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文정부는 코로나戰亂 징비록을 쓰라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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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02   |  발행일 2020-03-02 제27면   |  수정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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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냉전시대 때의 얘기다. 무장간첩이 침입하면 온 나라에 비상이 걸렸다. 군과 경찰, 예비군, 민방위대까지 간첩을 잡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특수군은 직접 간첩의 소굴로 들어갔다. 상비군과 예비군들은 포위망을 치고, 철통 경계근무를 하면서 퇴로를 차단했다. 뉴스를 통해 무장간첩을 소탕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국민들은 비로소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곤 했다. 작금의 코로나19 사태는 세균으로 무장한 간첩 침투상황과 유사하다. 오히려 더 많은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생화학전과 비슷한 양상이다. 다른 점이라면 생화학전이 의도적이라면 현재의 코로나 확산사태는 비의도적이라는 것뿐이다.

그 후과(後果)는 생화학전 피해와 다를 바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단계마다 많은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감염전문가들은 초기에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가 필요하다고 경고했으나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 시진핑 눈치를 보다가 초동대처에 실패했다. 반면 생화학 무기의 위력을 잘 아는 나라들의 대응은 신속했다.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 베트남, 북한 등은 적의 침입경로를 차단하듯이 바로 중국인 입국을 금지시켰다. 정부는 차선의 대책인 중국인 입국자 일정 기간 격리조치를 포기했다. 특별입국절차와 휴대폰 자가진단 앱만 설치하면 무사통과시켰다.

잠재적 환자들이 잠복기 동안 대한민국을 활보하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려도 알 길이 없었다. 정부는 대구의 확진환자 수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비상 상황에도 심각단계 선포를 미적거렸다. 의료자원도 신속하게 동원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낙관까지 했다. 최고 지휘부의 안일한 인식과 그에 따른 결과는 참담했다. 병상확보와 의료진 수급, 의약품 동원 정도가 환자 증가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회와 사법부, 방역 컨트롤타워인 대구시청과 일선 보건소까지 바이러스 공격에 뚫렸다. 급기야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과 타국으로부터 우리 국민이 쫓겨나는 수모와 굴욕을 자초했다.

전시(戰時)상황에서 국가 주요기관이 장악당하고, 희생자가 속출하는 등 국토 전체가 초토화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정부의 대응수준이 이 정도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누가 지켜주겠는가. 일찍이 빌 게이츠는 병원균에 대비한 지구적 대응책을 강구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2017년 뮌헨 안보콘퍼런스에서 "전염병이 핵폭탄보다 훨씬 위험하다. 자연발생적이든 생화학 테러든 수억 명을 죽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이러스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워 게임(war game)과 같은 바이러스게임(virus game)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적의 침략에 대비해 수시로 연료와 무선주파수, 병참술 상황을 점검하는 훈련을 하듯이, 전염병 발병에 대비한 시뮬레이션과 모의훈련을 하라는 것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우리나라 24만여 명 등 5천여만 명의 세계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홍콩 독감 사망자도 100만여 명에 이른다. 기후변화 및 여행과 이동의 자유화로 현대사회는 초고속 밀착 네트워크 사회가 됐다. 에볼라와 사스 등과 유사한 제2·제3의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은 언제든지 우리를 쉽게 덮칠 수 있다. 현 정부는 이번 코로나 전란(戰亂)에 대한 징비록(懲毖錄) 성격의 백서를 작성하라. 뼈저리게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정부는 더 이상 정부가 아니다.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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