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영혼 갉아먹는 대구 조직범죄] <하>디지털로 옷 갈아입은 지역조폭

  • 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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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3 21:07  |  발행일 2025-07-23
유흥업소 갈취에서 도박장·피싱으로…‘신(新)조폭’은 지금도 살아 있다


조직폭력 범죄 유형별 범죄 검거 현황. 대구경찰 제공

조직폭력 범죄 유형별 범죄 검거 현황. 대구경찰 제공

조직폭력 범죄 연도별 검거 현황. 대구경찰 제공

조직폭력 범죄 연도별 검거 현황. 대구경찰 제공

조직폭력배단체 (PG). 연합뉴스

조직폭력배단체 (PG). 연합뉴스

묻지마 폭력을 동반한 서민 갈취가 다반사였던 조직폭력 범죄의 활동 양상이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조직 형태와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더 어리게' '더 은밀하게'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저연령화를 무기로 기술과 정보, 플랫폼을 활용해 물리적 위세를 가하는 이른바 '신(新)조폭'이 활개를 치고 있다.


◆대구 폭력조직 12개, 'MZ조폭' 활개


23일 대구경찰청에 확인 결과, 현재 대구경찰이 주시·관리 중인 폭력조직은 총 12개다. 조직원 수는 330여명이다. 최근 4년간(2021년~2024년) 대구에서 검거된 조직폭력배들은 모두 721명. 연평균 180여명에 달한다. 대대적 단속에도 세를 확장하고 있다. 연도별 검거 인원은 2021년 131명(구속 24명), 2022년 284명(33명), 2023년 127명(23명), 2024년 179명(48명)으로 파악됐다. 매년 100명 이상 조직폭력배들이 붙잡히고 있다. 구성원들도 점점 젊어지고 있다. 'MZ조폭'이라 불리는 20~30대가 전체 검거 인원의 60% 이상이다. 지난해 검거한 조직원 179명의 연령대를 보면, 30대가 63명(35.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 55명(30.7%), 40대 46명(25.7%) 순이었다. 2023년에도 30대가 44명(34.6%), 20대가 40명(31.5%), 40대 35명(27.6%)등의 순이었다.


폭력조직 세태도 변화했다. 과거엔 특정 지역 기반의 '파'가 존재했다. 두목-간부-행동대원으로 이어지는 위계도 선명했다. 현재는 구성원 간 물리적 접촉조차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직원이 따로 만나지 않아도 앱이나 텔레그램, SNS 등을 통해 역할을 나눈다. 하지만 범죄 수익을 나누며 사실상 '보이지 않는 조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이한 점은 활동 중인 조직폭력배들은 외형상 일반인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 문신, 복장, 집단 이동 등 과거의 뚜렷한 외형적 특성이 사라졌다. 대부분 일상적 직업과 신분을 갖고 범죄에 가담하는 추세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식적으로 조직원으로 등록되지 않아 수사도 쉽지 않다.


경찰은 "매년 강력계 주관으로 '조직폭력배 선정·해제 위원회'를 열고 있다. 이 회의를 통해 형사과, 형사기동대, 경찰서 강력팀 등 관련 부서가 참여해 명단을 정비한다. 공식적 조직원 등록·해제를 통해 수사 타깃을 관리한다"며 "과거 조직원들이 거리에서 문신을 드러내고 위세를 과시하던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젊은층이 일반인과 구별되지 않는 모습으로 폭력조직에 가담하고 있다"고 했다.


◆지능화된 조직폭력 범죄


폭력조직 범죄는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 최근 4년간(2021년~2024년) 검거된 조직폭력배들의 4대 유형 범죄(기타 제외)를 살펴보면 '사행성 불법 영업'이 319건(44.2%)으로 가장 많다.사행성 불법 영업은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 환전형 오락실, 가상화폐 기반 베팅 앱 등으로 수익을 내는 범죄행위다. 이어 폭력범죄 164건(22.7%), 대포통장 54건(7.4%) 등의 순이었다. 통상 조직폭력배들의 주된 범죄로 알려진 갈취는 12건(1.6%)에 그쳤다. 범죄 '주 무대'가 물리적 갈취에서 사이버 디지털 범죄로 전환된 것.


조직폭력배들의 사이버 디지털 범죄는 특정 개인을 노리는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범죄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위험성은 더 커졌다. 과거엔 조폭들이 '유흥업소 갈취'나 '조직 간 다툼' 등으로 범죄 수익을 올리면서 일반 서민들이 조폭 범죄에 연루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엔 조폭들이 '지능형 사기 범죄'를 일삼으면서, 일반 시민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법은 다양하다. '음지'에 몸을 숨긴 채 SNS로 '고수익 아르바이트'나 '수익 보장 투자' 광고를 낸 뒤 청년층을 꼬드긴다. 대포폰 개통·계좌 개설·불법 현금 인출 등의 범행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외형상 단순 '아르바이트'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적 사기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조직 구성 방식은 나름 체계화됐다. 예전엔 철저한 서열과 위계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각자 역할에 따라 연결된 '범죄형 협업 구조'가 일반적이다. 특정 인물이 수익을 총괄하기보단 역할별로 업무에 따라 수익 분배에 차등을 둔다. 해외로 나가 불법도박이나 보이스피싱 콜센터 운영에 가담하기도 한다. 그 이익 일부를 국내 조직에 송금하는 사례도 적잖다.


경찰은 "요즘 조폭은 일반 시민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범죄에 손을 대는 경우가 더 많다. 조직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범죄 방식이 교묘하게 바뀌었을 뿐"이라며 "표면적으로 뭉치지 않지만 역할과 수익 구조를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직범죄로 진화하고 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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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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