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진스마음클리닉 원장 |
모두의 노력 덕분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가고 있다. 특히 의료진들에게 감사하지만, 어찌 의료진들만 고생하였겠는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각자 위치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고 많은 불편들을 참고 견디어 질서 유지에 협조해 준 모든 시민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문제가 생긴 것인지, 문제가 드러나는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참 어렵다. 코로나가 와서 갑자기 의료진의 실력이 향상 되었는지, 갑자기 없던 시민의식이 생겼는지, 이러한 것을 알게 된 것을 '코로나 덕분에'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것이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코로나 사태가 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몇몇 가지 진실, 어찌보면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들이지만 그만큼 중요한지, 또 어느 것이 더 우선 순위인지를 잘 몰랐던 것들. 코로나 사태가 어리석은 나를 정신들게 한 몇가지를 같이 공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인간은 진짜로 생물학적 존재라는 것. 어떠한 상황에서도 견디어내고 뭔가를 이룩할 수 있는 불굴의 의지를 가졌지만 바이러스에 의해 무심히 사라질 수도 있는 그러한 존재라는 것이다. 발달된 의학적 기술만 가지고는 무병장수를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건강한 환경, 먹거리, 일상의 습관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가장 우선순위라는 것을 더욱 절실히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인간은 절대로 혼자서 존재할 수 없는 사회적 존재라는 것. 아무리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아도 주변 사람들이 병들고 어려우면 반드시 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사회적 역할 분담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은 기능적 분화이지 능력적 분화가 아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발전은 순간 화려하고 빠른 성공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어쩌면 모래성일 수 있으며, 한가지 꽃으로 만들어진 정원보다는 여러 가지 꽃, 풀, 나무, 새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강산이 더 아름답고 오래 지속된다.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평화의 건강한 조화가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 한 번 재확인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인간은 문화적 존재라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 활동이라 함은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는 많은 활동들을 다 포함한다.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덕분에 캠페인', 우리를 웃게 하는 유머, 발코니 콘서트, 미스터 트롯과 같은 프로그램, 혼자 집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 등 문화가 곁들여지면 삶이 힘들더라도 더 잘 견디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 번째로 그래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정신이고 이것이 거의 모든 것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 달랐으며, 또한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도 다 달랐다. 각 나라, 사회, 개인별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의 순서, 비율 정도가 달랐고 유연성을 발휘하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었다. 기존 지식과 재원의 활용 정도 역시 달랐다. 그러한 하나하나의 선택이 개인, 사회, 국가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선택의 근거는 그들이 살아오면서 배우고 익힌 경험과 지혜의 총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분명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물론 위의 내용에 다 동의를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시 의견이 분분해 질 것이다. 최소한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고 사회적 각 요소가 다 중요하고 제대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없으며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상대적 가치가 변한다는 것. 이러한 사고를 기반으로 전체 조화를 이루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가치라는 것. 이것이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박용진 진스마음클리닉 원장
박주희 기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