
알 많이 낳게 하려고 잠도 제대로 안재워

동물복지농장은 방사형 사육 ‘면역 강해’
조류독감 극복 능력 뛰어난 새로운 대안
경북선 6곳 불과…시설 확대 지원 늘려야

◆경주 산란계 농장 다시 가보니

20일 찾아간 경주시 A농원. 이곳에서는 20농가에서 40만마리의 산란계를 사육하고 있었다. 경주 전체 사육수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시설은 엉망이었다. 슬레이트 지붕 등 열악한 시설에 비위생적인 환경은 이곳이 37년 전에 세워진 노후된 축사임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2014년 AI 발생으로 53만마리(30농가)의 닭이 살처분돼 당시 보상비만 65억원에 달할 만큼 피해가 컸던 곳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육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A농원엔 현재 총 450동(29만7천㎡)의 축사가 있지만 대부분 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A농원 측은 경주시에 축사 환경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철거비용 60억원 등 환경개선에 15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경주시는 예산확보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란계와 육계 축사 비교

이번 AI 피해는 주로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 농장에 집중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일 현재 살처분 완료된 산란계는 1천345만6천마리로 살처분 된 전체 가금류(1천790만5천마리)의 약 75%에 해당된다. 육계는 61만마리(3.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농장의 시설 운영과 관리 능력의 차이에서 찾고 있다.

육계농장은 사료 공급 등 과정이 대부분 자동화돼 있다. 병아리를 축사에 넣어 키운 뒤, 한 번에 출하함에 따라 외부 접촉이 적다. 반면 산란계 농장은 달걀을 꺼내기 위해 수시로 차량과 인력이 오간다. 그만큼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 또 30일 정도 키워 출하하는 육계는 주기적으로 축사 소독이 가능하지만, 산란계는 1년 정도 같은 곳에서 달걀을 낳다 보니 상대적으로 방역에 취약하다. 현재 국내 산란계 농장의 99%가 케이지(철제 우리) 방식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에서 가금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씨(50)는 “AI 발생 농가 중 대부분이 소규모 사육농장으로 시설이 열악한 데다, 평소에 출입자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반 대규모 육계농장의 경우 사람과 차량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이번 AI가 전염성이 강한 데도 불구하고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도 동물복지농장이 대안

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동물복지형 축산농장’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2일 충북 음성의 동물복지농장에서 처음 감염이 확인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동물복지농장이 그나마 AI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동물복지 축산농장의 경우 2012년 인증제도가 도입된 이후 AI에 감염된 사례는 이번 충북 음성이 유일하다. 동물복지는 가축의 복지를 고려하는 축산방식으로, 공장형 축산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유럽에서는 구제역과 광우병 등으로 천문학적 예산이 낭비되자 이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동물복지를 도입했다.

일반 양계농장과 동물복지농장은 사육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다. 공장형 일반 양계장의 닭 한 마리당 사육면적은 A4용지보다 좁은 0.05㎡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동물복지농장은 3배 정도 넓은 0.14㎡다. 동물복지농장은 닭이 8시간 이상 잠자도록 하는 반면, 일반 양계장은 알을 많이 낳도록 하기 위해 밤에도 전등을 켠다. 동물복지농장의 닭은 넓은 면적에서 자라는 데다 방사형 사육으로 운동량도 많기 때문에 면역력이 강해져 자연스럽게 AI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다.

◆경북 동물복지농장 고작 6곳

그러나 도입된 지 4년이 됐지만 국내 동물복지농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동물복지농장은 모두 113곳이다. 경북에는 가금류 사육농장이 5천669곳(3천525만여마리)이나 있지만 동물복지농장은 6곳(6만9천100마리)에 불과하다. 이 6곳은 지금까지 AI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북도는 정부의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도입에 따라 2012년 2월부터 ‘친환경 동물복지 축사 지원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돼지·닭 농가 중 친환경 축사를 신축하거나 기존의 축사를 친환경 축사로 개축하고자 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개소당 사업비 2억원(자부담 50%)을 지원했다. 하지만 시설 개선비 등 투자비 부담과 생산성 감소가 동물복지형 축산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이 사업은 1년도 넘기지 못한 채 중단된 상태다.

박희천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동물복지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농가 손실이 최소화되도록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는 예산 낭비가 아니며, 제2의 축산재앙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 투입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경주=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구미=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 살처분 가금류수
 (1천790만5천마리(잔여 14농가 201만4천마리·12월19일 기준) 
닭 1천515만7천마리
산란계 1천345만6천마리, 산란종계 32만7천마리, 육계 61만마리 등
오리 191만2천마리 메추리76만6천마리
■ 국내 동물복지형 축산농장 현황(총 113곳)
충북 전북 경기 전남 충남 강원 경남 경북 제주
24 20 18 17 11 9 6 6 2
■ 시·군별 닭 사육현황 (2016년 6월1일 기준/육계·산란계)
시·군 농가수 마릿수
포 항 191 727,164 
경 주 243 2,168,534 
김 천 153 4,970,873 
안 동 499 2,466,100 
구 미 177 666,549 
영 주 275 3,559,863 
영 천 142 1,823,390 
상 주 348 4,759,496 
문 경 482 1,444,589 
경 산 39 185,869 
군 위 269 1,366,179 
의 성 549 3,751,687 
청 송 11 669,700 
영 양 166 11,688 
영 덕 112 72,914 
청 도 126 225,631 
고 령 210 109,051 
성 주 233 1,120,440 
칠 곡 138 2,038,834 
예 천 640 957,700 
봉 화 445 2,146,301 
울 진 180 11,521 
울 릉 41 1,742  
합   계  5,669 35,25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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