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변호사시험 '전국 최고 합격률' 이끈 영남대 로스쿨 이동형 원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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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1 08:04  |  수정 2020-06-01 08:06  |  발행일 2020-06-01 제16면
"교수진 열의에 학생들 열공으로 화답…대학본부 지원도 뒷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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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회 변호사시험에서 영남대를 합격률 1위(로스쿨 9기 입학기준)로 이끈 이동형 영남대 로스쿨 원장이 그 비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영남대 제공〉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 경이적인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지방소재 대학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수도권 대학 로스쿨과의 경쟁에서 성큼성큼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영남대 로스쿨은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률 전국 1위(로스쿨 9기 입학인원 기준)에 올랐다. 영남대는 지난해 제8회 변호사시험에서 서울대에 이어 합격률 전국 2위의 성과를 낸 데 이어 올해 전국 최고 합격률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로스쿨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이동형 영남대 로스쿨 원장을 만났다. 이 원장은 영남대 법학과 82학번으로 사법고시 출신이다.

예상밖 시험성적 낸 9기 졸업생
서로 이끌어주는 분위기 돋보여
대학측 행·재정적 지원 안 아껴
총장은 가든파티로 기살리기도

로스쿨서 배출 판·검사 총 10명
변호사 외에 다양한 분야로 진출
지역 할당제 비율 10%로 낮춰야
우수인재 서울집중 막을 수 있어

▶올해 거둔 성과는.

"합격률에 대한 평가기준은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 응시자 전원 기준은 107명이 시험을 쳐서 69명이 합격해 전국 6위다. 지방 로스쿨 중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이번에 1위라고 하는, 실제 입학자 대비 합격률은 3년 전 입학한 학생 중에서 3년 만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학생이 몇 %인가 하는 것으로, 2017년에 입학한 학생이 모두 71명인데, 그중에서 52명이 합격했다. 그것이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 가운데 1위다. 이 지표가 언론이나 학계, 변호사업계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합격률로 본다고 알고 있다."

▶비결이 있을 거 같은데….

"1위는 예상 밖의 성적이다. 처음에는 나 스스로도 믿기 어려웠다. 신문에서 너무 크게 보도돼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비결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단지 여러 좋은 요인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교수들이 학생들에 대해 관심이 많고 잘 가르치겠다는 열의를 갖고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게 한다. 대학본부도 여러모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다. 우수하고 경험 있는 직원들을 배치해줘 학생들에 대한 행정서비스가 원활하게 잘 돌아가고 있다.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는 와중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작년 가을학기에는 학생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총장께서 가든파티를 해주시기도 했다."

▶그게 전부는 아닐 거 같다.

"무엇보다 학생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 성과를 낸 9기 졸업생들은 다른 기에 비해서 특히 서로 화합해 잘 지내면서 '함께하자'는 정신이 강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어렵게 얻은 정보도 아낌없이 공유하고 서로 이끌어주는 분위기가 1학년 때부터 유난히 돋보였다. 그것이 이번에 얻은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이가 너무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9기 중에는 커플이 9쌍이나 되었는데, 그중 세 쌍이 재학 중 결혼까지 했고, 그 세 쌍 모두 3년 만에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는 재미있는 기록도 있다. 또 다른 큰 요인은 역시 운인 것 같다. 우리가 작년보다 올해 합격률이 조금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학교들이 작년과 같거나 나았다면 1위는 못했을 것이다."

▶영남대 로스쿨은 초기부터 꾸준하게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 설립 초기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가.

"설립 초기에 기존의 법학과 교수들 외에 새로운 교수들을 많이 영입하게 되었다. 법과대학 시절에는 모두 10여 명의 교수들이 있었다. 그런데 영남대가 당시 로스쿨 설립인가신청을 한 정원 규모에 따르면 최소 30명 이상의 교수를 확보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20명 이상의 새로운 교수들이 새로 영입되었는데, 모두 학생들을 사랑하고 강의도 잘 하는 분들이었다. 그 후로도 계속 훌륭한 교수들이 영입되어 왔는데, 그것이 영남대로서는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배경에는 역시 설립 초기부터 학교 법인과 대학본부가 보여준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영남대 로스쿨이 설립이전 법학과의 전통의 맥을 이어오는가.

"영남대 로스쿨은 영남대 법학과의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영남대 법학과는 전신인 대구대·청구대의 설립 초기부터 존재했고, 지금까지 국회의장, 대법관 2명, 사법시험 합격자 170명, 국회의원 등을 배출했다. 앞서 말했지만 영남대 로스쿨이 설립될 당시에 그 이전의 법과대학 교수진이 모두 로스쿨 교수가 되었고, 영남대 법학과 졸업생 및 영남대 출신 법조인들도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로스쿨을 지원해주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 역시 영남대 동문회에 참석하고 있다. 영남대 법학과의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졸업 후 진로 상황은 어떤가.

"졸업생들은 변호사 개업 외에 소방·경찰 등 각종 공무원, 법률홈닥터, 기업체 사내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 졸업생들은 대부분 졸업 후 수년 내에 어떤 형태로든 취업했다고 알고 있다. 졸업 후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지만 예금보험공사, DGIST, 공공기관 등에 취업한 예도 있다. 가장 관심이 많고 선호되는 것으로 판사, 검사, 대형 로펌을 들 수 있다.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는 아니지만 재학 중에 재판연구원 시험에, 검사가 되기 위해서도 검사임용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지금까지 재판연구원 시험에는 1기부터 올해 졸업한 9기까지 모두 19명이 합격했고, 검사는 모두 7명을 배출했다. 판사로 임관된 졸업생은 모두 3명이다. 서울의 대형 로펌들은 서울 일류 대학교 로스쿨 출신 학생들을 선호하고 있어 우리 학교 졸업생들 중에 대형로펌에 간 학생은 극히 적다. 이상의 결과는 영남대 로스쿨 졸업생들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높은 것에 비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로스쿨 졸업생들이 앞으로 보다 많이 판사, 검사, 대형로펌 변호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입학생들의 구성은 어떤가.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이 많아 지역출신이 너무 적다는 이야기도 있다. '20% 지역 할당제'가 지방대 로스쿨 역차별이라고 하셨는데….

"올해 입학한 12기 학생들까지의 누적된 인원을 보면 전체 입학생 860명 중 지방대학 출신은 208명이고, 그 중 대구경북지역 출신은 모두 126명이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아주 우수한 학생들이 지방대 법학과에 많이 입학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서울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지방으로 내려오게 된 것은 사실이다. 2014년 공표된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로스쿨의 경우는 그 지역 출신의 대학교 졸업생들을 입학정원의 20% 이상 입학시켜야 했다. 그것이 얼마 동안은 권고사항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는 의무사항이 되었다. 그 의도는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의도와 달리 지방의 로스쿨들을 죽이는 제도가 되어버렸다. 변호사시험 발표가 나면 합격률만 비교해서 지방의 로스쿨이 형편없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본질과 거리가 멀다. 실상을 보면 지방대 로스쿨은 서울지역 로스쿨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굉장히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 일단 지방 소재 로스쿨 지원자의 법학적성시험(LEET) 점수, 영어 점수, 학점 등은 서울 지역 로스쿨 지원자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그런데 이 20% 지역 할당제까지 가세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로스쿨은 그런 부담이 전혀 없다. 지방 소재 로스쿨들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형국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단순히 합격률만 비교해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강조한다. 20% 할당제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지방대 출신들은 그 지방 로스쿨만이 책임져야 하는가?' '지방대 출신들을 서울의 로스쿨이 일부 부담해서는 안 되는가?'하는 의문이 든다. 정책입안자들은 '지방대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에 의한 20% 할당제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할뿐더러 지방 소재 로스쿨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서울에 있는 로스쿨도 서울·경기지역을 제외한 지역 출신 대학교 학생들을 정원의 10% 받아들이고, 지방에 있는 로스쿨은 그 지역 출신 학생들의 최소 입학비율을 정원의 10%로 낮추든가 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대 출신들과 서울 지역 대학 출신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교류할 기회의 폭을 넓히고, 우수인재의 서울 집중을 완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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