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동물원, 이젠 놓아주자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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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3   |  발행일 2020-01-23 제31면   |  수정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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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태 사회부장

달성토성 복원은 대구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다. 대구시 중구 달성동에 있는 달성토성은 1천800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토성이다.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 62호'로 지정된 이곳은 이상화 시비, 전국 최초의 어린이 헌장비, 허위·이상룡 선생의 뜻을 기리는 비 등 대구의 근대 역사도 담고 있다.

달성토성 안에는 동물원이 있다. 1970년에 만들어진 이 동물원에는 코끼리, 사자, 호랑이, 곰 등 당시만 해도 실제로 보기 힘든 동물들을 비롯해 1천500여마리의 동물이 유치돼 있었다. 50대 중반인 기자는 유년 시절 이곳 주변에 살았다. 학교를 파하면 친구들과 2곒가 넘는 담을 넘고 달성공원에 몰래 들어가 동물들을 실컷 감상했던 기억이 생생히 남아있다. 그때는 달성공원에 들어가려면 몇십원의 입장료를 내야 했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불법(?)을 선택했다. 구경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 반드시 정문을 통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거인 수문장 아저씨'를 봐야 했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달성공원 동물원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 때문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였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대구시민에게 달성토성보다 달성공원 동물원으로 더 익숙하다.

그러나 달성공원 동물원은 10여 년 전부터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달성토성 복원을 가로막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달성토성 복원에 나섰다. 국비까지 확보했지만 국비 지원의 전제조건인 동물원 이전을 성사시키지 못해 국비를 반납하는 치욕을 겪기도 했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달성토성 복원 사업은 2017년 동물원을 대구대공원으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대구시는 2023년까지 대구대공원에다 동물원을 짓는 한편 달성토성을 2026년까지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계획도 성사되기가 무척 어렵다.

오는 7월이면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된다. 도시공원으로 묶여 있는 대구대공원을 지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대구시가 소유권을 확보해야만 동물원을 이전할 수 있다. 대구시는 대구도시공사를 내세워 지주들과의 토지보상을 추진하고 있지만 규모가 550필지에 달하고 지주는 400여명이나 돼 난항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대구시가 제시하는 보상가는 수십년간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지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초 계획대로 동물원 이전은 불가능하다.

대구시 입장에서는 옮겨서라도 지켜내고 싶은 마음이 적지 않다. 자치단체가 50년 동안 동물원을 운영했다는 자부심이 큰 데다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를 사장시킨다는 게 마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옮겨 갈 대구대공원 동물원의 동물활동공간을 달성공원보다 5~6배 키워 동물복지도 충분히 고려했다고 강조하며 이전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달성공원 동물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달성토성 복원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러는 동안 좁고 낡은 '동물원 감옥'에 갇힌 동물들은 말 그대로 하루하루를 버텨야 된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굳이 전문적인 용어를 들먹이지 않아도 달성공원에 있는 동물 가운데 상당수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걸.

동물원 포기는 어쩌면 여럿을 살릴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 서로 머리를 맞대보자. 달성토성 조기 복원과 동물의 권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자.유선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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