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구속적부심 석방 확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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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2 07:34  |  수정 2017-12-22 07:34  |  발행일 2017-12-22 제8면
[변호인 리포트] 구속적부심 석방 확대 조짐

앞서 구속제도와 석방요령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 다룰 주제는 수사단계에서 구속자를 석방하는 구속적부심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고위공직자와 재벌에 대한 구속 뉴스로 나라 전체가 뜨거웠고, 대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정을 농단하고, 농단자를 조력한 공무원의 직권남용, 뇌물 수사와 재판이 지리한 장맛비처럼 전국을 적신 까닭이다. 이에 문무일 검찰총장은 피로감을 호소하듯 연내 수사완료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한 피로감은 검찰의 것만은 아니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적부심을 청구한 4명 중 3명을 석방했다. 이러한 조치는 앞으로 검찰의 영장 청구와 법원의 발부 관행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을 예고한다.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정책실장은 정치댓글 공작 혐의로 수사받던 중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에 따라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지만, 이러한 판단이 수사 편의성만 앞세운 검찰의 주장만을 수용한 것이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이란 반성적 고려가 금번에 반영됐다. 석방 명분은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 발부된 영장을 해체시키자 비난도 일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결정에 대한 비난은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구속영장 발부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검사의 영장청구가 줄어든 것은 이용훈 대법원장 덕분이고, 앞으로 구속적부심 석방을 늘려 영장 청구와 발부 관행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분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아닐까. 아직은 예상에 불과하다. 청구된 영장은 항상 발부돼야 하는가. 한 번 발부된 영장은 구속적부심을 사문화하면서까지 효력이 계속 유지돼야 하는가. 이는 피의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느냐 아니냐, 공정한 재판권을 보장하느냐 아니냐의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중대한 문제이다.

체포·구속적부심사제도는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법원이 적법성과 필요성을 심사해 부적법·부당하게 구금당한 시민을 석방하는 선진 제도다. 영장심사에 대한 재심절차 내지 항고적 성격을 갖는다. 피의자가 전 형사절차에서 잠시나마 석방되는 길은 총 6개가 있다. 영장심사, 구속적부심, 구속취소, 보석, 집행유예 및 무죄판결, 구속집행정지가 그것이다. 그런데 자유의 전진기지인 구속적부심의 인용률은 15% 이내로 너무 낮았다. 특히 영장심사와 구속적부심과 보석을 모두 사용했는데, 못 나오면 게임은 오버이다. 이런 속사정이 이 제도 이용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 제도의 특징은 현 시점에서의 구속사유의 존부를 다시 판단하고, 또 구속계속의 필요성까지도 동시에 판단하므로 영장심사보다 판단범위가 넓다.

따라서 석방률이 높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석방이 쉽지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대부분은 법관의 심리적 요인에 의한다. 동료인 영장발부 법관의 판단을 깨트려야 하는 제1요인, 만약 석방했는데 도망하면 비난을 뒤집어써야 한다는 제2요인. 그래서 합의나 전면자백으로의 전환 등 중대 사정변경 없이 함부로 석방하지 않는 것이 묵시적 관례였다. 그러나 이는 옳지 않았다.

시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를 법관의 책임면피용으로 변칙운용 한다면 주권자가 내린 헌법결단을 공무원인 법관이 위배하는 것이고, 피의자는 구속돼서까지 검찰의 수사에 협조할 수인의무가 없다. 그리고 구속제도는 사전형벌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방어권을 보장받아 대등한 수사를 받아야 하며, 장래 이 제도 활용은 더욱 장려돼야 한다(상세한 내용은 ‘수사와 변호’ 참조). 지난해 무죄확정 사건 중에서 검찰이 잘못을 인정한 사건은 무려 16.5%였다. 그 중 상당수가 불필요한 구금을 당한 것이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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