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COVID-19와 신천지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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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7   |  발행일 2020-03-27 제35면   |  수정 2020-03-27
잘못된 포교활동이 불러온 바이러스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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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앞에서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 19화생방대대 장병들로 구성된 육군 현장지원팀이 방역작전을 펼치고 있다. 〈영남일보 DB〉
2020년 2월18일. 질병관리본부에 의하여 국내 COVID-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감염된 31번 확진자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31번 확진자에 대한 발표는 우리 사회가 COVID-19와 관련한 각종 사회적 현상 및 정책에 있어서 변환점을 맞이하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이와 함께 '신천지'가 세상의 이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시민들은 'COVID-19'와 '신천지'에 관련한 각종 연관 검색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신천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우리 사회의 최대 이슈가 되어 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청정지역 대구경북
31번 확진자 등장 이후 폭발적 증가세
신천지發 집단 감염…불안감과 공포
추수꾼·폐쇄적·은폐 활동, 시민 분노
재택근무·휴직·휴업 전환, 텅 빈 도심
경기 불황 이어져 서민경제에 큰 타격


신천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 그리고 청년들의 생각에 관하여 논의를 하기 전에 신천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할 것 같다. 신천지의 정식 명칭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다. 요한계시록에 기재되어 있는 '신천지'와 '증거장막성전'이란 단어와 함께 '신천지 교회의 교주가 예수'라는 의미를 모두 합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며, 일반적으로 줄여서 '신천지'라 불리고 있다.

신천지가 COVID-19와 결부되기 이전에는 사실상 신천지에 대한 논란은 '사이비종교'라는 부분에 국한되어 있었다. 이로 인하여 과거에 신천지에 관한 비난과 비판은 주로 '개신교'와 '천주교'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과거 신천지와 관련한 사건 사고를 본다면 크게 3가지 정도로 구분되는데, 소위 시위와 무단점유,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포교활동'이다.

특히 신천지의 포교방식은 여타 다른 종교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추수꾼'을 통한 포교방식이다. 추수꾼은 신천지 교인이 다른 교회 혹은 종교의 신도를 직접 만나 신천지로 가입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에 관하여 신천지 입장에서는 '사람은 하나님의 씨로 났으므로, 추수(秋收)가 되어 깨닫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추수꾼이란 표현을 쓴다고 한다. 이러한 추수꾼 방식의 포교방식으로 인하여 신천지 이외의 다른 종교에서 당연히 신천지의 포교방식에 관하여 비난과 비판을 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천지가 COVID-19를 만나면서 신천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었다. 바로 'COVID-19의 집단 감염 사태'다. 31번 확진자 이후 갑자기 폭발적인 확진자의 증가세가 나타났고, 이들 확진자의 공통분모 속에는 바로 '신천지'였다. 신천지로 인한 확진자로 인해 대구경북은 코로나 청정지역에서 한 순간에 전국 최대 규모의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결국 대구경북은 31번 확진자가 등장한 이후로 약 한 달 간 시간과 공간이 정지되어 버린 장소가 되었다.

특히 대구에서는 시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였고, 출·퇴근도 대부분이 재택근무 혹은 휴직·휴업 등으로 태세를 전환하였다. 길거리의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텅 빈 지하철과 텅 빈 버스만이 달구벌대로를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대구에서 가장 많은 유동인구와 젊은 사람이 있었던 동성로에는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동성로의 대부분 상점들 역시 문을 닫았다. 주말이면 '불금'과 '불토'를 보내겠다고 청년들의 아우성을 볼 수 있었던 동성로 클럽골목에서도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이 정도 되면 경제적 불황은 당연한 수순이며, 이로 인해 경제적 활동 인구들에 대한 경제적 타격 역시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신천지와 COVID-19의 컬래버는 전국민에게 '보이지 않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하였고, 신천지 특유의 은폐성과 폐쇄성이 COVID-19의 확산에 기인 하였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국민과 여론은 신천지에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정치권은 국민적 열망을 그대로 신천지에 반영하였던 바, 각종 동원 가능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통하여 소위 '신천지 때리기'에 열을 올리기도 하였다.

결국 신천지의 총회장인 이만희가 직접 언론에 등장하여 국민과 정부에 사과의 말을 올리며 두 차례에 걸쳐 사죄의 절까지 하였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20억원을 기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신천지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는 유명 인기가수 지코의 '아무노래'와 합성하여 '신천지코 이만희, 아무만희 챌린지'라는 제목으로 이만희의 기자회견을 희화화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하였다.

이번 칼럼을 준비하면서 필자는 신천지에 관하여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주변에 '신천지 교인'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해보았으나 결론적으로 만나지 못했다. 사실상 두 가지가 문제였는데, 첫째는 COVID-19의 전파 가능성이 염려가 되었으며, 둘째는 주변에 '내가 신천지 교인이다'고 하는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유튜브 및 각종 신문 기사를 통하여 신천지에 관한 내용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얻을 수 있는 신천지에 관한 내용의 대부분은 두 가지로 분류가 되었는데, '신천지는 이단이다'와 '신천지와 COVID-19'의 관련성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는데, 정작 필자가 얻고자 하였던 내용, '왜 신천지에는 20대 교인들이 많을까'하는 점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자료는 없었다. 그래서 청년 신천지 교인을 만나서 그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었으나, 그들의 이야기를 결국 듣지 못한 것이 이번 칼럼을 준비하면서 많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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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코리아포비아(한국인혐오)까지 발생하였던 상황에서 그 중심에 신천지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신천지 교인도 우리나라의 국민이고, 우리 주변의 이웃이다. 그들에 대한 혐오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루빨리 COVID-19를 한국에서 종식시킬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것이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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