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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
며칠 전 '대구 파워풀 페스티벌' 행사장을 둘러보다 이해리 시인의 '꽃이 진다'는 전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내 삶이/꽃인 줄 모르고/꽃 찾아 떠돌다/돌아 오니/꽃이 진다". 페스티벌 슬로건 '아름다운 도약 비상하는 대구'는 내 삶 가까이 있는 꽃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22대 국회는 대구경북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긴다. 보수의 성지는 '국회 소수당'이 지친 몸을 의탁하는 도피성처럼, 고립된 섬처럼 외면받고 이지메 당하는 중이다. 여소야대 지형으로만 보면 분명 위기다. 이게 다는 아니다. 호남 중심 거대 야당의 당 대표(이재명)와 원내대표(박찬대) 모두 TK 출신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여당 원내대표가 TK 출신(추경호·달성)인 게 든든하다. 전임자에 이어 대구 출신이 연달아 바통을 건네받은 건 드문 일이다. 이뿐만 아니다. 개혁신당은 당선인 3명 모두 TK 연고자다. 이준석 대표는 어머니가 상주, 아버지가 칠곡 출신이다. 이주영, 천하람 당선인 고향은 대구다. 조국혁신당 비례 1번 박은정(원화여고 졸), 김준형·차규근(이상 달성고 졸) 당선인도 마찬가지다. TK 친화적 인물들이 정치권 주요 포스트를 두루 차지하고 있다. 국무총리, 여당 당 대표까지 TK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치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인적 자산의 과(寡)·다(多)는 정치력의 명료한 척도다. 고립된 섬은 결코 외딴섬이 아니었다.
TK 유력자들이 즐비하면 뭐 하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전에도 당 대표, 원내대표, 장·차관이 숱했지만, TK 네트워크는 단단하지 못했고, 역동성은 부실했고, 성과는 미약했다. 내 안의 꽃부터 발견하는 게 시작이다. TK 친화적 인사들은 김춘수의 '꽃'과 다르지 않다.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것이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뿌리를 알리면 우리에게로 다가와 꽃이 된다. 지금은 모래알이다. 이들을 얼키설키 연결하고 겹치며 맞물린 관계로 격자형 네트워크를 엮어야 한다. 지역 당정협의회를 활성화하고, 대구시·경북도가 공조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호남의 니즈(Needs)와 결합해 훌륭한 솔루션으로 작동해온 '달빛동맹', 박찬대 원내대표가 늘 자랑스럽게 여기는 '민주당 안동·예천 지역위원회' 같은 사례를 여럿 생성하는 것도 필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처음으로 오늘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다. '달빛 동맹'을 더 공고히 하는 행보다. 홍 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정례적으로 입법부와 여·야 수뇌부를 초청, 근사한 '홈커밍 데이' 자리를 만드는 건 어떤가. 위상을 드높이고 품격을 고양하며 소통의 통로를 만드는 데 제격이다. 홈시크를 달래며 노스탤지어를 북돋우고 애향심을 고취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홍 시장이 대구지역 당선인들을 호텔로 초청, 식사를 대접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의 어려운 상황에도 당선인과 힘을 모아 극세척도(克世拓道)의 자세로 한반도 3대 도시 영광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모임이 '의기투합'으로 평가된 건 좋은 조짐이다. 시장-의원 관계가 꽤 소원했었다. '무늬만 국회의원인 무능한 사람'이란 폄훼가 적잖았다. 22대 국회 TK 진용이 일신(一新)했다. 6선 1명을 비롯해 4선 2명, 3선 6명이 배출됐다. 초·재선만 소복하던 과거와는 다른 위용이다. 이들의 손에 입법과 예산, 정책 입안의 솔루션이 다 있다.
논설위원

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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