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재밌어졌네" 신인작가, 안방극장에 새바람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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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3 07:43  |  수정 2020-01-13 07:50  |  발행일 2020-01-13 제22면


"안방극장에 드라마가 넘쳐난다. 그런데 정작 볼 만한 드라마는 찾기 어렵다." 이제 옛말이다. 뻔한 소재에 줄거리도 비슷비슷한 드라마에 실망해 브라운관을 떠났던 시청자들이 다시 TV 드라마를 찾기 시작했다. 다양한 소재와 탄탄한 극본은 기본, 현실을 관통하는 촌철살인 대사와 상황 설정의 기발함이 보는 이로 하여금 "드라마도 재밌어졌네"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신인 작가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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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트렌드를 명민하게 포착해 낸 신인 작가들이 참신함을 무기로, 실험적인 소재와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왼쪽부터 SBS 'VIP' '스토브리그', tvN '블랙독'.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다

지난해 화제작 '동백꽃 필 무렵'을 위시해 '스토브리그' '블랙독' 'VIP' 등은 잘 쓰인 극본이 드라마에 얼마나 많은 힘을 주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 사례다.

모두 신인 작가의 작품이거나 데뷔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중문화 트렌드를 명민하게 포착해 낸 신인 작가들이 참신함을 무기로, 과거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실험적인 소재와 이야기로 새로운 자극을 원했던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KBS '동백꽃 필 무렵'은 데뷔 3년 차였던 임상춘 작가가 집필했다. '백희가 돌아왔다' '쌈, 마이웨이'에서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임 작가는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투박하지만 따뜻한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펼쳤다. 임 작가는 회사원 출신의 평범한 30대 여성으로만 알려져 있다.

최근 화제작 중에서도 신인 작가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SBS '스토브리그'는 방송 2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사실감을 극대화시켜 몰입감을 높였던 점이 주효했다. '스토브리그'는 야구를 소재로 했지만 스포츠 드라마는 아니다. 팬들의 눈물마저 마르게 한 만년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의 고군분투를 다룬 '오피스 드라마'에 가깝다.

이 드라마는 선수들 못지않게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프런트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현실과 허구의 적절한 배합으로 이뤄진 탄탄한 극본은 다음 회가 기다려질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야잘알'(야구 잘 아는 사람들)은 물론, '야알못'(야구 잘 알지 못하는 사람)까지 아우르며 볼수록 끌림 있는 '자석 드라마'로 자리매김 중이다. 2016년 하반기 MBC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이산화 작가의 데뷔작이다. EBS '지식채널e'를 비롯한 다수의 교양 프로그램과 드라마 작가와 보조작가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이 작가는 '스토브리그'의 인기 요인을 "철저하게 오래 준비한 각본의 힘"이라고 말한다.

'학교판 미생'으로 불리는 tvN '블랙독' 은 박주연 작가의 데뷔작이다. 박 작가는 앞서 2018년 2월 방송된 tvN 단막극 '마지막 식사를 만드는 여자'를 통해 호평을 받았다.

'블랙독' 은 기간제 교사가 된 사회초년생 고하늘(서현진 분)이 사회 축소판인 학교에서 꿈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박 작가는 실제로 교사 생활을 3년여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과 고등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 '현실 고증이 뛰어난 드라마'라고 소문이 날 만큼 작가의 사실적인 경험이 극의 완성도에 제대로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최근 종영한 SBS 'VIP'의 차해원 작가 또한 신인이다.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오피스 라이프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차 작가는 남다른 필력을 자랑하며 마지막 회 시청률을 15.9%까지 끌어올리는 뒷심을 발휘했다.

일반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차 작가는 대본 집필을 위해 실제 백화점 직원들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와 해외 카지노 등 VIP 마케팅팀 담당자들을 취재했다고 밝혔다.

◆'오펜', 신인작가 데뷔 창구

CJ ENM의 신인 작가 육성 사업 '오펜'은 데뷔를 꿈꾸는 신인 작가들의 실질적인 창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까지 총 200억원을 투자해 신인 작가 데뷔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오펜' 1기 출신으로는 '블랙독'을 집필한 박주연 작가를 포함, SBS '절대그이'와 KBS '회사 가기 싫어'에 각각 공동작가로 이름을 올린 장아미, 강원영 작가가 있다. 또 강이헌 작가는 MBC '나쁜형사', 신하은 작가는 tvN '아르곤'부터 '왕이 된 남자'까지 화제작들의 공동집필을 맡으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오펜을 통해 배출된 콘텐츠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스테이지 2019'에서 방영된 이아연 작가의 단막극 '물비늘'은 지난해 4월 제52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TV·케이블 방송 피처 부문 금상을 받았고, 이 작가는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의 공동 집필을 맡았다.

이아연 작가는 "그동안 글을 써오면서 늘 '나만의 것'에 불과했던 글이 드라마 스테이지를 통해 영상화되면서 '모두의 작품'으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이 너무나 신기하고 소중했다"고 데뷔 후 벅찬 소감을 전했다.

'오펜'의 김지일 센터장은 "오펜은 시대적 감각이 담긴 실험적인 단막극을 계속해서 도전하고 선보일 예정"이라며 "이 방향성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것이며 매년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단막극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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