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시장 개방 꼭 막아야” 들끓는 경북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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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3 21:32  |  수정 2025-07-23 22:00  |  발행일 2025-07-23
대미협상 카드 농산물 제외에도
지역 농민들 불안감은 여전
“검역 완화만 해도 가격 폭락”
내일 대통령실 앞 대규모 집회
경북의 한 사과 농장에서 농민들이 1년 동안 키운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경북의 한 사과 농장에서 농민들이 1년 동안 키운 사과를 수확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한·미 통상협상이 25일 미국에서 '2+2'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협상 카드로 쌀과 소고기 시장 확대는 꺼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북지역 농민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농축산물 수입 확대를 강력히 요구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마땅히 대응 전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3면에 관련기사


미국 정부는 앞서 한국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 '미국산 쌀 수입 할당 확대' '사과 수입 허용'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민감품목의 시장 개방보다는 바이오에탄올용 옥수수와 같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입량 확대를 고심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23일 무역협상을 타결한 일본의 경우 쌀시장을 내주고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다. 이로 인해 우리 정부 역시 일본처럼 농산물 관세장벽을 완화하거나 시장을 추가로 개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최대 사과·한우 산지인 경북 농민은 어떤 상황에서도 농산물 수입 확대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번 협상에서 30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산 사과의 수입 검역이 간소화하거나, 철폐된다면 국내 사과가격 폭락은 불가피하다. 최대 513% 관세가 적용되는 쌀이나 고추(270%)에 비해 사과에 적용된 관세율은 13.5%로 낮아 국내에 '반값 사과'가 유통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미 농무부(USDA) 자체 조사에 따르면 미국사과 가격은 ㎏당 3.3달러로 한국사과(6.23달러, 한화 약 8천500원)의 53% 수준이다. 한국농업경제학회에선 사과가 수입될 경우 국내 사과시장의 절반은 미국산으로 대체되고 가격은 지금보다 최대 65% 하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더욱이 미국사과는 품종만 200가지가 넘어 한국사과(70여종)에 비해 시장 경쟁력이 높다. 저장성도 길어 국내산과 비슷한 품질을 자랑한다.


이에 경북도의회와 사과 주산지인 청송군의회·문경시의회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미국산 사과 수입 검토를 전면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경북도연합회 등은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송종만 한농연경북도연합회장은 "사과 수입이 허용되면 전국 사과 생산의 60%를 담당하는 경북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밀가루처럼 수입에 의존하던 품목이 미국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듯 값싸게 들어온 사과 역시 밀가루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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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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